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취재] 현대판 '넝마주이' 즐비한 나라 ... 심각한 '노인빈곤' 방치할 건가

- OECD 국가 중 노인 빈곤율 세계 1위 ‘최악’ ... 다각도 대책 세워야
- 생활고 노인 증가 ... 우리 각자 '노인 자화상'은 행복한가

입력 2021-04-27 12:3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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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취재] 현대판 '넝마주이' 즐비한 나라 ... 심각한 '노인빈곤' 방치할 건가
폐품수집을 하는 노인. 카트에 쓸만한 재활용품이 있는지 쓰레기 더미를 뒤지고 있다. 사진=한상욱 기자.

[대전=쿠키뉴스] 한상욱 기자 = 넝마주이. 낡고 해져서 입지 못하게 된 옷이나 천조각, 헌 종이, 빈병 등 돈이 될 만한 것을 주워 모으는 사람. 국어사전에 나온 말이다. 오늘날 이 말을 아는 젊은층은 그리 많지 않다.

일제시대부터 8.15 해방이후 경제발전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198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이들을 거리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망태기와 집게를 이용해 폐품을 수집해 판매하던 이들은 1960년대부터 정부가 관리에 들어가 법으로 등록한 자만이 활동할 수 있었고, 그렇치 않은 경우에는 처벌을 받았다.

폐품수집으로 생활비 버는 ‘현대판 넝마주이’

초라한 옷차림, 거지와 다를 바 없었던 그들은 다리 밑이나 노숙생활을 하며 지냈고 이들의 주 생활원은 거리의 폐품과 쓰레기 더미에서 건진 생활용품 등이었다.

이들은 나이를 불문하고 사회적 차별과 대중의 기피대상이었다. 이후 관리와 통제, 경제의 상승과 고용, 생활수준의 향상 등으로 점차 사라져 갔으며 지금은 거의 볼 수 없다.

이른 아침부터 저녁, 새벽녘까지 거리의 폐품과 종이박스, 쓰레기 더미 속에서 생활비를 벌기 위해 넝마통이 다시 움직이고 있다. 등에 짊어지던 망태기가 아닌, 손으로 끄는 보조 보행기, 유모차, 카트 등을 이용해 종이박스를 줍거나 돈이 될 만한 것이라면 어김없이 주워서 모으고 있는 사람들. 그들은 다름 아닌 할머니, 할아버지들이다.

무엇이 할머니, 할아버지들에게 종이박스를 줍고 폐품을 팔아 생활을 하게 만들었을까. 아니 소일거리로 하는 것은 아닐까.

한국, OECD 국가 중 노인 빈곤율 세계 1위 ‘최악’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대한민국 국민 삶의 질’에 따르면, 2020년 기준 65세 이상 노인수는 812만5432명으로 우리나라 전체 인구 5182만명 중 15.7%를 차지한다. 기초노령연금 수급자는 446만8126명이며, 이중 특례 노령연금 수급자는 135만3482명으로 30.3%에 해당한다. 특례노령연금이란 1988년, 1995년 및 1999년도 제도 도입 및 확대 당시 가입기간 충족이 어려운 고령자들을 위해 5년 가입으로 연금을 수령할 수 있도록 특례 시행한 제도다.

65세 이상 노인 1인가구는 158만9371명으로 노인인구 전체의 19.6%이며 2019년 기준 노인 사회적 고립도는 36.6%에 달한다. 사회적 고립도는 '집안일을 부탁하거나', '이야기 상대가 필요한 경우' 둘 중 하나라도 도움을 받을 곳이 없는 사람의 비율이다.

사회적 고립도는 사회적 자본의 중요한 축을 구성하고 있는 사회적 관계망이 얼마나 촘촘하며 효율적인지를 보여주는 지표로, 사회적 유대가 얼마나 넓게 퍼져 있는지를 보여준다.

한국의 노인빈곤율은 2019년도 기준 41.4%로 OECD국가중 1위로 최악이다.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에 의료급여는 왜 빠졌나

기초노령연금은 2008년 1월 1일 시행에 들어가 2012년 7월부터 65세 이상 소득 하위 70%의 노인들에게 월 20만원의 연금이 지급됐다. 이후 ▲국민연금을 받지 않는 무연금자 ▲국민연금 월 급여액(국민연금법 제52조에 따른 부양가족연금액 제외)이 450,000원 이하인 자 ▲국민연금의 유족연금이나 장애연금을 받는 자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권자, 장애인 연금을 받는 자 등에겐 기준 연금액인 30만원이 지급된다.

2020년 1인 가구 기초생활수급비는 총 54만8349원으로, 여기에 기초노령연금 30만원을 지급받으면 정부로부터 받는 지원금은 총 84만8349원이다. 그러나 정부는 기초생활수급을 받는 노인이 기초연금까지 받으면 ‘중복급여’라며 ‘소득역전’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이유로 이를 수급비에서 삭감했다. 때문에 기초생활수급비를 받는 독거노인의 경우 총 급여비는 54만 8349원이다.

그러나 주거비와 전기세, 수도세 등 각종 세금을 제외하고 한달 식료품비를 포함하면 손에 쥐는 돈은 거의 없다.

2020년 8월 정부는 ‘제2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을 발표하고 생계급여의 부양의무자기준을 폐지했으나 가장 돈이 많이 드는 의료급여는 빠져있었다. 단돈 몇 만원이 없어 병원을 가지 못하는 노인들은 건강에 가장 필요한 의료급여 제외 조치가 절망일 수 밖에 없다. 아파도 병원을 갈 수 없다.

여성노인 빈곤문제는 더 심각하다. 중-장년 여성들은 남성에 비해 낮은 직업경력과 가정에서의 돌봄 노동 전담, 노동시장에서의 성차별로 인한 저소득이나 빈곤 문제가 더욱 심각한 실정이다.

그리고 이들이 노인으로 접어들면 빈곤은 더욱 가속화하고 이렇다 할 수입이 없는 그들로서는 거리로 나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65세 노인이 받을 수 있는 혜택들을 70세로 바꾸는 법안들과 주장들이 공공연히 논의 되고 있다. 점점 더 생활형편이 어려워지고 있는 사회 곳곳의 노인을 위한 복지는 여전히 낙후돼 있다.

사회적·경제적 소외 속 방치된 노인들

노인들이 설 곳은 많지 않다. 대부분의 노인들이 그동안 쌓아왔던 경제적 부는 자식들을 위해 대부분 사용했고 자신의 삶을 위해 투자한 이들은 그리 많지 않다. 시대가 변하면 변할수록 변화되는 속도에 따라갈 수 없는 노인들은 사회적, 경제적, 정보의 소외감에 삶은 점점 더 메말라가고 퍽퍽해 지고있다.

한편으로는 정부가 행하는 노인일자리 사업 등은 대부분 단기성에 그치고(공공근로사업 등) 지속적이지 않아 그들의 기본적인 삶을 보장해주지 못하고 있을뿐더러 그마저 그런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노인들은 더욱더 심한 경제적 압박에 생존의 여부도 불투명하기에 이르렀다.

고령층이 사회의 주류에서 이방인으로, 관심 밖의 대상이 되면서 노인문제는 심각한 현실에 직면하고 있다. 갈 곳을 잃은 노인들, 생활고로 고통받는 노인인구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우리 각자의 노인 자화상은 이와 다를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까.

swh1@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