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듣프] ‘현대가 더비’, "트로피의 주인을 가리자"

기사승인 2021-04-21 06: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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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듣프] ‘현대가 더비’,
사진=프로축구연맹 제공
K리그에는 FC서울과 수원 삼성의 '슈퍼 매치'부터 울산 현대와 전북 현대의 '현대가 더비', 울산과 포항 스틸러스의 '동해안 더비' 등 많은 라이벌 매치가 있다. 흥미진진한 경기를 조금 더 다양한 시각으로 전달하고자 각 팀의 팬과 직접 소통해 프리뷰를 준비해봤다. (편집자주)

[쿠키뉴스] 김찬홍 기자 = 올 시즌 처음이자, 역대 101번째 ‘현대가 더비’가 시작된다.

울산 현대와 전북 현대는 모기업의 지원 속에 2010년대 최고의 라이벌로 각광받았다. 하지만 승자는 매번 전북이었다. 2년 연속 전북이 리그 우승 트로피를 가져갔고, 지난해 FA컵 결승전마저 전북이 승리했다. 자연스레 전북은 1등, 울산은 2등이라는 이미지가 굳어졌다.

올 시즌도 비슷한 그림이 이어지고 있다. 전북은 4연승을 포함해 8승 2무로 압도적인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울산은 6승2무2패로 전북에 6점 차 뒤진 2위를 달리고 있다. 양 팀은 오는 21일 오후 7시 울산문수체육관에서 '하나원큐 K리그1(1부리그) 2021' 시즌 첫 맞대결을 가진다. 경기에 앞서 양 팀 팬들로부터 ‘현대가 더비’를 바라보는 심정을 들어봤다.

Q.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전북팬 : 안녕하세요. 8년차 전북팬입니다. 나이는 29살입니다.

울산팬 : 안녕하세요. 23살 울산 팬입니다. 응원한지 3년 조금 안된 것 같네요.

Q. 각자 팀을 응원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전북팬 : 제가 10대일 때는 전북이 그렇게 축구를 잘하진 않았어요. 전북이 2000년대 말부터 본격적으로 투자를 하기 시작하면서 2010년대에 성적을 내기 시작했거든요. 그러면서 저를 비롯해서 전주 사람들이 많이 보려다녔어요. 인기가 많아지다보니 저도 자연스럽게 팬이 된 것 같네요.

울산팬 : 예전에는 K리그에 그렇게 관심이 있지는 않았어요. 사는 곳도 서울이었고요. 스무살 때 울산에 있는 대학교로 입학했는데 3월 달에 동기들이 축구를 보러 문수경기장을 가자고 하더라고요. 그 때까지는 기대를 안 하고 갔는데, 응원문화에 반했어요. 그 이후로는 울산 팬이 됐어요.

Q. 두 팀은 K리그 대표하는 라이벌 팀입니다.

전북팬 : 최근 2년 동안 치열하게 맞붙었는데. 승자는 매번 우리였어요. 최근 2시즌을 보면 매번 울산이 잘 하다가 막바지에 무너지더라고요. 올해는 아예 우리가 이렇게까지 앞서는 거 보면 이젠 라이벌도 아닌거 같네요.

울산팬 : 사실 전북은 우리가 못해서 우승을 얼떨결에 한거죠. 특히나 2019시즌에는 포항한테 말도 안되게 지면서 전북이 우승을 한 거였죠. 우리만 잘했으면 지금 별 2개는 우리가 달았을거에요.

전북팬 : 그러면 지난해 FA컵은 왜 결승전에서 우리한테 졌죠? 지난해 양 팀간 맞대결에서도 전북이 울산을 이겼잖아요? 지난해에는 우리랑 전적이 처참했을텐데. 3승 1무에요.

울산팬 : 할 말이 없어지네요. 그래도 우리는 무패로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우승했습니다. 전북은 조별예선 탈락했잖아요.

Q. 그럼 두 분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현대가 더비’가 있나요?

울산팬 : 사실 우리가 2019년 이후에 단 한 번도 이기질 못해서 ‘현대가 더비’에 대한 좋은 기억이 없어요. 올해는 제발 이겼으면 좋겠어요.

전북팬 : 많긴 많은데 굳이 하나를 뽑자면 2019년 37라운드 경기가 기억에 남네요. 당시 울산이 승점 3점 차이로 앞서고 있던 상황이었어요. 만일 우리가 그 경기에서 패배했다면 울산이 자력 우승을 하는 상황이었어요. 경기는 무승부로 끝났는데, 다음 라운드에서 울산이 포항한테 깨지면서 우승을 우리가 하게됐죠.

울산팬 : 가장 잊고 싶은 과거 중 하나에요.

[팬듣프] ‘현대가 더비’,
울산 현대의 지휘봉을 잡은 홍명보 감독. 사진=프로축구연맹 제공
Q. 자자 진정하시고. 약간 분위기가 과열됐네요. 올 시즌 두 팀은 감독님이 바뀐 상태에서 시즌을 출발했습니다. 신임 감독님에 대해선 만족하나요.

전북팬 : 올 시즌을 앞두고 김상식 감독님이 부임했는데, 10년 가까이 전북에 계셨다보니 워낙 전북에 대해 잘 아세요. 기존의 컬러를 잘 유지하고 있어요. 최근 경기에서는 화끈하게 득점도 올리고 있어요. 닥공 축구가 완전히 부활한 것 같아서 기뻐요. 리그에서 유일한 무패팀이고, 역대급 시즌이 되지 않을까란 생각도 드네요.

울산팬 : 저희는 홍명보 감독님이 새로 오셨는데, 아직까지는 괜찮은 것 같아요. 일단 팀이 리빌딩을 하고 있는 단계에요. 우승과 리빌딩을 동시에 한다는 게 정말 쉽지 않으니깐요. 물론 2번의 패배는 아쉽기도 하지만, 시즌 초반에는 대승을 거두는 등 분위기가 좋았어요. 지난 수원전 패배를 빨리 털고 일어난다면 다시 분위기를 타지 않을까 싶어요.

Q. 현재 두 팀의 승차는 6점 차입니다. 자칫 이번 경기에서 우승이 갈릴 수도 있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울산팬 : 아직 물론 시즌 초반이지만, 전북이 강팀이다보니 이번 경기를 우리가 잡지 못한다면 더 달아날 수 있는 상황이에요. 반드시 잡아야 우승 경쟁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전북팬 : 워낙 우리 분위기가 좋다보니깐요. 울산전 상대로 최근에 진 기억이 없어서 그런지 이번에도 자신이 있어요. 물론 울산 원정이다보니 쉽지는 않겠지만, 선수들이 여기서 확실하게 기세를 잡고 우승까지 쭉쭉 달렸으면 좋겠습니다.

[팬듣프] ‘현대가 더비’,
K리그 득점 선두에 올라있는 일류첸코. 사진=프로축구연맹 제공
Q. 자 이제 이번 경기에 대해서 말해봅시다. 각자 이번 경기의 핵심 선수를 뽑아본다면요?

울산팬 : 베테랑 선수들이 분위기를 잘 잡아줘야 할 것 같아요. 지난 수원전 패배가 너무 충격적이었어요. 선수들이 아직도 분위기가 쳐져있다면 이번 경기는 쉽지 않을거에요. 신형민 선수를 비롯해서 많은 선수들이 어린 선수들에게 힘을 실어줬으면 해요.

그리고 최전방에서 이제는 득점이 나와야 해요. 김인성 선수와 이동준 선수가 각각 4골을 넣었는데 두 선수 모두 스트라이커가 아니잖아요. 외국 선수들이 분전해주길 바라고 있어요.

전북팬 : 지금 우리는 일류첸코-한교원 조합이 너무 좋아요. 일류첸코가 7골, 한교원이 5골을 올리면서 다른 팀을 다 깨고 있어요. 두 선수를 뒤에서 받쳐주는 김보경 선수 역시 돋보이고요. 누가 잘해야 한다기보단 모두가 하던대로 경기를 한다면 충분히 이길 수 있을 것 같아요.

Q. 서로 생각하는 상대팀의 약점이 있다면요?

전북팬 : 역시나 최전방이죠. 측면 공격수들은 위협적인데, 외국인 선수들이 있는 중앙은 아직까지 득점을 제대로 올리고 있질 못해요. 우리 선수들이 잘 막아낸다면 실점없이 충분히 상대할 만하다고 봅니다.

울산팬 : 아무래도 중원이라고 봅니다. 김보경 선수가 있다지만 한 명가지고는 부족한 느낌이에요. 백승호 선수가 나올지는 모르겠지만요. 중원에서 우리가 주도권을 잡는다면 전북에게 첫 패배를 선물할 수 있을 것 같네요.

Q. 그럼 경기를 예측해 보자면요?

전북팬 : 아직까지 우리가 리그에서 한 번도 지질 않았거든요. 다음 경기도 패하진 않을거에요. 못하면 무승부. 선수들이 잘한다면 2대 0 승리도 기대해봅니다. 최근 울산 분위기도 안 좋으니 빠르게 경기를 끝내줬으면 좋겠습니다.

울산팬 : 분위기 반전이 필요합니다. 절실해요. 이 경기 놓치면 진짜 우승이 힘들지도 몰라요. 쉽지 않은 경기가 될 것 같지만 반드시 이기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1대 0 승리를 예측해봅니다.

Q. 마지막 질문입니다. 경기를 앞두고 서로에게 한 마디씩 해보자면요?

울산팬 : 반드시 올해는 우리가 우승할거에요. 내일 경기는 우리가 이기도록 하겠습니다. 시즌은 아직 길게 남았으니 벌써부터 설레발 치지 않으셨으면 좋겠네요.

전북팬 : 조금 일찌감치 죄송하지만, 올해도 울산의 준우승을 미리 축하드립니다. 올해도 울산의 준우승을 미리 축하드립니다. 어 이게 왜 2번 쳐지지? 콩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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