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서울 SK 최성원 “악으로, 깡으로 버텼어요”

기사승인 2021-04-23 06: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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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인터뷰] 서울 SK 최성원 “악으로, 깡으로 버텼어요”
사진=최성원 측 제공
[쿠키뉴스] 김찬홍 기자 = 프로농구 서울 SK의 가드 최성원(25)은 대학 시절 준수한 공격력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프로 데뷔 후 2년 동안 고작 7경기에 출전하는 데 그쳤다. 기라성 같은 선배들 앞에서 제 기량을 펼치지 못했고 2부리그 격인 D리그를 전전했다.

은퇴를 고민하기도 했던 그는 프로 3년차였던 2019~2020시즌부터 완전히 다른 선수가 됐다. 악바리 같은 근성을 앞세워 맹견처럼 상대 에이스들을 바짝 쫓아다녔다. SK의 핵심 수비수로 발돋움한 그는 2년 연속 수비 5걸에 이름을 올렸고, 한 차례 식스맨상도 수상했다.

최성원은 현재 국군체육부대(상무) 입대를 앞에 두고 있다. 간만에 긴 휴식기를 맞이하지만 벌써부터 머릿 속은 미래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하다. 지난 14일 경기도 안양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Q. 진부한 질문이지만 농구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어렸을 때는 원래 축구 선수를 하고 싶었어요. 어느 날 텔레비전을 보는데 안양 KT&G(현 안양 KGC) 경기 중계가 나오더라고요. 당시 단테 존스가 뛰고 있었어요. 시원하게 덩크슛을 하는 걸 보고 반해버렸어요. 그 계기로 농구를 시작하게 됐어요.

Q. 농구를 처음 했을 때부터 가드였나요?

지금도 프로에서 신장이 작은 편인데 아마추어 시절에도 키가 작은 편이었어요. 보통 농구하는 친구들은 한 번에 쑥 크는 편인데, 저는 꾸준히 조금씩 키가 자라더라고요. 계속 포인트가드와 슈팅가드를 오갔죠. 가드 이외에 포지션은 한 경험은 거의 없어요.

Q. 안양고 시절까지는 준수한 활약을 펼쳤지만, 고려대 진학 이후에는 쉽지 않은 농구 인생이 펼쳐졌어요.

위기가 많았어요. 당시에 경기에 나서지도 못했고, 심각한 부상을 한 번 당했었죠. 사실 고려대 측에서도 ‘농구를 관두는 게 어떻겠냐’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었어요. 그래도 농구를 그만두고 싶진 않았어요. 농구를 너무 좋아하기도 했고, 프로에 반드시 가고 싶었어요. 프로 무대에 진출해서 더 잘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더 연습에 매진했어요. 다른 친구들보다 2~3배는 더 많이했던 것 같네요. 악으로, 깡으로 버텼죠.

Q. 고려대 4학년 때는 드디어 주전으로 경기를 뛰었어요.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어요. 

보통은 4학년 선수들이 주전을 차지하는데, 저는 시즌 개막 직전에도 주전이 아니었어요. 개막 직전에 연세대와 연습 경기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면서 그때서야 베스트5으로 뛸 수 있었어요. 한 줄기 빛을 잡은 느낌이었어요. 3학년 때까지 게임을 뛰지도 못했고, 보여준 게 없었다보니 ‘프로 진출이 가능할까’라는 의심이 있었어요. 당시를 계기로 계속해서 열심히 하다보니 프로에 진출할 수 있었던 것 같네요.

Q. 쉽지 않은 상황 속에서 신인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3순위로 SK에 지명됐어요. 드래프트 당시에 지명 될거란 자신이 있었나요?

정규리그와 MBC배에서 어느 정도 보여준 게 있어서 자신감은 있었어요. 내심 1라운드를 생각하기도 했었어요. 10순위 정도? 그래도 만만치 않더라고요. 2라운드에서 SK에 지명됐는데, 오히려 그게 신의 한 수라고 생각해요. 좋은 팀을 만났다고 생각해요.

Q. 그렇게 원하던 프로에 진출했지만 또 다시 시련이 찾아왔어요. 한동안 경기에 나서지 못했어요. 

만만치 않게 힘들었죠.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해서 스스로 은퇴를 고민할 때도 있었어요. 그래도 대학교 3년을 보면서 버틸 수 있었어요. ‘버티고 프로에 왔는데,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야’라는 생각으로 스스로를 다독였어요. 경기에 못 뛰는 건 나중을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하면서 연습에 몰두했어요.

못 뛰는 것 보다 힘들었던 적이 한 차례 있었어요. 어머니가 모임에 나갔는데 ‘아들에게 은퇴하고 체육교사를 하라고 말하는 게 어떻겠냐’라는 얘기를 들었어요. 그 얘기를 저한테 전해주시는데 제가 더 죄송했어요. 하지만 오히려 그 얘기가 동기부여가 됐어요. 프로에서 버티고 살아남아야 하는 이유가 생겼어요. 반드시 그 사람들에게 내가 틀리지 않았다는 걸 증명하고 싶었어요.

[쿠키인터뷰] 서울 SK 최성원 “악으로, 깡으로 버텼어요”
사진=KBL 제공
Q. 그러다가 2019~2020시즌을 앞두고 팀에 빈자리가 생겼어요. 최원혁, 이현석 선수가 상무에 입단하면서 경쟁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어요. 그때부터 최성원 선수의 스타일이 완전히 바뀌었다는 이야기가 많아요. 

당시에 (최)원혁이형이 상무에 입대를 했어요. 팀에 수비를 할 줄 아는 가드가 필요했어요. 그런데 저는 이전까지 수비를 하는 선수가 아니었어요. 제가 바뀌어야 경기를 나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지금도 수비를 잘 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지만, 상대에게 ‘한 골도 내주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경기를 뛰어요. 그런 마인드로 연습을 하면서 감독님의 눈에 들었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터리픽12 대회에 참가하게 됐죠.

Q. 당시에 슈팅도 이전에 비해 많이 좋아졌잖아요?

슈팅에 대한 생각도 바뀌었어요. 지금 프로무대에서 가장 중요한 게 슈팅이라 생각해요. 그래서 이전에 해오던 걸 버리고 슛 연습을 처음부터 다시 했어요. 폼을 바꾸면서 성공률이 좋아졌어요. 코치님들이 정말 세심하게 지도해줬어요. 코치님들에게 ‘SK에 안 왔다면 나는 평생 슛 안 좋았을 것 같다’라는 이야기를 할 정도로요. 따뜻하게 지도를 받아본 게 처음이었어요. 경기 중에 간간이 3점슛을 넣다보니 출전시간도 점점 늘었던 것 같네요. 
 
Q. 비시즌에 열린 마카오 터리픽12 대회에서 토가시 유키나 랜스 스티븐스 등 이름이 알려진 선수들을 직접 막아봤어요. 어찌보면 터닝 포인트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본인에게 어떤 대회로 기억되나요?

그 대회가 없었다면 지금의 저도 없었을 거에요. 아직도 잊지 못하는 대회에요. 당시에 경험을 주신 감독님께 정말 감사하죠. 랜스 스티븐스와 같은 유명한 선수들과 직접 맞붙으면서 조금씩 성장한 것 같아요. 평생 잊지 못할 경험이죠.

Q. 이후 국내로 돌아오고 본격적으로 팀의 식스맨으로 경기를 뛰기 시작했어요. 42경기를 뛰었습니다. 팀에선 안 될 선수가 되었어요. 기분이 남달랐을 시즌이었을 것 같아요.

프로에서 오랫동안 출전 시간을 가진 게 처음이었어요. 힘들기도 했지만 경기를 뛸 수 있는 것에 너무 감사했어요. 정규시즌이 끝나고 수비 5걸과 식스맨 상을 받았어요. 상을 받고 집에 와선 ‘이게 진짜 내 것이 맞나?’란 생각을 했어요. 일주일 동안은 계속 제 이름이 적힌 것을 확인했을 정도로요. 예전에는 ‘벤치에만 있어도 좋겠다’라는 생각을 가졌는데 말이죠. 아마추어 때부터 상복이 없어서 더 그랬던 것 같네요.

Q. 3번째 시즌을 성공적으로 마쳤지만, 올 시즌에도 만만치 않은 경쟁이 펼쳐졌어요. 신인 오재현이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고, 시즌 막바지에는 상무에서 선수들이 복귀했어요.

사실 신경이 쓰이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죠. 지난 시즌에 처음으로 출전 시간을 늘렸는데 다시 줄어들 수도 있었던 상황이니깐요. 그래도 자신은 있었어요. 경쟁자들과 비교해서 밀릴 게 없다는 자신감이 있었어요. 자신감을 무기로 시즌을 치르니 출전 시간이 더 늘었어요.  처음으로 풀타임 시즌을 소화했어요. ‘나도 가능하구나’란 생각이 들었어요.

Q. 올 시즌 성적을 보니 3점슛이 성공률이 전 시즌에 비해 상승했어요. 비결이 있나요?

지난 시즌까지는 제자리에서 던지는 슛이 많았어요. 상대팀들도 이에 대해서 파악했을 거란 생각을 했고, 제 스스로도 욕심이 생겼어요. 팀원들이 만들어주는 득점 기회 외에도 제가 직접 득점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때부터 2대 2 공격도 많이 연습을 했어요.

팀 성적은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개인 성적은 조금씩 좋아진 것 같아요. 이전에만 해도 코너에만 있었고, 스스로 공격을 할 생각은 해보지도 않았거든요. 올 시즌에는 직접 공격을 해보고 어시스트도 늘어났어요. 경기를 하면서 안정감이 전보다는 늘어난 것 같아요.

Q. 올해에도 수비 5걸에 이름을 올렸어요. 2년 연속이에요. KBL 내 가드들 중에서는 수비로는 손에 꼽힐 정도에요. 현재 본인의 수비가 KBL에서 어느 정도 레벨이라고 생각하나요?

좋게 봐주시니 감사하죠. 아까도 말했지만 제 스스로 수비를 기술적으로 잘 한다는 생각은 안해요. 항상 한 발짝 더 뛰려고 노력하는 것 같아요. 힘들어도 제가 한 발 더 뛰면 우리팀의 실점이 줄어들고 공격 기회가 돼서 이길 수 있는 하나의 장치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KBL에 너무 잘하는 선수들이 많아요. 드래프트 동기인 kt의 허훈과 전자랜드의 김낙현은 정말 다재다능한 선수에요. 득점, 어시스트 등 공격 능력이 너무 뛰어나서 수비하는 입장에서 정말 힘든 선수들이죠. 아직 저는 더 발전해야 해요.

Q. 지금까지 이야기를 들으면 최성원 선수는 정말 악바리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렇게 버틸 수 있었던 원동력이 있을까요?

부모님의 영향이 커요. 정말 고생을 많이 하셨어요. 응원도 많이해주셨어요. 부모님을 보면서 버텼어요. 항상 감사할 따름이죠. 그리고 많은 선수들이 마찬가지겠지만, 누구에게도 지고 싶지 않아요.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그걸 항상 어떻게든 습득하려고 노력해요. 만족하지 않고 더 노력했죠. 그래야 프로에서 살아남을 수 있으니깐요.    

[쿠키인터뷰] 서울 SK 최성원 “악으로, 깡으로 버텼어요”
사진=최성원 측 제공
Q. 곧 있으면 상무에 입대 예정입니다. 기분이 어떤가요? (취재일 기준으로 최종 합격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원래라면 올 시즌이 끝나면 자유계약(FA) 선수에요. 계약을 맺고 상무에 입대하고 싶었는데, 1년 미뤄지게 됐어요. 이게 또 동기부여가 되는 것 같아요. 제가 2022년 12월에 전역이에요. 다음 시즌을 뛰고 FA 자격을 얻어요. 상무에서 준비를 잘 해서 팀에 돌아오고 싶어요. 농구에 더 집중할 수 있는 기회인 것 같아요. 올해보다 더 좋은 평가를 받고 싶어요.

Q. 상무에서 어떤 부분을 보완하고 싶나요?

2대 2 공격은 자신이 있어요. 그런데 점프슛이 아직 좋지 않아서 더 연습하려고요. 지금 상무에 (천)기범이형, (박)지훈이형, (최)성모형 등 좋은 가드들이 많아요. 형들의 장점들을 배우고 싶어요. 상무에서 전역한 후에는 팀의 주축이 되고 싶어요. 주전이 되고 싶죠. 지금은 포인트가드와 슈팅가드를 오가는데, 포인트가드로 자신이 있어요. 온전한 자리에서 묵묵히 뛰고 싶어요.

Q. 앞으로 어떤 선수가 되고 싶나요?

많은 사람들에게 기억되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사람들이 저를 생각했을 때 슛도 좋고, 패스도 좋고, 발전 가능성이 있는 선수란 생각을 해줬으면 해요. 사람들이 기대할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네요.

이제 곧 상무에 입대할 예정인데 팬들이 조금은 아쉬워했으면 좋겠어요. 저를 잊지 말아줬으면 좋겠네요. 상무에서 잘 준비해서 돌아올 때 ‘역시 최성원’이라는 소리를 듣고 싶어요. 잘 준비해서 돌아오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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