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물꼬 텄지만 악수도 안한 韓·日…위안부·오염수 두고 평행선

한·일 외교 첫 대면
런던서 한·미·일 회담 뒤 20분간 만나

기사승인 2021-05-06 06:3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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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 물꼬 텄지만 악수도 안한 韓·日…위안부·오염수 두고 평행선
정의용 외교부 장관(왼쪽)과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이 5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
[쿠키뉴스] 임지혜 기자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부상의 첫 만남이 성사됐다. 그간 사실상 중단된 한일 간 고위급 소통이 재개되는 분위기지만 강제징용 및 일본군 위안부 배상 판결,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등 갈등 현안에서 평행선을 달렸다. 

주요 7개국(G7) 외교개발장관회의 참석차 영국을 방문 중인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이 5일(현지시간) 런던에서 양자 회담을 했다.

두 장관은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과 한미일 외교장관회담을 먼저 한 뒤 일본 측이 준비해 놓은 다른 회의실로 자리를 옮겨 20분간 대화했다. 

우리 외교부는 이날 보도자료에서 "양 장관은 한일이 동북아 및 세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긴밀히 협력할 필요성에 공감했다"며 "한일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발전 시켜 나가자는 데에 뜻을 같이했다"고 했다.

이어 "양 장관은 북한·북핵 문제 관련 한일 양국과 한미일 3국이 긴밀히 소통해 온 점을 평가했다"며 "앞으로도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에 실질적 진전을 가져오기 위해 지속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전했다.

일본 외무성도 보도자료를 통해 "북한에 대한 대응을 비롯해 지역 안정을 위해 한일, 미일, 한미일 협력이 중요하다는 점을 재확인했다"며 동시에 한일 양국 간 현안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고 했다.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협력에는 의견을 모았지만 교착 상태인 양국간 현안을 놓고는 입장차만 재확인했다.

외교부는 정 장관이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 결정이 주변국과 충분한 사전협의 없이 이루어진 데 대해 반대 입장을 명확히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일본 외무성은 모테기 외무상이 최근 한국 정부의 대외 발언에 우려를 표명했다고 전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제기 손해배상소송 판결 및 강제동원 대법원 판결에 대해선 우리 측은 일본이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고 전했다. 모테기 외무상은 강제징용 판결과 관련해 "자산의 현금화는 절대로 피해야 한다"는 입장도 강조했다고 한다. 

이번 회담은 지난해 9월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취임 후 한일 외교당국 간 첫 고위급 대면이라는 의미가 있다. 지난 2월 정 장관 취임 이후 의례적으로 하는 통화조차 한 차례도 없었던 두 장관이 한미일 회담을 계기로 얼굴을 맞댄 셈이다.

경색된 한일 관계를 반영하듯 외교부가 공개한 사진에서 두 장관은 뻣뻣한 자세로 포즈를 취했다. 연합뉴스는 회담 배석자를 인용해 두 장관이 악수는 물론 코로나19 상황에서 악수 대신 하는 팔꿈치 인사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jihye@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