[유니프레스] 우리의 미래엔 플라스틱이 쌓여있다

플라스틱 재활용률 22.7%… 실효성 있는 대책 강구해야

기사승인 2021-02-06 13:3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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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프레스] 우리의 미래엔 플라스틱이 쌓여있다
[쿠키뉴스] 이현지 외대학보 기자=초등학생 때부터 매주 한 번씩 아파트 단지 내 재활용 쓰레기장에 나갔다. 일주일간 먹은 음식과 시킨 택배 배달에 비례해 플라스틱 쓰레기가 나왔다. 플라스틱은 깨끗이 씻어 플라스틱 칸에, 비닐도 고이 접어 비닐 칸에 넣었다. 학교에서 배운 것처럼 버린 플라스틱 쓰레기의 절반 이상은 다른 형태로 재활용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지난해 재활용 가능한 쓰레기를 골라내는 재활용 선별장에 쌓인 플라스틱 ‘산’을 본 후, 이 믿음은 무너졌다. 플라스틱 더미엔 사람들이 재활용될 것이라 믿고 버린 플라스틱병, 포장 용기가 가득했다. 결국 이 플라스틱 더미의 대부분은 땅속에 묻히거나 소각될 운명을 갖게 된다. 

과거 고유가 시대에는 폐플라스틱 재활용률이 높았다. 플라스틱 생산 비용이 비쌌다보니 폐플라스틱 재활용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저유가 시대가 되자 폐플라스틱 재활용보다 단가가 떨어진 새로운 플라스틱 제품 생산을 선택하는 기업이 많아졌다. 우리나라 쓰레기 수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국 또한 2017년부턴 폐기물 수입을 거부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폐플라스틱은 산을 이뤘다.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는 코로나19 이후 더 심각해졌다. 비대면이 일상이 된 지금, 플라스틱이 우리의 일상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배달음식 용기, 접촉 차단 가림판 등은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물건이 됐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 2020년 상반기 플라스틱 쓰레기 배출량은 일 평균 848톤으로, 2019년에 비해 15.6% 증가했다. 

주목해야 할 것은 재활용이 아닌 버려지는 플라스틱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가령 단일 재질로 만들어진 투명한 페트병은 다시 페트병을 만들거나 녹여서 섬유로 재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물질이 섞여 OTHER 표시가 찍힌 기타 플라스틱은 재활용품 선별장에서 대부분 버려진다. 카페에서 쓰는 일회용 테이크아웃 컵이 대표적이다. 컵마다 재질이 모두 다르고 이를 확인하기 까다로워 재활용품 선별장에 가도 버려지는 것이다. 일회용 마스크나 즉석밥 용기 역시 OTHER로 표기된 플라스틱이라 쓰레기로 처리된다. 

플라스틱 문제를 논의할 때 사람들은 자신의 행동에만 주목한다. 나 역시 그랬다. 텀블러를 쓰고, 장바구니를 사용해 내가 쓰는 플라스틱을 줄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 생각했다. 물론 이 접근은 중요하다. 그러나 반찬 통과 장바구니를 들고 마트에 가도 이미 식재료는 플라스틱 비닐과 플라스틱 용기에 담겨 진열돼있다. 텀블러를 배달시켜도 텀블러의 포장재는 플라스틱이다. 즉 이 상황을 가장 빠르게 바꿀 수 있는 주체는 기업과 정부다. 이들이 나서서 플라스틱 사용을 줄여야 쓰레기 감축과 자원 순환에 대한 책임을 개인, 기업, 그리고 정부가 모두 나눠질 수 있는 것이다. 

환경 문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정부는 ‘2050 탄소중립’ 계획을 발표하며 탄소를 0으로 만들기 위해 힘쓰겠다고 전했다. 이에 음료에 플라스틱 빨대 부착을 금지했고, 나무 30억 그루를 심겠다고도 했다. 그러나 환경 문제에 기업과 사람들이 주목하는 건 한순간이다. TV로 뉴스를 틀고 신문을 봐도 환경 문제는 1면에 실리는 모두의 이슈가 아니다. 1면에 실리는 주제는 부동산 문제, 정치 등의 이슈다. 이 문제를 다루는 이유는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서일 것이다. 그러나 이때 그 미래에 플라스틱 쓰레기가 함께할 것을 잊어선 안 된다. 

우리는 미래의 환경이 지금과 같단 가정하에 미래를 그려나가지만, 지금의 생산, 소비 방식이 달라지지 않는다면 지금과 전혀 다른 생활을 해나가야 할 것이다. 현재의 안락한 생활로 인해 청년, 청소년 세대의 공간인 미래의 환경이 실시간으로 망가지고 있다. 청년, 청소년 세대가 치르는 환경 값을 생각하며 정부와 기업이 나서 지속 가능한 일상을 행동으로 옮겨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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