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작’ 논란에 시즌 종료 ‘아내의 맛’, 진짜 문제는

인세현 / 기사승인 : 2021-04-13 07: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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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소원·진화 부부. 사진=TV조선 ‘아내의 맛’ 방송화면

[쿠키뉴스] 인세현 기자=조작 논란이 시즌 종영으로 이어졌다. 13일 방송을 마지막으로 시즌을 종료하는 TV조선 예능 ‘아내의 맛’ 이야기다. 제작진은 최근 불거진 함소원 편 연출 과장 논란에 공식 입장을 내고 ‘아내의 맛’ 시즌을 종료하기로 했다고 알렸다. 앞서 프로그램 하차를 알렸던 함소원 또한 이날 SNS에 글을 올려 사과했다. 이 같은 대응은 논란에 책임을 지는 자세처럼 보인다. 그러나 제작진이 그간 논란에 대처했던 태도와 입장문을 살펴보면 정작 중요한 것이 빠졌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함소원의 사과도 마찬가지다.

탤런트 함소원과 배우자인 진화는 지난 3년간 ‘아내의 맛’에 출연하며 화제를 모았다. 동시에 숱한 논란에 휩싸였다. ‘리얼’을 중요시하는 부부 예능에서 두 사람의 갈등을 반복적이고 자극적으로 비췄기 때문이다. 고열에 시달리는 자녀에게 민간요법을 시행하거나 베이비시터를 하대하는 모습 등이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결정타는 ‘조작설’이었다. 방송을 통해 공개한 진화 부모의 별장이 공유 숙박 숙소라는 의혹, 함소원의 시어머니가 통화한 상대가 동생이 아닌 함소원이라는 의혹이 연이어 등장했다. 시청자는 부부의 중국 신혼집 역시 단기 임대 월세집이라는 의혹을 제기했고, 언론은 방송에서 시어머니가 사준 집이 애초에 함소원의 소유였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앞선 논란이 방송 내용의 자극성에서 비롯해 비판의 여지가 있었다면, ‘조작설’은 부부의 에피소드에 거짓이 섞여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컸다.

여러 논란이 꼬리를 물었지만, 제작진과 함소원은 침묵을 선택했다. 추후에 의혹이 하나둘 추가되고 이에 관해 해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함소원이 먼저 하차 의사를 밝혔다. 이때도 의혹에 관한 해명은 없었다. 개인 SNS에 “부족한 부분 많이 배우고 다시 돌아오겠다”는 모호한 글로 하차를 암시했다. ‘아내의 맛’ 제작진은 함소원의 하차 사실만 확인했고 이에 관한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아내의 맛’ 측의 입장이 나온 것은 이로부터 약 열흘이 지나서다. 제작진은 지난 8일 “모든 출연진과 촬영 전 인터뷰를 했으며, 그 인터뷰에 근거해 에피소드를 정리한 후 촬영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며 “다만 출연자의 재산이나 기타 사적인 영역에 대해서는 개인 프라이버시 문제이기 때문에 제작진이 사실 여부를 100% 확인하기엔 여러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럼에도 함소원 씨와 관련한 일부 에피소드에 과장된 연출이 있었음을 뒤늦게 파악했다”며 “시청자 여러분들의 지적과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13일 방송을 끝으로 시즌 종료를 하기로 결정했다”고 알렸다.

같은 날 함소원도 SNS에 글을 남겨 “과장된 연출 하에 촬영했다. 잘못했다”며 “친정과도 같은 ‘아내의 맛’에 누가 되고 싶지 않았기에 자진 하차 의사를 밝혔고, 그럼에도 오늘과 같은 결과에 이른 것에 대해 진심으로 안타깝고 송구한 마음”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제작진과 함소원의 사과문을 자세히 보면 무엇인가 이상하다. 양 측 다 과장 연출을 인정하고 사과했으나, 잘못의 주체는 불분명하다. 제작진은 함소원 에피소드에 과장된 연출이 있었음을 인정하면서도 그것을 뒤늦게 ‘파악’했다고 표현했다. 함소원은 “과장된 연출 하에 촬영했다”고 말했다. 제작진은 “과장된 연출이 있었음을 뒤늦게 파악”했을 뿐이고, 함소원은 "과장된 연출 하에 촬영”했을 뿐이라면 도대체 ‘과장된 연출’을 누가한 것일까. 시즌 종료 카드도 미심쩍다. 시즌 종료는 말 그대로 한 시즌을 종료하는 것일 뿐, 프로그램의 완전한 종영이 아니다. 문제가 불거지자 급하게 시즌을 종료한 건 여론이 잠잠해진 후 언제든 새 시즌으로 돌아올 가능성을 열어둔 것과 같다.

방송 중 ‘과장  연출’이 있었던 사실은 분명한데, 이를 누가 어떻게 했는지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잘못의 주체와 구조적인 원인이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향후 시스템을 정비하고 재발을 방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문제가 발생한 구조를 개선하지 않는다면 출연진 하차나 시즌 종료는 의미 없는 행위다.

익명을 요구한 한 예능 PD는 “리얼리티나 관찰 예능도 초반부엔 어느 정도 설정을 두고 출발한다”면서도 “제작진과 출연진이 내용을 조율하며 촬영하기 때문에 양측 모두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이어 “이번 사태로 과도한 연출이 없는 예능도 조작 의심을 받는 것은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inout@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