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리뷰] 바가지 머리 소년, 태민으로 성장하다

이은호 / 기사승인 : 2021-05-03 00: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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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뉴스] 이은호 기자 =소년의 별명은 ‘음치’였다. 가수가 되고 싶은 소년에게 친구들은 ‘노래하기 좋은 목소리가 아니다. 춤만 추는 게 좋겠다’고 권했다. 13세가 되던 해, 소년은 대형 기획사 문을 두드렸다. 연습생을 뽑는 오디션에서 그는 말했다. “가수가 된다면 열심히 노력하고 죽을힘을 다하겠습니다.” 그룹 샤이니 멤버 태민의 이야기다.

2일 오후 네이버 브이라이브로 생중계된 온라인 콘서트 ‘비욘드 라이브 - 태민 : 네버 고나 댄스 어게인’(Beyond LIVE - TAEMIN : N.G.D.A)은 ‘죽을힘을 다해 노력하겠다’던 태민의 말이 허투가 아니었음을 증명하는 자리였다. 2시간동안 20여곡 무대를 선보인 이날 공연에서 태민은 가수로 활동하던 지난 14년을 응축해 보여줬다. 관객들은 채팅으로 “태민이의 짝꿍들은 늘 이 자리에”라는 인사를 쏟아내며 그를 격려했다.

시작은 의외였다. 화려한 퍼포먼스 대신 차분한 분위기인 ‘안아줄래’와 ‘사랑인 것 같아’를 연달아 들려줬다. 타고난 춤꾼으로 알려진 태민이 사실은 목소리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뮤지션임을 확인할 수 있는 무대였다. 이후 공연은 말 그대로 볼거리가 넘쳐났다. 서늘한 기운이 일품인 ‘헤븐’(Heaven)에선 경사진 무대를 활용한 퍼포먼스로 웅장한 분위기를 자아냈고, ‘도어’(Door) 무대에선 양팔과 허리에 흰 끈을 연결해 치명적인 느낌을 줬다.

증강현실(AR)이나 컴퓨터그래픽(CG) 등 첨단기술에 기대기보단, 무대 규모와 자신의 장기를 활용한 연출이 돋보였다. “관객 여러분과 같은 장소에 있었다면 좋을 텐데 아쉬움이 크다”는 태민의 말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 건 그래서였다. 가수와 호흡을 공유하지 못한다는 비대면 공연의 태생적인 한계 외에도, 거대하게 펼쳐진 그의 무대는 화면을 통하지 않고 직접 봐야 그 맛이 살리라는 직감이 들었다. 태민은 “비대면 공연은 현장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어서, 어떻게 해야 화면에 잘 나올 수 있을까 고민했다”며 “헬리캠이나 360도 카메라로 생동감을 준 게 (대면 공연과) 차별화한 점”이라고 설명했다.

공연 하이라이트는 태민의 여정을 짚은 영상과 이어진 신곡 ‘어드바이스’(Advice) 무대였다. 영상 촬영을 위해 데뷔곡 ‘누난 너무 예뻐’ 활동 때의 ‘바가지 머리’를 재연했다는 태민은 “민망했다. 잠깐 망치로 머리를 때려서 기절했다가 일어나고 싶었다”며 웃었다. 이어진 ‘어드바이스’는 태민이 오는 18일 발매하는 세 번째 미니음반의 타이틀곡이다. 그간 불러왔던 노래들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인데다가 곡 구성이나 창법이 독특해 팬들을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안무는 앞서 태민과 여러 번 호흡을 맞췄던 안무가 캐스퍼가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나이로 16세 때 데뷔해 30세를 눈앞에 둔 태민의 지난 14년은 도전과 노력의 연속이었다. 초등학생 때부터 명절과 성탄절을 연습실에서 보냈고, 새벽 늦게까지 연습을 하다가 연습실에서 쪽잠을 자기도 했다. 누나 팬을 겨냥하며 데뷔했지만 연하남 이미지에 자신을 매어두지 않았다. 때론 환상적인 분위기로, 때론 성 경계를 무너뜨린 콘셉트로 자신의 영역을 넓혀왔다. 이달 말 입대해 육군 군악대로 복무하게 된 태민은 “팬 여러분에게 더욱 아낌없이 줄 수 있는 사람이 돼 돌아올 테니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

wild37@kukinews.com / 사진=네이버 브이라이브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