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오줌과 성(性)] 남자들의 팬티 건강학

남성 건강 챙기려면 맵시보다 '통풍'

기사승인 2021-04-26 09: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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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오줌과 성(性)] 남자들의 팬티 건강학

글⋅ 심봉석 이대목동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흔히 팬티라고 부르는 속옷의 정확한 명칭은 언더웨어로, 체온을 유지하고 땀이나 분비물에 겉옷이 더러워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피부에 바로 밀착해서 입는 옷이다. 16세기 경 프랑스에서 처음으로 드로즈 스타일의 팬티를 입기 시작하였다. 중세 이후 동서양을 막론하고 반바지 형태의 속옷을 입었는데, 입고 벗거나 활동하기에 불편하였다. 1952년 일본의 사쿠라이 부인이 손자들의 반바지 팬티가 자꾸 말려 올라가는 것을 보고 삼각팬티를 개발하였다.

1930년대 미국 시카고의 죠키 속옷회사가 남성용 사각팬티를 출시하면서 본격적인 의류로 자리 잡았다. 지금은 다양한 형태와 색색의 팬티가 팔리고 음낭이나 음경을 넣는 주머니가 따로 달린 특수형 팬티도 있다. 엉덩이가 쳐지고 배가 나온 중년남성들을 위한 보정속옷도 판매된다. ‘패션의 시작은 팬티’라는 속옷회사의 광고 문구도 있지만, 골반건강은 팬티의 디자인의 좋고 나쁨과는 전혀 다른 문제이다.

팬티의 역할 중 하나는 남성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음경과 음낭의 보관(보호?)이다. 두 기관은 모양은 다르지만 공통점이 많다. 피부가 내용물에 비해 더 넓고, 색소 침착이 많아 색이 어둡고 땀샘이 많아 축축하다. 음경은 생식과 배뇨, 음낭은 생식과 내분비, 두 가지 기능을 하는데, 음낭이 팬티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

골반과 엉덩이를 꽉 조여 주는 보정속옷이나 삼각팬티가 섹시한 신체라인을 만들어 주지만 팬티 속에서 압박을 받아야 하는 음낭은 힘들어진다. 열을 발산시키기가 어려워 낮은 온도를 유지할 수가 없고, 혈액 순환이 되지 않아 정자나 테스토스테론의 생성이 감소된다. 남성 건강과 속옷이 관계가 있다 혹은 그렇지 않다는 여러 연구들이 있다. 2018년 하버드대학이 수행한 남성의 정자 건강과 속옷과의 관계에 대한 연구에 의하면, 헐렁한 사각팬티를 입는 남자들이 꽉 끼는 삼각팬티에 비해 정액에서 정자의 농도는 25%, 숫자는 17% 가량 높게 나타났다.

생식기 주변에 많은 아포크린샘의 땀에는 지질이나 유기물질이 섞여 나온다. 바람이 잘 통하지 않아 제 때 건조되지 않으면 세균에 의해 변질되어 홀아비 냄새라 불리는 고약한 악취를 풍긴다.

냄새를 없애기 위해서인지 아니면 다른 목적이 있는지는 몰라도, 향수를 팬티 속이나 음모에 뿌리는 사람들이 있다. 화학물질이 함유된 향수는 성기 주변의 민감한 피부를 자극하여 불쾌감을 유발하고, 땀이나 소변과 합쳐지면 더 괴상한 냄새를 만든다. 하반신을 꽉 죄는 속옷이 골반과 엉덩이를 압박하면 근육의 긴장도가 높아지고 혈액순환을 방해하여, 만성전립선염, 방광통증 증후군, 과민성방광염, 배뇨장애의 위험도를 높인다.

남성건강을 유지하고 퀴퀴한 냄새를 풍기지 않으려면, 맵시는 덜 나더라도 통풍이 잘 되고 땀 흡수가 좋은 면 소재의 헐렁한 사각팬티가 좋다. 더 중요한 것은 자주 갈아입고 샤워를 자주해서 골반을 깨끗하게 유지하는 것이다.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