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에게도 ‘보통의 삶’ 보장 필요”… 탈시설 지원법 4월 국회 상정

최혜영 “시설 위주 장애인 정책 사실상 ‘국가에 의한 제도적 학대’”

기사승인 2021-04-22 04:3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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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에게도 ‘보통의 삶’ 보장 필요”… 탈시설 지원법 4월 국회 상정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 앞에 장애인 탈시설 지원법 제정을 촉구하는 천막이 설치돼 있다. 사진=노상우 기자
[쿠키뉴스] 노상우 기자 = 장애인들의 삶을 시설에서 지역사회로 전환하는 내용을 담은 ‘탈시설 지원법’이 4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상정됐다. 탈시설이란 장애인 생활시설에 거주하는 장애인이 시설에서 나와 지역사회에 통합돼 개인별 주택에서 자립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받으며 자율적으로 살아가는 것을 말한다.

미국과 유럽 등 해외 여러 나라에서는 지난 1970년대부터 탈시설에 대한 논의를 진행해 모든 장애인 거주시설을 폐쇄하거나 폐쇄를 진행하고 있다. 장애인에 대한 차별, 학대, 인권침해 등의 문제가 곳곳에 만연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탈시설에 대한 논의가 미진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직후 내놓은 100대 국정과제 중 42번으로 ‘장애인 탈시설 등 지역사회 정착환경 조성’을 약속했지만, 아직 정책까지 이어지지는 못했다.

20대 국회에서 ‘탈시설’ 논의를 담은 장애인복지법 등 4개 법안이 발의됐지만, 모두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21대 국회에 들어와서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이 지난해 12월 ‘장애인 탈시설 지원 등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고, 해당 법안이 이번 4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상정됐다.
 
해당 법안에 대해 시설을 강제로 폐쇄하는 것 아니냐, 장애인들은 시설에 남고자 하는데 강제로 옮기는 것 아니냐는 오해가 다소 있는 편이다. 최 의원이 발의한 법안을 살펴보면, 장애인의 인권을 보장한 시설에 대해서는 장애인들의 지역사회 자립 생활을 지원할 수 있는 형태로 전환하는 것을 행정적으로 지원해준다. 인권 침해적인 요소가 있다고 판단되는 시설에 대해서 폐쇄조치를 내리게 된다. 또 시설에서만 지내다 보니 시설 의존성이 있는 장애인이 있을 수 있는데, 이들에 대해 지역사회에서의 삶에 대해 상담, 교육 프로그램도 지원해 탈시설이 어떠한 권리인지 충분히 안내하는 내용도 담겼다.
“장애인에게도 ‘보통의 삶’ 보장 필요”… 탈시설 지원법 4월 국회 상정
지난 2019년 12월3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장애인단체는 국회에서 정부에 장애인탈시설로드맵 마련을 위한 정책권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노상우 기자


법안을 발의한 최 의원은 21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문화·사회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장애인 중 100명 중 1명, 특히 지적장애인 10명 중 1명은 시설에 거주한다”며 “장애인은 시설에 살아야 하나, 시설에 살아야 하는 장애인이 따로 있는가. 시설은 장애인을 위한 것이 아니라 국가 자원 절감이 우선된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시설의 장애인 학대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금도 우리 사회 곳곳에서 장애인에 대한 학대는 끊이지 않고 있다”며 “2019년 장애인 학대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장애인 학대 중 38%가 집단이용시설에서 발생하는데 이중 장애인 거주시설이 62%로 가장 많다. 이슈가 될 때마다 정부는 대책을 내놓았지만 해결되지 않는다.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기 때문이다. 시설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해소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시설 위주의 장애인 정책에 대해 최 의원은 사실상 ‘국가에 의한 제도적 학대’라고 규정했다. 그는 “시설을 만들어 일정한 분류에 속하는 사람을 거주하도록 하는 것은 아무리 그 기준과 분류가 약하다 할 지라도. 돌봄과 보호의 의도가 있더라도 명백한 차별”이라며 “인권 국가라면 이런 제도적 학대는 용인될 수 없을 것이다. 정부의 국정과제이고 당사자와 현장이 탈시설을 간절히 요구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강력한 의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장애인 당사자 입장에서 탈시설은 그저 ‘보통의 삶’이다”라며 “정부와 국회가 힘을 모아 조속히 장애인 탈시설화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킬 수 있도록 해달라. 장애인에게 ‘보통의 삶’을 보장하는데 함께 해달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홍남기 국무총리 대행은 “탈시설을 하는데 검토해야 할 사항이 많다”며 “지역에서 서비스 제공, 거주환경 마련, 시설 종사자 고용문제 등이 연결된 사안이다. 범부처적으로 고민해 8월 탈시설 로드맵 발표에 차질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도 “올해 보건복지부 장애인 정책의 가장 핵심은 탈시설 정책이라고 말한 바 있다”며 “가장 중요한 건 당사자의 의사표시다. 지역에서 충분히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여건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nswreal@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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