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래드 피트’부터 ‘김기영’까지… 오스카 수놓은 윤여정의 순간들

한국 배우 최초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유머-감동의 수상 소감

기사승인 2021-04-26 12:3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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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래드 피트’부터 ‘김기영’까지… 오스카 수놓은 윤여정의 순간들
사진=EPA 연합뉴스

[쿠키뉴스] 이준범 기자 = 재미와 감동이 있었다. 지난해 한국영화 ‘기생충’이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네 차례 트로피를 받은 데 이어, 올해는 한국배우 윤여정이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무대에 오른 윤여정은 시상자인 배우 브래드 피트에게 인사하고 함께 후보에 오른 글렌 클로즈에게 존경을 표했다. 소감 마지막에 외국인들은 잘 모르는 故 김기영 감독을 언급하기도 했다. 아카데미 시상식장을 웃음과 감동으로 쥐락펴락한 윤여정의 여우조연상 수상 순간을 들여다봤다.

 
 “브래드 피트, 영화 찍을 때 어디 계셨나요”

이날 윤여정은 수상 소감으로 세 번의 웃음을 안겼다. 윤여정은 “브래드 피트님, 드디어 만나 감사하다. 저희가 영화를 찍을 때 어디 계셨나요”라며 시상자인 브래드 피트가 ‘미나리’의 제작자라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드러내 웃음을 줬다. 브래드 피트는 지난해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로 남우조연상을 수상해 여우조연상 시상자로 무대에 올라 윤여정의 이름을 호명했다. 그는 영화 '미나리'의 제작사 플랜B를 운영하고 있다.

윤여정은 수상 소감 도중 자신의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꺼내 즐거움을 줬다. 그는 “저는 한국에서 왔다. 제 이름은 윤여정”이라며 “유럽분들은 저를 ‘여 여’라고 하거나, ‘유정’이라고 부르는데 오늘밤 제가 모두 용서해드리겠다”고 유쾌하게 소개했다. 가족 이야기도 꺼냈다. 윤여정은 “두 아들에게도 감사하다”며 “두 아들이 저한테 일하러 나가라고 종용한다. 아이들의 잔소리 덕분에 엄마가 열심히 일했더니 상을 받게 됐다. 감사하다”고 말해 다시 한 번 웃음을 자아냈다.

 

 “오늘 운이 더 좋아서 이 자리에 있는 것 같아요”

윤여정은 함께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배우들에게도 감사를 보냈다. 윤여정은 “전 사실 경쟁을 믿지 않는다”며 “제가 어떻게 글렌 클로즈와 같은 대배우와 경쟁하겠나. 클로즈의 훌륭한 연기를 너무 많이 봤다”고 존중의 뜻을 표했다. 이어 “후보에 오른 배우들 모두 각각 다른 역할을 다른 작품에서 해냈다. 우리가 서로 경쟁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저는 오늘 이 자리에 운이 더 좋아서 있는 것 같다”고 겸손한 소감을 전했다.

윤여정은 앞서 지난 12일 포브스 인터뷰에서도 “나는 배우들 간 경쟁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그는 “모두 영화에서 다른 역할을 하고 있고, 비교할 방법이 없다. 후보 지명만으로도 (후보에 오른) 다섯 명이 모두 승자다. 사람들은 서로 경쟁하기를 좋아하지만, 난 그게 싫다. 이건 올림픽이 아니다”라고 소신을 드러낸 바 있다.



 “한국 배우를 환대해주느라 상을 주신 건지도 모르겠어요”

윤여정은 한국배우의 정체성을 적극적으로 드러냈다. 윤여정은 이날 시상식 레드카펫 인터뷰 중 “나는 한국인으로서 처음으로 오스카상 후보에 올랐다”며 “매우 역사적인 순간”이라고 말했다. 또 수상 소감 도중 “한국 배우를 환대해주느라 상을 주신 건지도 모르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수상 소감 마지막에 故 김기영 감독 이야기를 꺼내기도 했다. 윤여정은 故 김기영 감독을 ‘천재적인 감독’(Genius Director)라고 소개하며 “저의 첫 영화를 함께 만든 첫 감독이었다”라며 “여전히 살아계셨다면 저의 수상을 기뻐해주셨을 것”이라고 말했다. 故 김기영 감독의 ‘하녀’ 3부작 중 두 번째 작품인 ‘화녀’(1971)는 윤여정의 영화 데뷔작이다. 당시 윤여정은 시골에서 상경해 부잣집에서 일하는 가정부 명자 역을 맡아 파격적인 연기로 제10회 대종상영화제 신인상, 제8회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 제4회 시체스 국제판타스틱영화제 여우주연상을 휩쓸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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