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화보 아니었어?” 교육청 학폭 포스터에 ‘갸우뚱’

기사승인 2021-04-30 15: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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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 화보 아니었어?” 교육청 학폭 포스터에 ‘갸우뚱’
인천광역시교육청.

[쿠키뉴스] 정진용 기자 = 인천광역시교육청에서 만든 학교폭력(학폭)·자살 예방포스터가 경각심을 충분히 전달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연예계·스포츠계에서 학폭 폭로가 잇따르며 인식 개선이 중요한 시기에 아쉬움이 남는다. 

시교육청은 29일 학교폭력·자살 예방 메시지를 담아 ‘우린 널 믿어’ 캠페인 포스터를 공개했다. 포스터는 2편으로 만들어졌다. 둘 다 시교육청 홍보대사 가수 겸 배우 옹성우 얼굴을 확대한 흑백 사진이 포스터를 가득 채웠다. 첫번째 편은 옹성우의 단호한 표정과 ‘하지마 #학교폭력 #사이버폭력 #자살’이 적혔다. 두번째 편은 웃는 표정과 함께 ‘전화해 #117 #1388 #선생님’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포스터는 내달 둘째 주부터 관내 학교와 직속 기관 등 700여 곳에 배포된다. 옹성우는 재능기부로 참여했기 때문에 따로 보수는 없다. 옹성우는 2019년부터 3년째 시교육청 홍보대사 활동을 하고 있다. 디자인은 업체에 의뢰하는 비용으로 400만원 정도가 들었다. 옹성우가 출연한 캠페인 영상도 다음주 공개될 예정이다. 

시교육청은 보도자료를 내 “‘하지마’ 포스터는 학교폭력, 극단적 선택 등 행동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전화해’ 포스터는 혼자가 아니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고 홍보했다. 

포스터를 본 시민의 반응은 엇갈렸다. 먼저 “학폭 예방 포스터라는 설명을 듣지 않았다면 연예인 개인 화보나 앨범 표지인 줄 알았을 것”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서울에 거주하는 직장인 이모(29·여)씨는 “‘학교폭력 하지마’는 너무 당연하고 뻔한 이야기 아닌가”라며 “공공기관에서 만드는 포스터라면 좀 더 고민하고 만들어야 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전혀 메시지가 전달되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었다. 직장인 최모(28)씨는 “연예인 얼굴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학폭 예방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 든다”고 했다.
“연예인 화보 아니었어?” 교육청 학폭 포스터에 ‘갸우뚱’
보건복지부의 청소년 흡연 예방을 위한 광고 ‘노담(No 담배)’ 포스터.

반면 천편일률적인 공공기관 포스터 틀에서 벗어나 아이들 눈높이에서 만들었다는 평가도 있었다. 수도권 한 중학교 교사 김모(30·여)씨는 “너무 뻔하고 익숙한 포스터는 학생이 쳐다보지도 않는다”면서 “유명 연예인 얼굴로 눈길을 잡고 SNS상에서 널리 공유될 수 있는 디자인을 고민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전문가의 의견은 어떨까. 이현숙 사단법인 탁틴내일 아동청소년성폭력상담소 상임대표는 “포스터에 담을 수 있는 내용이 한정될 수밖에 없다”면서도 “이를 고려해도 담긴 메시지가 지나치게 단순한 측면은 아쉽다”고 말했다.

특히 ‘하지마’ 포스터에 극단적 선택에 대한 내용이 담긴 부분을 지적했다. 이 대표는 “극단적 선택을 생각하는 학생은 심리적으로 힘든 상태다. 위로와 공감이 필요하다”며 “그런 학생에게 명령하듯 ‘자살하지마’라는 문구가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학폭이 나쁘고 신고를 어디에 할지 환기해주는 것도 필요하다. 그렇지만 좀 더 학생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메시지가 들어갔으면 좋았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시교육청 정책홍보팀 관계자는 “연예인 화보처럼 보이지 않기 위해 흑백톤에 홍보대사의 옷차림도 단정하게 했다”면서 “보건복지부의 청소년 흡연 예방 광고 ‘노담(No 담배)’ 포스터를 많이 참고했다. 최대한 MZ세대 눈높이에 맞춰 강렬하고 한 눈에 들어오는 이미지를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jjy4791@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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