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고통, 빈곤 가구 아동들이 더 겪는다

가정에서 혼자 지내는 시간·결식률 증가
아동권리보장원, 코로나19 대응 아동실태조사 결과 발표

기사승인 2021-04-17 09: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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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고통, 빈곤 가구 아동들이 더 겪는다
전국적으로 개학이 시작된 2일 오전 서울 강동구 강빛초중이음학교에서 초등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쿠키뉴스] 노상우 기자 =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가 빈곤 가구 아동들에게 더 많은 어려움을 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동권리보장원은 지난해 11~12월에 걸쳐 실시한 코로나19 대응 아동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는 아이들의 일상생활, 정신건강, 교육·학습영역에서 많은 변화를 가져왔으며 특히, 빈곤 가구 아동들이 더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만0세부터 18세까지의 아동 7만5096명과 보호자 8만4839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이는 국내외 코로나19와 관련해 진행된 실태조사 중 가장 많은 대상이 참여한 것으로 소득계층별·지역별·가구유형별로 나눠 조사됐다.

조사결과,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에 따른 공교육과 돌봄기관 운영의 일부 중단으로 아동이 ‘가정에서 혼자 지내는 시간’과 ‘결식률’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위소득 50% 이하의 빈곤 가구 미취학 아동 경우, 혼자 또는 형제자매와 지내는 시간은 평균 132.67분으로 비 빈곤 가구(88.74분)보다 길었으며, 한부모·조손가구는 136.56분으로 양부모 가구(89.46분)보다 약 1.5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은 미취학 아동의 돌봄결손은 방임과 안전사고 등으로 연결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미등교(원)일의 결식률은 빈곤 가구에서 50.1%로 비 빈곤가구의 38.5% 보다 높았고, 한부모·조손가구에서는 49.1%로 양부모 가구의 38.0%보다 높게 나타났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연령별 적절한 발달 지원 부족’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에 참여한 보호자에 따르면, 안정적인 돌봄이 가장 필요한 영유아의 경우 월 1회 이상 ‘자녀의 식사를 제대로 챙겨주지 못함(29.4%)’, ‘자녀에게 정서적(언어) 학대를 함(28.1%)’, ‘자녀의 연령에 맞는 적절한 자극(놀이, 교구, 교재)을 제공하지 못함(24.6%)’, ‘자녀가 혼자 집에서 지냄(12.2%)’등 순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자녀의 식사를 제대로 챙겨주지 못한 경험은 빈곤가구 48.1%로 비 빈곤가구 42.9% 보다 높게 나타났으며, 한부모·조손가구 52.5%로 양부모 가구 42.2%에 비해 높게 나타나, 빈곤계층 아동의 돌봄 공백이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아동(만13-18세)이 자살생각을 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2.6%로, 2018년(1.2%)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아동권리보장원은 본 조사결과를 기반으로 후속 연구를 이어갈 계획이다. 윤혜미 아동권리보장원 원장은 “코로나19와 같은 사회재난 상황 속에서 아동들은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변화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소득계층 간 격차에 따라 그 변화와 어려움의 정도는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앞으로도 사회재난 관련 아동정책수립의 기초자료를 마련하여 아동최선의 이익이 실현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nswreal@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