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개기 알바’ 이대로 괜찮나요?

조현지 / 기사승인 : 2021-05-04 05: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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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단시간 근로자, 전년 대비 16% ↑… 20.6%가 “추가 근무 희망”
류호정 “쪼개기알바방지법 발의 촉구… 법 사각지대 알바 보호해야”

사진=연합뉴스

[쿠키뉴스] 조현지 기자 =쪼개기 알바 성행에 정치권이 움직였다. 주휴수당 제외규정을 삭제하는 등 단기 아르바이트(알바)생을 보호하는 법 발의를 준비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에 고용주에게 과도한 책임을 떠넘긴다는 지적이 나왔다. 높아진 최저임금부터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여파까지 경영난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임금을 더 올리면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이 고용을 유지할 수 없다는 것.

정치권에선 노동자 권리와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을 함께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약자를 돕겠다는 정책인 만큼 을과 을의 싸움을 조장하는 것이 아닌 포괄적인 지원 방안을 정치권이 고민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초단시간 근로자 20.6% “더 일하고 싶다”

쪼개기 알바는 아르바이트생을 초단시간 고용하는 것을 뜻한다. 주 15시간 미만 근무 노동자에게 유급휴일이 적용되지 않는 점을 이용해 주휴수당 지급을 회피한다. 기존 1명이 주 30시간을 근무했다면 아르바이트생 3명을 뽑아 주 10시간씩 일하도록 계약하는 방식이다.

최근 ‘쪼개기 알바’는 증가 추세를 보였다. 통계청 2021년 3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36시간 미만 취업자는 588만6000명으로 1년 전 같은 달보다 83만6000명(16.6%) 증가했다. 36시간 미만 취업자는 대개 전일제 근로자가 아닌 시간제 근로자(파트타임 아르바이트 등)로 분류된다.

하루 근무시간이 4시간도 채 되지 않는 초단시간 근로자(주5일제 기준)는 특히 급증했다. 근로 시간별로 세분화할 경우 주 1∼17시간 일한 사람이 215만 8000명으로 1년 새 56만5000명(35.5%) 늘었다. 주 18∼35시간 일한 사람은 372만8000명으로 27만2000명(7.9%) 증가했다.

이들 5명 중 1명은 어쩔 수 없이 단시간 근로에 묶여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동향 마이크로데이터를 보면 전체 36시간 미만 취업자의 20.6%인 121만5000명이 ▲현재보다 일하는 시간을 늘리고 싶거나 ▲다른 일을 하고 싶거나 ▲더 많이 일할 수 있는 일로 바꾸고 싶은 상태라고 답했다. 계속 그대로 일하고 싶다는 467만 명이었다.

정의당 류호정 의원(가운데)과 청년유니온이 지난달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분수대 앞에서 '청년 쪼개기 알바 방지법' 발의와 관련해 기자회견하고 있다. 사진=류호정 의원실

류호정 “우리 청년들은 ‘알바’하지만… 제대로 보호받지 못한다”

초단기 알바 증가 현상에 정치권이 움직였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지난달 5일 기자회견을 통해 ‘청년 쪼개기 알바 방지법’을 소개하고 동료 의원의 참여를 촉구했다. 류 의원이 준비한 ‘쪼개기 알바 방지법’은 ▲근로기준법 개정안 ▲근로자 퇴직급여 보장법 개정안 등 2개 법안으로 구성됐다. 

먼저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유급휴일 적용제외 규정을 삭제, 주휴수당을 지급하자는 내용을 담았다. 류 의원은 “단순히 노동시간이 짧다는 이유로 유급휴일을 부여하지 않는 것은 휴식권에 대한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이라며 “사업자에게 초단시간 노동자 고용을 확대할 이유를 제공하는 것과 같다”고 꼬집었다.

근로자 퇴직급여 보장법 개정안은 모든 노동자(단, 계속근로기간 4주 미만 노동자는 제외)에 대한 예외규정을 삭제하도록 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지난 2017년 11월 초단시간 노동자에 대한 주휴수당, 사회보험, 퇴직금, 연차, 유급휴가 등에 차별을 두지 않도록 관련 법 개정을 권고한 바 있다. 그러나 권고 이후 아무런 제도개선 논의가 진행되지 않았다고 류 의원은 지적했다.

이에 류 의원은 “오늘도 우리 사회 청년들은 ‘알바’한다. 어려운 살림에 생활비나 학비를 보태야 하기 때문이다.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알바 노동자’의 노동권을 위해 본 법안을 성안했다”며 “동참할 다른 당의 동료 의원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자회견에는 청년유니온 이채은 위원장, 청년정의당 강민진 대표, 전국여성노동조합 모윤숙 사무처장이 참석해 법안 발의에 힘을 실었다. 이 위원장은 “15시간이라는 커트라인이 생긴 건 짧은 시간의 노동이 생계 목적이 아니라는 시대착오적인 판단 때문”이라며 “노동의 가치를 시간에 따라 다르게 부여하는 차별적인 대우, 가족 부양을 위한 노동이 아니어서 주휴수당을 받지 않아도 된다는 가부장적인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사장님 저 주휴수당 안 줘도 되니까 근무시간 좀 늘려주세요”

지난달 19일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주휴수당 폐지를 주장하는 글이 올라왔다. 5년 차 소상공인이라고 밝힌 청원인은 ‘쪼개기 알바’에 대한 현실을 토로하며 “주휴수당으로 인해 고통받는 건 자영업자뿐만이 아닌 알바생들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청원인은 “얼마 전 주말 알바생이 ‘주휴수당 안 줘도 되니 근무시간 늘려달라’고 말했다. 이 알바생은 토·일 7시간씩 총 14시간을 근무한다”며 “주휴수당 때문에 근로인원을 쓰는데 주저하게 된다면 잘못된 정책 아닌가”라고 물었다. 

이어 “팔아도 남는 게 없다. 현 대한민국 자영업자의 현실”이라며 “근로자의 최소한의 생계를 보장하기 위한 최저임금에 대해서는 좋다고 생각하지만 학비 마련을 위해 더 많은 아르바이트를 원하는 학생들에게도, 주휴수당 때문에 더 많은 근로시간을 주지 못하는 자영업자에게도 실질적으로 누구에게 도움이 되는 법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아야 할 때”라고 적었다. 해당 청원은 3일 17시 35분 기준 3476명의 공감을 받았다.

이러한 지적에 류호정 의원실은 “을과 을의 싸움으로 가선 안 된다”고 했다. 의원실 관계자는 “요즘 같은 시국에 이 법안을 내는 게 맞느냐는 민원이 있었다”며 “이 법안만 보면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에겐 또 다른 차원의 지원이 들어가야 한다”고 짚었다.

노동자의 권리 보장과 소상공인·자영업자 보호가 발맞춰 가야 한다는 취지다. 류 의원은 소상공인·자영업자 보호 목적으로 손실보상법 처리를 촉구하는 국회 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의원실 관계자는 “청년노동자에게는 ‘쪼개기알바방지법’이라는 지원을, 소상공인·자영업자분들에게는 코로나 경제위기 차원에서 ‘손실보상법’이라는 지원을 함께 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hyeonzi@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