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백신 수급경쟁 와중에 '불가리스' 코로나 예방 효과?

노상우 / 기사승인 : 2021-04-15 04: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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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뉴스] 노상우 기자 = XX가 감염병 예방에 도움 된다. 감염병이 유행할 때마다 들리는 말이다. 하지만 매번 근거가 부족하거나 가짜뉴스로 판명된다.

지난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가 유행하던 당시 마늘과 김치가 예방에 도움을 준다는 루머가 확산됐다. 당시 방역당국과 의료계는 모두 의학적 근거가 없는 말이라고 해명했다. 메르스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은 상황에 근거 없는 말이 떠돈 셈이다.

이번에는 ‘불가리스’였다. 국내 기업인 ‘남양유업’이 자사의 발효유인 ‘불가리스’가 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다는 발표를 했다. 남양유업 항바이러스면역연구소는 13일 한국의과학연구원 주관으로 열린 ‘코로나19 시대 항바이러스 식품 개발 심포지엄’에서 불가리스가 코로나19 바이러스를 77.8% 줄인다는 연구 성과를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박종수 남양유업 항바이러스 면역연구소장은 불가리스 발효유 제품의 실험실 실험결과 인플루엔자바이러스(H1N1)를 99.999%까지 사멸하는 것과 코로나19 바이러스 억제효과 연구에서도 77.78% 저감 효과를 확인했다고 발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발표자료에 따르면 해당 연구는 한국의과학연구원이 ‘개의 신장세포’를 숙주 세포로 인플루엔자 연구를 진행하고, 충북대 수의대 공중보건학 연구실이 남양유업과 함께 ‘원숭이 폐세포’를 숙주 세포로 실험을 한 결과다. 하지만 실험 결과는 제품을 섭취했을 때 일어나는 효과가 아니라 제품을 바이러스에 직접 접촉시킨 뒤 얻어낸 수치이다.

전 세계가 코로나19 백신 확보 전쟁 중이며 일부 백신에서는 여러 부작용이 우려되고 있어 안전성과 관련한 이슈가 계속 터지고 있는 가운데, 안전한 식음료로 코로나19를 예방할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일부 편의점에서는 품귀현상이 일어났고, 남양유업의 주가는 전일 대비 8% 이상 올랐다.

방역당국은 특정 식품의 코로나19 예방 또는 치료 효과를 확인하려면 사람 대상의 연구가 수반돼야 한다며 난색을 표했다. 질병관리청은 “현재 해당 연구원에서 제시하고 있는 결과는 바이러스 자체에 제품을 처리해 얻은 결과다. 인체에 바이러스가 있을 때 이를 제거하는 기전을 검증한 것이 아니라 실제 효과가 있을지 예상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코로나19 예방효과에 대해 명확하게 입증된 게 아니라는 것이다.

명확한 입증 없이 발표한 것에 대해 법적 다툼도 예상되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남양유업의 발표로 인해 시장에 미친 영향을 고려해 자본시장법 위반 여부를 확인하고 있고,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남양유업의 발표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 불안감과 공포심을 이용한 거짓 마케팅으로 보일 뿐이다. 백신은 부족하고, 치료제 개발도 아직인 상황에 자사의 제품이 제대로 된 임상시험을 거치지도 않고 코로나19 예방 효과가 있다고 발표했다.

지난 2013년 ‘대리점 갑질’ 논란, 2020년 경쟁사 비방 댓글 논란 등등의 사태를 겪으며 지속되는 불매운동을 막아보려는 시도였을지는 모르겠지만, 지나친 무리수였던 것으로 판단된다.

코로나19를 1년 넘게 겪으면서 소금물, 코로나19 예방용 목걸이, 고추대로 만든 차 등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민간요법들이 단톡방 등을 통해 전파되는 것을 봐왔다. 또 군소 제약·바이오 업체들도 자사의 제품이 코로나19 예방 효과가 있다며 허위·과장 광고를 홍보한 사례도 쉽지 않게 볼 수 있었다. 과학적인 근거가 없거나 부족한 상황에서 효과가 있다고 발표하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행위다.  코로나19 방역만으로도 부족한 당국에 더 많은 짐을 실어준 남양유업은 반성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

nswrea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