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석, 쿠팡 지배하지만 총수 아냐…현행법 한계”

“외국계 기업집단 사례에서는 국내 최상단회사 동일인으로 판단”
공정위 “동일인 지정 요건 개선할 것”

기사승인 2021-04-29 12: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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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석, 쿠팡 지배하지만 총수 아냐…현행법 한계”
▲사진=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쿠팡 제공

[쿠키뉴스] 신민경 기자 =쿠팡 김범석 이사회 의장이 대기업 동일인(총수) 지정에서 제외됐다.

29일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2021년 공시대상기업 집단에 8개 기업이 신규 지정됐다고 밝혔다. 쿠팡, 한국항공우주산업(KAI), 현대해상화재보험, 중앙, 반도홀딩스, 대방건설, 엠디엠, 아이에스지주 등이다. KG는 제외됐다.

사상 첫 외국인 총수는 탄생하지 않았다. 초미의 관심사였던 김범석 쿠팡 의장이 총수 지정에서 제외된 것. 공정위는 창업자 김범석(미국인)이 미국법인 ‘Coupang, Inc.’를 통해 국내 쿠팡 계열회사를 지배하고 있지만 기존 외국계 기업집단의 사례에서는 국내 최상단회사를 동일인으로 판단해온 점을 이유로 들었다.

현행법도 역부족이었다. 경제력집중 억제시책이 국내를 전제로 설계돼 있어 외국인 동일인을 규제하기에 미비한 부분(동일인관련자의 범위, 형사제재 문제 등)이 있었다고 김재신 공정위 부위원장은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범석을 동일인으로 판단하든 ‘쿠팡㈜’를 동일인으로 판단하든 현재로서는 계열회사 범위에 변화가 없는 점도 고려했다”고 부연했다.

쿠팡 외 신규 지정된 기업 총수를 살펴보면 ▲KAI ‘한국항공우주산업㈜’ ▲현대해상화재보험 ‘정몽윤’ ▲중앙 ‘홍석현’ ▲반도홀딩스 ‘권홍사’ ▲대방건설 ‘구교윤’ ▲엠디엠 ‘문주현’ ▲아이에스지주 ‘권혁운’ 등이었다.

기존 대기업 중 총수 지정이 바뀐 사례도 있다. 현대자동차(정몽구→정의선)와 효성(조석래→조현준)이다. 

공정위는 올해 처음 지정자료 제출 전 총수 확인 절차를 시행했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정의선 회장 취임 후 대규모 투자 결정·주력회사 임원 변동·계열사간 합병·기아자동차 사명 변경 등 경영 주요 변동사항이 있었다. 이에 공정위는 실질적 지배력이 정의선 회장에게 전이된 것으로 판단했다.

효성도 비슷했다. 조현준 회장 취임 후 지배구조 개편, 대규모 투자 결정, 주력회사 임원 변동, 계열사간 합병 등 주요 변동이 있던 것이다.

김 부위원장은 “기업집단을 사실상 지배하고 있는 2세들을 동일인(총수)으로 판단해 권한과 책임을 일치시킬 필요가 있다”며 “동일인을 기준으로 동일인관련자, 나아가 기업집단의 범위가 설정된다는 점에서 동일인을 현행화해 사익편취 등 규제 사각지대를 방지하고 규제의 실효성을 더욱 제고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올해 대기업집단(자산총액 5조원 이상)은 71개로 집계됐다. 역대 최다 기록이다. 소속회사는 2612개로 확인됐다. 매출액이 가장 많이 증가한 집단은 삼성(+11.3조원), 셀트리온(+1.7조원), 부영(+1.6조원) 순이었다. 반면 매출액이 가장 많이 감소한 집단은 SK(△21.8조원), GS(△13.6조원), 현대중공업(△9.2조원) 순이다.

당기순이익은 LG(+3.3조 원)가 가장 많이 증가했다. SK(+1.9조원), KCC(+0.9조원)가 뒤를 이었다. 당기순이익이 가장 많이 감소한 집단은 현대자동차(△4.2조원), 롯데(△3.2조원), 두산(△2.0조원) 순이었다.

공정위는 이번 대기업집단 지정 결과에서 현행법 한계가 있다고 인정했다. 김 부위원장은 “이번 지정을 계기로 동일인 정의·요건, 동일인관련자의 범위 등 지정제도 전반에 걸친 제도개선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며 “연구용역을 통해 동일인의 정의·요건·확인 및 변경 절차 등 동일인에 관한 구체적인 제도화 작업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동일인의 정의·요건 등에 관한 명확한 규정이 없어 제도의 투명성이나 예측가능성이 떨어지는 측면이 있다”며 “정책환경이 변화해 외국인도 동일인으로 판단될 수 있는 사례가 발생했으나 현행 규제가 국내를 전제로 설계돼 있어 당장에 외국인을 동일인으로 판단 규제하기에는 집행가능성 및 실효성 등에서 일부 문제되는 측면이 있다”고 부연했다.

기업집단 효과적 규제 집행 방안, 동일인관련자 범위의 현실 적합성 등도 검토한다. 김 부위원장은 “지정 제도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 및 개선을 추진하여 규제 사각지대를 방지하고, 규제의 현실적합성·투명성·예측가능성을 높여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smk5031@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