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할아버지가 주인공해버렸지 뭐야

이준범 / 기사승인 : 2021-04-09 07: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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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뉴스] 이준범 기자 = 발레를 시작하고 히말라야에 오른다. 캐리어를 끌고 해외로 떠나고 일상 웹툰의 주인공이 된다. 언뜻 평범한 문장은 ‘80세 할머니가’, ‘70세 할아버지가’라는 단어가 붙는 순간 낯선 것으로 돌변한다. 무언가에 도전하고 시도하며 ‘노인’을 가두는 편견에서 벗어나는 이들은 이미 인생의 주인공이고 작품의 주인공으로 살고 있다. 드라마와 영화, 책, 웹툰에서 7080세대를 주인공으로 한 작품을 소개하고, 그들이 어떤 편견에 맞서 싸우고 있는지 정리해봤다.


사진=tvN '나빌레라' 홈페이지

△ 드라마 ‘나빌레라’(2021년 3월22일~)

주인공 : 심덕출, 70세

작품 소개 : 어릴 적부터 발레가 하고 싶었지만, 가족을 위해 하고 싶지 않은 일만 하고 살아온 덕출(박인환)이 처음으로 자신의 꿈을 향해 노력하고 성장하는 이야기. 세상의 편견과 가족의 반대와 싸우며 한 번은 날아오르고 싶어 꿋꿋이 자신의 길을 걷는 덕출의 모습을 그렸다.

주변 시선 : “발레를 한다고? 당신 노망났우? 아님 미치기라도 한 건가? 할 게 없어서 발레를 해요? 당신 나이가 몇이야. 그만해요. 나 당신한테 분명히 말했어.”

주인공 목소리 : “내가 살아보니까 삶은 딱 한 번이더라, 두 번은 아니야. 지금은 집사람이 싫어하는데, 솔직히 반대하는 건 별로 안 무서워. 내가 진짜 무서운 건 하고 싶은데 못 하는 상황이 오거나, 내가 하고 싶은 게 뭔지 기억도 나지 않는 상황이지. 그래서 난 지금 이 순간이 소중해. 할 수 있을 때 망설이지 않으려고. 끝까지 한번 해보려고.”

인상적인 에피소드 : 처음 우편집배원을 시작했던 때 상사의 무리한 요구를 코피를 흘리는 노력으로 극복한 덕출의 회상. 그리고 덕출이 발레리노 채록의 무리한 요구를 과거와 같은 끈기와 노력으로 극복하는 장면.


영화 '카일라스 가는 길' 스틸컷

△ 영화 ‘카일라스 가는 길’(2020년9월3일~)

주인공 : 이춘숙, 84세

작품 소개 :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기도를 올리겠다는 간절한 마음으로 카일라스로 떠나는 춘숙의 이야기. 바이칼 호수, 몽골 대초원, 고비 사막, 알타이 산맥, 타클라마칸 사막, 파미르 고원, 그리고 티베트 카일라스 산까지 2만㎞에 달하는 길을 육로로 완주하는 순례 여정을 그렸다.

주변 시선 : “왜 노모를 모시고 험한 오지로 여행을 가나”

주인공 목소리 : “나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할망구” “안 힘듭니다. 숨이 좀 찹니다”

인상적인 에피소드 : 아름답고 험한 길에서 남편의 제사를 지내고 85번째 생일을 맞는 모습. 자신의 생일날 “이 광경을 85세 생일날에 봅니다. 내 생일은 내 자신이 축하합니다. 대단합니다”라고 말하는 장면.


사진=‘진짜 멋진 할머니가 되어버렸지 뭐야’ 표지

△ 책 ‘진짜 멋진 할머니가 되어버렸지 뭐야’(2020년 8월13일 출간)

주인공 : 김원희, 71세

작품 소개 : 직접 캐리어를 끌고 20여개국을 자유롭게 여행하며 보고 듣고 느낀 이야기를 모은 수필집. 각국에서 다양한 연령의 사람들과 인연을 맺고, 여행하지 않았으면 몰랐을 것들을 배우며 다음 여행지를 검색하는 원희의 이야기를 담았다.

주변 시선 : 65세는 노년으로 정식 인정받는 나이. 일하지 않아도 연금과 각종 혜택을 받는 나이.

주인공 목소리 : “나이 먹으면 다리만 떨리고 가슴은 떨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나 봅니다. 80이 되어도, 90이 되어도 아름다운 것을 보면 가슴 설레고 슬픈 것을 보면 가슴 아프고, 좋은 글을 읽으면 감동합니다. 다리 떨려도 좋고, 가슴 떨려도 좋고 다 좋은 게 인생입니다. 그래서 오늘도 저는 여행 중이랍니다.”

인상적인 에피소드 : 45세에 전유성 책으로 컴퓨터에 입문하고 50세에 스타크래프트 게임을 시작해 프로토스로 배틀넷에 뛰어들었다는 이야기. 오랜 기간 게임을 했던 유저에게 “원희는 몇짤?”이란 질문을 받고, “원희는 50짤”이라고 했더니 “그러면 나는 100짤”이란 답변에 웃음이 터졌다는 에피소드.

 
사진=네이버웹툰 ‘웰캄투실버라이프’

△ 웹툰 ‘웰캄투실버라이프’(2020년 7월3일~)

주인공 : 김갑순-홍길표, 80대

작품 소개 : 출퇴근 시간을 길에서 허비하던 작가가 직장 근처에 사는 할아버지, 할머니 집에서 함께 살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웹툰. 손녀는 스마트폰부터 웹툰과 유튜브 등을 알려드리고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정성이 담긴 따뜻한 밥과 장보기, 미용실 등을 함께하며 자신들의 문화를 알려주며 서로에 대해 알아 간다.

인상적인 에피소드 : 손녀가 자신들을 소재로 일상 웹툰을 그린다는 걸 알게 된 갑순이 댓글을 달기 위해 포털 사이트에 가입하는 이야기. 가입하기 전 손가락에 기를 모으는가 하면, 사연 있고 여성스러워 보이기 위해 순자라는 가명으로 가입하려다 실패하는 에피소드. 손녀에게도 비밀로 한 첫 댓글은 ‘우리들이야기를많ㅘ로만들어줘서고마워요.’.


bluebel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