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바이오'뜨려면 자본·경영 뒷받침돼야"

김효수 서울대 교수 "K-바이오 연구 역량 충분하지만 자본⋅시스템은 부족"

기사승인 2021-03-10 03: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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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수 순환기내과 서울대학교 교수. 박효상 기자

[쿠키뉴스] 전미옥 기자 ="국내 과학자들의 원천기술은 세계 유수 국가들과 크게 차이나지 않지만 자본과 시스템의 격차가 상당합니다." 

김효수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국내 바이오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기초의학자, 자본가(venture capitalist), 경영자(operating manager)의 3자 정립이 필수"라며 이같이 말했다. 바이오 기술을 뒷받침해줄 자본과 경영이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심혈관·줄기세포·생물학 분야의 선구자인 김 교수는 유망한 바이오 기술을 발굴 및 지원하는 미래의학연구재단의 설립자이기도 하다. 2016년 설립된 비영리재단법인인 미래의학연구재단은 최근 미래생명과학 분야의 연구발굴 및 창업생태계 구축시스템 (Universal Technique Organizer·UTO))을 개발해 특허 등록을 마쳤다. 

UTO는 미래성장동력인 바이오 산업을 이끌 바이오벤쳐 구성요소인 과학자·금융인·경영자들을 연결하고 지원하는 공익적 네트워크 플랫폼이다. 분야가 달라 만나기 어려운 과학자와 금융인, 경영자들의 교류를 통해 바이오 분야 연구와 투자를 활성화하고, 이를 통한 기술 실용화를 앞당기기 위한 목적이다. 
 
김 교수는 "약 10여년 전쯤 그동안 내왔던 기초연구 논문들이 인류 공영에 무슨 이바지를 하고 있느냐는 회의감에 빠진 적이 있다. 학자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바는 인류에 도움이 되는 연구를 하는 것이고, 연구에만 그치는 것이 아닌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실제 실용화에 나서야한다고 생각했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것이  바로 민간 씽크 탱크 역할"이라며 미래의학재단의 설립 취지를 설명했다. 

김 교수는 “바이오 기술 상용화는 연구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원천기술로 승부를 보려면 기술을 잘 포장해 임상시험 등 제반 절차를 원활히 거쳐야 하고, 빠르게 생산공정 등을 마련해 시장에 내 놓아야 한다”며 “상당한 자본과 유능한 경영자들이 달려들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시장 규모가 왜소하고, 이를 위한 시스템도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라고 말했다. 국내 연구자들의 뛰어난 원천기술, 아이디어가 적합한 경영자나 투자자를 찾아 빛을 볼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현재 재단은 UTO플랫폼을 통한 전문가들의 교류뿐만 아니라, 첨단바이오분야의 멘토링, 연구자 창업지원, 의생명과학자 지원 사업 등을 진행 중이다. 김 교수는 “앞으로 HT(Health Technology)와 BT(Bio Technology)는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미래 성장동력이 될 텐데, 이 물결에 우리도 적극 나서야 한다”며 “하나의 아이템을 개발하는데 10년 정도의 연구기간이 소요되는 만큼 연구개발에 대한 꾸준한 관심과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김 교수는 “그동안 한국의 주력 상품이 냉장고, 자동차, 스마트폰이었다면 앞으로는 효과적인 신약이 주력 상품이 되어야 한다. 연구지원 또한 비용이 아닌 미래를 위한 투자다. 연구를 잘하면 사업화를 통해 큰 돈을 벌고 국가에도 이바지할 수 있다는 인식과 시스템이 자리잡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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