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의료, 먼저 온 미래

전미옥 / 기사승인 : 2021-04-22 04: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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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원격의료, 먼저 온 미래

 

[쿠키뉴스] 전미옥 기자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사태로 수년째 논의 단계에 머물던 원격의료(비대면 진료)가 우리 삶에 한층 가까이 다가왔다. 감염병 예방을 명목으로 비대면 진료가 한시적으로 허용되면서다. 

그동안 원격의료는 산간·도서지역 등 의료취약지에나 필요한 기술로 여겨졌었다. 의료취약지 외에는 한집 건너 한집이 동네 병·의원일 정도로 의료기관이 많은 우리나라에서는 더더욱 원격의료가 필요한지 여부부터가 찬반을 가르는 논쟁거리였다. 아무리 원격의료 기술이 좋아졌더라도 기존 대면진료가 충분히 간편하다면 도입 필요성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미래도시 상상도'를 그리는 것처럼 원격의료는 지금이 아닌 미래의 문물처럼 느껴졌다. 개인적으로는 어쩌면 인구가 줄고 덩달아 의사도 줄어서, 인구 고령화로 노인이 너무 많아져서 원격의료가 꼭 필요한 세상이 오거나, 우주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지구에 있는 의사에게 원격진료를 받는 모습을 어렴풋이 상상하는 수준이었다.  

그 땐 몰랐다. 생각지 못한 감염병이 창궐해 도심 속 개개인이 섬처럼 격리되는 상황이 발생할 줄은. 의료계, 산업계, 시민사회의 찬반격론에 부딪혀 제자리걸음을 걷던 원격의료가 뜬금없는 코로나19로 빗장을 열 줄은 말이다.

현재 원격의료는 '비대면 진료'라는 이름으로 시행되고 있다. 정부가 코로나19 '위기'상황에서 한시적으로 비대면 진료를 허용해서다. 의료진과의 화상·전화 상담으로 진료를 받고 치료제를 처방받을 수 있고, 심지어 초진 환자도 비대면 진료와 처방이 가능하다.

의료계에서는 초진 환자까지 비대면 진료가 허용된 것에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약물오남용과 오진 등으로 인한 문제 때문이다. '초진환자 전화진료는 당연히 불법이고 위험하다, 신고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되묻는 의료인도 있었다. 감염병예방법과 달리 의료법에서는 비대면 진료·처방이 불법인 점을 놓고 혼란스러워 하는 시각이나 의료기관이 ‘처방전 장사’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걱정도 들려온다.  

그러나 한쪽에서는 비대면 진료경험이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코로나19 감염 위험 등으로 병원 방문이 어려워진 만성질환자뿐만 아니라 탈모약이나 다이어트약을 처방받기 위해 비대면진료를 활용하는 이들이 의외로 많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환자들의 반응도 엇갈린다. 병원을 오가기 힘든 고령·장애·만성질환 환자들이 편리성 면에서 높은 점수를 주기도 하고, 비대면 대화 몇 마디로 끝나는 진료가 ‘영 불안하다’며 시스템 개선, 보완이 더 있어야 안심할 수 있겠다는 환자도 있었다. 특정 의약품 처방만을 목적으로 비대면 진료를 십분 활용하는 환자도 있을 것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종료되면 원격의료는 어떻게 될까. 갑작스럽게 시작된 비대면 진료가 야기한 부작용은 하나 둘 드러나고 있고, 장점이나 유효성에 대한 평가도 시간이 갈수록 구체화될 것이다. 의료계는 그간 ‘반대’를 고수해왔지만 최근 들어 일부 의료인들이 비대면 진료를 전향적으로 검토해보자는 의견을 내기도 한다.  

신종 감염병 또는 생각지 못한 사태에 대비해서라도 지금의 비대면 진료를 정비해야 하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많은 사람들이 내년이면 코로나19가 끝물에 다다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코로나19를 기회삼아 원격진료의 장점과 단점, 개선사항과 한계를 찬찬히 뜯어보는 작업이 필요하다.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