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지만 승차감은 영 ‘모범택시’ [볼까말까]

인세현 / 기사승인 : 2021-04-10 09:00:03
- + 인쇄

SBS 새 금토극 ‘모범택시’ 포스터

[쿠키뉴스] 인세현 기자=현실이 더 하다. 때때로 드라마보다 더 잔혹한 일이 현실서 벌어지곤 한다는 걸 뉴스만 봐도 알 수 있다. 드라마는 뉴스가 아닌 판타지이지만, 허구의 세계를 공고히 하기 위해 현실을 재현하기도 한다. 현재를 살아가는 시청자에게 공감을 얻기 위해서다. 실제 사건을 드라마로 옮기는 일은 쉽지 않다. ‘리얼리티’를 추구한다며 똑같이 그려내는 게 다는 아니다. 그래선 안 된다. 드라마는 뉴스나 탐사보도 프로그램이 아니다. 실제 사건을 극에 녹여 내고 싶다면 당위성을 고려해야 한다. 실제 있었던 사건이란 건 그 일에 관련된 사람들이 실재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모범택시’를 우려의 눈으로 보게 되는 이유다.

지난 10일 시동을 건 SBS 새 금토극 ‘모범택시’는 베일에 가려진 택시회사 무지개 운수와 택시기사 김도기(이제훈)가 억울한 피해자를 대신해 복수해주는 내용을 그린다. 동명 웹툰이 원작이다. 3년 만에 안방극장에 돌아온 이제훈이 한국형 ‘다크 히어로’인 김도기를 연기하고, 그와 연기 호흡을 맞추는 이솜은 서울북부지검 검사 강하나로 변신한다. 극본은 영화 ‘조작된 도시’의 오상호 작가가, 연출은 ‘궁금한 이야기 Y’ '그것이 알고 싶다’ 등 시사 프로그램 PD 출신으로 드라마 ‘닥터탐정’을 작업했던 박준우 PD가 맡았다. 방영 전 박 PD는 “시사 프로그램에서 많이 봐왔던 소재들, 학교폭력이나 성 착취 동영상 같은 유명 사건들도 등장한다”고 밝혔다.

첫 방송에서는 김도기와 무지개 운수 직원들이 범죄자들을 처단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장성철(김의성)은 대외적으로 범죄피해자 지원센터 파랑새 재단의 대표로 활동하는 한편, 공권력의 사각지대에서 불법을 저지르는 이들을 단죄하는 무지개 운수를 운영한다. 무지개 운수 모범택시 기사 김도기는 갓 출소한 악명 높은 범죄자를 빼돌려 사설 감옥에 가두고, 고용주에게 착취와 학대를 당한 손님의 복수를 계획한다.

‘전화 한 통이면 오케이’ 사연을 지닌 다크 히어로가 모범택시 기사로 위장해 억울한 이들의 사연을 들어주고, 복수를 실행한다는 흥미로운 웹툰 설정을 그대로 가져왔다. 드라마는 여기에 무지개 운수와 다양한 캐릭터를 더해 극적인 풍부함을 살리려 노력했다. 속도감 있는 전개와 액션, 카체이싱도 합격점이었다. 이제훈은 ‘배트맨’과 닮은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그려냈고, 이솜의 첫 등장도 강렬했다. 김의성, 표예진, 차지연도 안정적인 연기를 선보였다. 

흥미로운 설정과 매력적인 캐릭터가 준비됐음에도 승차감은 영 불편하다. 사건 연출이 지나치게 적나라하기 때문이다. ‘모범택시’는 실제 사건을 떠올릴 만한 에피소드를 연이어 그려내며 가해자의 폭력성과 피해자의 불행에 초점을 맞춰 전시하듯 표현했다. 19세 이상 관람가로 방영했지만, 지상파 오후 10시대 드라마 수위로 적절했는지도 의문이다. 첫 회에서는 피해자의 머리를 생선이 담긴 통속에 처박고 냉동실에 가두는 모습 등이 여과 없이 그려졌다. 사적복수에 정당성을 부여하려 했다면 수위 조절에 실패했고, 시청자에게 통쾌함을 주기 위한 장치였다면 드라마의 방향성을 다시 생각해 볼 문제다. 드라마보다 더한 현실이 창작자의 핑계가 될 순 없다.

◇ 볼까
착한 히어로보다 ‘다크 히어로’가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 시청자에게 추천한다. 

◇ 말까
피해자의 불행과 고통을 적나라하게 표현한 장면을 보기 힘든 시청자에겐 권하지 않는다. 

inout@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