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환자 안전’ 우려하는 의료종사자 어디 없나

유수인 / 기사승인 : 2021-05-06 04:4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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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뉴스] 유수인 기자 = 코로나19 사태로 의료인력 관리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간호법’ 제정을 두고 의사-간호사-간호조무사간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법 제정을 찬성하는 쪽이든 반대하는 쪽이든 궁극적 목적은 ‘환자 안전’이 돼야겠지만 자기 몫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하는 영역다툼 양상으로 흘러가는 것 같아 아쉬움이 따른다. 

현재 국회에 상정된 법안은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의원, 국민의힘 서정숙 의원이 각각 발의한 간호법 제정안과 국민의당 최연숙 의원이 발의한 간호·조산법 제정안 등이다. 각 법안의 주요 골자는 양질의 간호 인력을 장기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간호인력의 업무 범위 명확화, 처우 개선, 전문간호사 제도 인정 및 법제화 간호·조산 전문인력 확보 등의 내용이 담겼다. 

간호법 제정 이슈가 새로운 일은 아니다. 지난 20대 국회에서도 김상희 의원(더불어민주당)과 김세연 전 의원(당시 자유한국당)이 간호법 제정안을 발의한 바 있으나 다른 직역 단체들의 반발로 끝내 무산됐다. 

의료계의 주장은 이렇다. 발의된 법안에 따라 간호사의 업무범위를 ‘간호사가 아니면 간호업무를 할 수 없도록’ 명시하고, 현재 간호사의 주 업무인 ‘진료의 보조’를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의 지도 또는 처방 하에 시행하는 환자 진료에 필요한 업무’로 변경할 경우 직역 간 균형이 깨지는 것은 물론 간호사의 무면허의료행위로 의료시스템이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의료계 단체들이 발표한 성명서 내용을 추려보면, ‘간호업무’의 정의에 따라 의사도 환자를 보다가 위법을 저지를 수 있게 되고, 가정에서 환자를 돌보는 경우나 전문간병인, 간호조무사 등의 직역도 모두 무면허행위로 처벌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또 현재 진료의 보조인 경우에는 처방, 시술, 검사 등의 진료행위를 간호사가 독단적으로 할 수 없는 반면 새로운 법안은 의사의 동의만 있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게 된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편 간호조무사계는 간호조무사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고, 간호조무사의 처우 개선 내용도 없다는 이유에서 자격증 반납서명운동까지 벌이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간호법’은 결국 국민 건강과 연관되는 법안인데도 ‘환자 안전’을 우려한 의료종사자는 보이지 않아 우려스럽기만 하다. 관련 이슈가 터질 때 일부 네티즌들이 “주사는 의사보다 간호사가 더 잘 놓는다”라고 우스갯소리를 하는 배경을 살펴보자. 턱없이 부족한 의사 수, 3분 진료, 의사보다 간호사와 더 오랜 시간을 보내는 환자들. 현재 의료체계에서 간호인력의 역할 비중은 매우 큰 부분을 차지한다. 그렇기 때문에 의사는 물론 간호사의 책임을 명시해주는 체계는 필요하다고 본다.  간호계든 의료계든 서로를 갉아먹는데 시간을 쓰기 보다는 문제되는 부분, 특히 ‘업무범위’에 있어 환자 건강을 위해할 소지가 있는 부분을 시정하고, 협력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 

suin9271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