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가 부족한 그곳] ‘비어가는 혈액 창고’

기사승인 2021-04-22 05: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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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가 부족한 그곳] ‘비어가는 혈액 창고’
19일 오전 대한적십자사 서울동부혈액원에서 한 직원이 모니터를 통해 혈액형 별 보유 현황을 확인하고 있다.

[쿠키뉴스] 박태현, 이승주 기자 = ‘혈액수급위기 관심 단계’

현재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는 혈액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혈액수급 위기단계는 관심(5일분 미만)과 주의(3일분 미만), 경계(2일분 미만), 심각(1일분 미만)으로 구분된다. 각 지역 혈액원들은 대부분 혈액 보유량이 3일분에 불과하다. 적정 혈액 보유량(5일분 이상) 확보에는 매우 부족한 상황이다. 한 단계 떨어진 주의 단계가 되면 의료기관의 혈액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게 된다.

[피가 부족한 그곳] ‘비어가는 혈액 창고’
서울동부혈액원 혈액 보관소에 혈액 한 팩이 보관되어 있다.

최근 혈액 보유량이 급감한 원인은 코로나19로 인한 단체 헌혈 감소다. 올해 들어 소폭 상승했지만, 기업의 헌혈 참여가 코로나19 시대 이전에 비해 눈에 띄게 줄었다. 학교들의 경우 집단 감염 우려로 헌혈 참여가 전무한 실정이다. 서울동부혈액원에 따르면 지난 2019년 기준 약 85만 명의 단체헌혈자가 2020년에는 64만 명으로 20만 명 이상 감소했고, 작년 한 해 동안 혈액부족 위기상황이 지속됐다. 개인 헌혈자는 소폭 증가했지만, 올해는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이마저도 기대하기 힘든 현실이다.
 

기자는 현재 혈액 부족 상황이 얼마나 심각성을 확인하고자 지난 19일 서울 노원구 대한적십자사 동부혈액원을 찾았다. 혈액원은 헌혈의집과 단체 헌혈을 통해 채혈된 혈액을 성분별로 분리해서 보관하고 환자나 의료기관에 피를 공급하는 기관이다.

[피가 부족한 그곳] ‘비어가는 혈액 창고’
헌혈의집이나 단체 현장에서 헌혈된 혈액들은 혈액원으로 이동된다. 그 이후 공급실에서 혈액검사를 거쳐 원심분리기를 통해 적혈구, 혈장, 혈소판 등 성분별로 분리한다.

[피가 부족한 그곳] ‘비어가는 혈액 창고’
혈액 보관소에서 직원이 혈액 재고량을 확인하고 있다. 적정 혈액 보유량은 5일분인데 A형과 O형 혈액 보관소에 혈액이 부족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혈액이 입고되는 공급실은 한산했다. 전날이 주말임에도 혈액 운송 가방 안에는 1~2개의 혈액 팩이 전부였다. 관계자들은 입고된 혈액을 성분별로 분석하는 제제실과 혈액이 안전한 지 검사하는 검사센터를 거쳐 혈액 창고에 보관했다. 혈액을 보관하는 창고 내부는 '창고'라는 말이 무색했다. 그 중 O형과 A형은 한눈에 봐도 부족해 보였다.

[피가 부족한 그곳] ‘비어가는 혈액 창고’
혈액 보관창고에서 직원이 혈액 재고량을 확인하고 있다.
 
정성윤 대한적십자사 서울동부혈액원 헌혈지원팀 대리는 “O형 혈액은 모든 혈액형에 부합해 항상 부족했지만, 최근 A형 혈액도 부족하다. 많은 사람이 적극적으로 헌혈에 참여해줬으면 좋겠다.”라며 헌혈 참여를 독려했다.

[피가 부족한 그곳] ‘비어가는 혈액 창고’
각 의료기관에서 청구된 혈액이 출고를 앞두고 있다.

[피가 부족한 그곳] ‘비어가는 혈액 창고’
각 의료기관으로 혈액을 이송하기 위해 직원들이 차에 혈액 운송 상자를 옮기고 있다.

입고에 비해 각 의료기관으로부터 청구되는 혈액은 많았다. 이날 오전 한 의료기관으로부터 청구된 혈액은 40팩이지만 출고 가능한 혈액은 5팩에 불과했다. 혈액 보관창고는 각 병원의 요청으로 금세 비었고, 혈액들은 혈액가방에 실려 순식간에 빠져나갔다.

[피가 부족한 그곳] ‘비어가는 혈액 창고’
혈액 보유 현황판에 모든 혈액형이 관심과 주의 단계를 표시하고 있지만 헌혈실은 텅 비어있다.

[피가 부족한 그곳] ‘비어가는 혈액 창고’
이날 서울동부혈액원 헌혈실을 방문한 오명섭 씨가 헌혈에 참여하고 있다.

게시판에는 혈액형 별로 ‘관심’과 ‘주의’ 단계를 표시하고 있지만, 헌혈실은 근무 중인 간호사들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이날 오후 헌혈실 첫 방문객 오명섭 씨는 “헌혈을 통해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어 보람도 되고 뿌듯하다. 헌혈을 주저하는 분들이 있다면, 이 마음을 같이 느껴봤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피가 부족한 그곳] ‘비어가는 혈액 창고’
서울동부혈액원을 방문한 사람들이 헌혈에 참여하기 전 자가 문진을 하고 있다.

헌혈 예약은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 홈페이지와 모바일앱을 통해 쉽게 할 수 있다. 예약 없이도 신분증을 지참하면 전국 헌혈센터에서 자가 문진과 헌혈 전 검사를 거쳐 당일 헌혈이 가능하다.

헌혈하면 좋은 점도 있다. 헌혈증 한 장은 혈액 한 팩과 같아서, 헌혈증 수에 따라 수혈받는 혈액 팩의 비용을 면제받을 수 있다. 또한 혈액검사를 통해 B형간염, C형간염 유무 등 본인의 기본적인 건강 체크를 할 수 있다.
 
pth@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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