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심나연 PD가 만난 행운의 ‘괴물’

기사승인 2021-04-24 07: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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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인터뷰] 심나연 PD가 만난 행운의 ‘괴물’
심나연 PD. 사진=JTBC

[쿠키뉴스] 인세현 기자=“대본을 처음 봤을 때 정말 재미있었어요. 직관적으로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배우들도 저와 똑같은 생각을 하면서 대본을 봤을 거예요. 한 권의 소설책처럼 눈앞에 그림이 그려지는 대본이었거든요. 꼭 연출하고 싶었어요.” JTBC 드라마 ‘괴물’ 종영 후 화상으로 만난 심나연 PD는 ‘괴물’을 처음 만난 순간을 이처럼 회상했다. ‘괴물’에 한눈에 반한 것이다. 

지난 10일 막을 내린 ‘괴물’은 완성도 높은 대본과 감각적인 연출로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괴요일’만을 기다리는 마니아층을 형성하며 4~6%대 시청률을 기록했고, 종영 후 서비스를 시작한 넷플릭스에서도 상위권에 올랐다. 작품성을 인정받아 제57회 백상예술대상에서 7개 부문 후보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빠른 전개와 자극적인 화면을 내세운 최근 장르극 시장에서 탄탄한 구성과 섬세한 시선을 갖춘 ‘괴물’은 다른 점이 있는 드라마였다.

대본, 연기뿐 아니라 연출도 화제였다. 매회 드라마의 문을 열었던 오프닝이나 여러 미장센이 드라마 마니아들의 눈길을 끌었다. 이에 관해 심나연 PD는 “과분한 칭찬”이라면서도 “모든 스태프가 쉬지 않고 집중하며 일했는데, 이런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다행이다. 만족스러운 것을 넘어서 감사한 마음이다. 앞으로 연출을 더 똑바로 해야겠다, 더 많이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작품 중간엔 시청자 반응을 잘 챙겨보진 못했어요. 두렵기도 하고 흔들릴 것 같기도 했고요. 주변에서 좋은 이야기가 많다고 캡쳐해 보내주셔서 확인했죠. ‘괴요일’ ‘괴물러’ 이런 말들이 만들어졌을 때 고맙고 기뻤어요. 마니아층이 생겼다는 게 실감 나기도 했고요. 시청자들이 이동식(신하균)의 일을 본인의 일처럼 걱정해 마음이 짠했죠.”

[쿠키인터뷰] 심나연 PD가 만난 행운의 ‘괴물’
심나연 PD. 사진=JTBC

심 PD는 ‘괴물’의 인기 비결로 ‘출연진의 조화’를 꼽았다. 주조연을 가리지 않고 모든 캐릭터가 부각된 덕분에 배우들의 연기를 보는 재미가 컸다는 설명이다. 주연을 맡은 배우 신하균과 여진구에겐 깊은 신뢰와 고마움을 드러냈다. 두 사람의 ‘괴물’ 같은 연기력과 선한 인성 덕분에 연출에 집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신하균 배우는 이동식과 정말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 슬프면서도 그로테스크한 동식의 웃음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겠다 싶었죠. 여진구 배우도 스릴러로 만나보고 싶었고요. 함께 작업하기 전부터도 두 배우에 대한 좋은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직접 일해보니 존경스러울 정도였어요.”

‘한여름의 추억’ ‘열여덟의 순간’ 심 PD가 앞서 연출했던 두 작품과 ‘괴물’은 전혀 다른 성격이다. 장르극 연출이 처음이었던 심 PD는 전작과 다른 방법으로 ‘괴물’에 접근했다. 한국 장르물의 수작으로 꼽히는 ‘시그널’ ‘비밀의 숲’ 등을 보며 어떤 부분이 시청자에게 통했는지 파악하는 동시에 ‘괴물’ 만의 특징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괴물’ 만의 배경이 탄생했다. 적재적소에 쓰인 음악도 ‘괴물’의 정서를 살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장면을 음악으로 만들었어요. 이런 장면에서 어떤 음악이 들어가면 좋을지 정하고 음악감독님이 곡을 만들었죠. 메인 테마는 만양과 어울리면서 이동식의 인생을 반영하는 노래인데, 최백호 선배님이 그 느낌을 잘 살려주셨어요. 그 노래가 ‘괴물’의 분위기를 형성한 것 같아요.”

‘괴물’은 피해자와 남겨진 사람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드라마였다. 추적극의 장르적 쾌감이나 복수의 통쾌함보다 피해자에 대한 연민과 단단한 주제 의식이 돋보였다. 심 PD는 드라마 속 피해자 묘사에 관해 "작가가 생각하는 사회적인 메시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작품이 너무 잔인하게 치우치고 오락적이면 안 된다는 책임감이 있었다”면서 “2차 가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극화하는 중간점을 찾는 것에 주력했다”고 말했다. 

심 PD에게 ‘괴물’은 행운이었다. 드라마가 삶의 가치를 보여줘야 한다는 개인의 생각에 부합한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앞으로 작업하고 싶은 작업도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작품을 만드는 것이다. 

“의미도 있고 재미도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어요. 작품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주고 싶은지 꾸준히 생각하죠. 작은 움직임이지만 작품을 연출하며 책임감을 느끼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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