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RI "센서 통해 촉감·질감·소리까지 97% 전달"

최문갑 / 기사승인 : 2021-04-22 22:3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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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촉감으로 소통하는 텔레햅틱 개발
- 세계적 압전소재 개발로 소·부·장 국산화 '한 몫'

착용형, 피부 부착형, 신경 햅틱 인터페이스를 통한 텔레-햅틱 모식도.

[대전=쿠키뉴스] 최문갑 기자 = 원격에서 물체를 만져보고 느껴볼 수 있는 촉감 기술을 국내 연구진이 개발했다. 외산 기술에 의존하던 핵심소재 개발에도 성공, 세계 수준의 성능을 나타내며 차세대 햅틱(haptic) 분야 선도에 한 발짝 다가섰다는 평가다.

햅틱은 촉각으로 사용자와 교감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 기술이다. 또, 텔레햅틱은 원격, 가상서 현실 같은 생생한 촉감을 느낄 수 있는 기술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가상·증강현실의 몰입감을 극대화하고 원거리에서도 촉감으로 의사소통할 수 있는 압전소재를 개발, 센서와 액추에이터를 통해 차세대 텔레햅틱(tele-haptic) 기술을 제시했다고 22일 밝혔다.

압전소재는 힘을 가할 경우 전기가 발생하고 전기를 가하면 변형되는 효과를 발생시키는 재료다. 엑추에이터(Actuator)는 동력을 이용해 기계를 동작시키는 장치다.

이 텔레햅틱 기술은 재료 분야 세계 최고의 권위지인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티리얼즈에 지난달 게재되었다.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티리얼즈(Advanced Functional Materials) ’는 재료 분야 세계 최고 권위지(IF: 16.836)’에 가상-증강현실을 위한 햅틱 액추에이터 기술총론을 발표했다.

연구진은 텔레햅틱 기술을 사용해 최대 15 미터(m) 원격에서도 금속이나 플라스틱, 고무와 같은 촉질감을 느끼는 기술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즉 이와 같은 재질특성을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긁었을 때 상대방이 금방 재질이 단단한지, 거친지, 부드러운지 느낄 수 있게 되었다는 뜻이다.

향후 연구진은 한국에 있는 애완견을 미국에서 쓰다듬으며 털의 부드러움까지 느낄 수 있는 기술개발에 도전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원격에서 사물의 촉질감을 느끼려면 센서, 액추에이터, 통신, 구동 드라이버가 필요하다. 연구진은 실험실 수준에서 블루투스 통신을 사용했고 획득 및 재현된 신호가 약 97% 일치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데이터 신호의 전달과정에서 지연이 거의 없어 실시간으로 감각을 느낄 수 있다.

ETRI 연구진은 촉감까지 주고받는 촉각 커뮤니케이션을 구현, 센서로는 촉각 정보를 수집하고 액추에이터는 수집된 정보를 동일한 감각으로 복제·재현해낸다.

연구진이 만들어낸 압전센서는 소·부·장 극복에도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현재 사용 중인 세라믹, 폴리머 압전소재 대비 유연성을 확보하면서도 세계적 수준의 압전 성능을 확보했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압전센서는 고압전성 복합소재 기반의 유연 압전 압력센서다.

ETRI는 그동안 연구진이 10년 넘게 개발해온 센서·액추에이터 관련 원천기술의 덕택으로 이번 성과가 나올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압전 액추에이터에는 기존 단순 적층 세라믹 구조를 뛰어넘는 높은 출력과 변위 특성을 확보할 수 있는 멀티몰프 구조를 적용해 최대 11배의 변위 차이를 이루어냈다. 압전 액추에이터의 빠른 응답성과 높은 출력, 변위 특성은 촉감을 생생하게 재현하도록 만드는 최대 요소이다.

멀티몰프 방식은 다수 적층된 압전소재의 상부층들과 하부층들의 분극 방향을 반대로 하여 변위를 극대화하는 방식이다. 

아울러, 연구진은 약 30 마이크로미터(㎛) 두께의 압전복합체 센서를 유연 기판 위에 인쇄 형성해 최대 13채널(분할)까지 패터닝한 압전센서를 만들었고, 최소 1mm 사이즈의 다양한 압전 액추에이터를 어레이로 제작하여 센서에서 수집된 촉질감 데이터를 그대로 재현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향후 노트북이나 태블릿에 적용할 수 있도록 대면적화하기에도 용이하다.

패터닝된 압전 센서-액추에이터를 통해 두드리거나 누르는 위치 뿐 아니라 표면의 거칠기, 마찰 등의 질감 정보도 제대로 전달할 수 있다. 압전 액추에이터의 진동은 손을 올려놓으면 고스란히 느껴지며 위에 올려놓은 너트가 튕겨 나갈 정도로 강력하다.

특히 이 기술은 원격으로 촉감은 물론 질감, 소리까지 전달할 수 있다. 연구진은‘E T R I’라는 글자를 모스 부호로 전달하여 원격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시연도 성공했다.

압전소재 특성상 저전력으로도 사람이 인지하지 못할 만큼 빠르게 반응하며 구부리거나 누르면 전하가 발생해 전원이 없어도 100 볼트 이상의 순간전압을 생산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순간전압은 순간적으로(1ms 이하) 100V 이상 생산한다. 1ms는 1,000분의 1초다.

연구진은 이 기술의 핵심기술이 ▲고압전성 유연 복합체 센서 ▲고출력 멀티몰프 압전 액추에이터 ▲압전 센서·액추에이터 신호처리 및 구동 ▲복합 촉질감 데이터 제어 및 무선통신 연동 기술 등이라고 밝혔다.

ETRI 김혜진 지능형센서연구실장은 “가상·증강현실용 텔레햅틱 기술은 매장을 방문하지 않고도 제품의 질감을 느낄 수 있다. 향후 자동차나 장애인의 재활, 메타버스 등에 활용될 수 있도록 기술고도화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향후 이 압전소재 기술의 배합·공정·구조설계 기술을 고도화해 출력 및 데이터 수집의 정확도를 높일 계획이며 텔레햅틱 분야 기술경쟁력 선점을 위해 앞장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고압전성 복합소재 및 초저전력 적층형 압전 센서-액추에이터 복합모듈 기술 개발'로 수행했다. ETRI 주관으로 국립한국교통대학교 양태헌 교수와 텍사스주립대학교 김진용 교수팀의 공동 연구로 진행했다.

mgc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