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관리의 농협’ 가상화폐 리스크 줄타기

유수환 / 기사승인 : 2021-05-07 21:2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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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뉴스] 유수환 기자 = 농어촌 사람들에게 가장 친숙한 금융사는 아마 농협일 것이다. 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과 같은 기존 시중은행도 인지도가 높지만 농협만큼 농촌이나 시골 주민에게 익숙한 곳은 없을 거라 본다. 

농협은행은 기존 은행과 동일한 영업방식을 갖고 있으나 지배구조는 판이하게 다르다. 농협은 말 그대로 농민들이 모인 협동조합의 결사체다. 농민들의 조합이 농협중앙회를 구성하고 있고, 아래로 농협금융지주, 농협경제지주와 같은 각자의 지주회사가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을 담당한다. 농협금융지주 산하에 NH농협은행, NH투자증권, NH농협카드 등 여러 금융 계열사가 편입됐다.

이처럼 농협의 주체는 농민이다. 농협은행의 금융 업무가 타 금융사와 유사하다고 해서 지배구조마저 같은 것은 아니다. 때문에 투자 사업도 그만큼 보수적이라는 평가다. 

그럼에도 최근 농협은 이러한 기조를 조금씩 벗어나고 있다. 특히 농협은 시중은행 가운데 신한은행과 함께 가상화폐 실명거래 계좌를 발급하고 있다. 덕분에 농협은행의 수수료 수익은 증가했다. 실제 올해 3월 기준 농협은행의 가상화폐 실명계좌 수는 25만개로 올해 초(14만개) 대비 70% 이상 늘어났다. 그만큼 가상화폐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진 탓이다.

하지만 웃을 일만은 아니다. 실물 없는 가상화폐는 그만큼 리스크를 동반한다. ▲ 최근 과열된 가상화폐가 언제든 변동성을 겪을 가능성이 크고 ▲ 반사회적 세력의 자금세탁 ▲ 해킹 문제와 같은 위험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시중은행 가운데 KB국민·우리·하나은행은 가상화폐 계좌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수익 대비 리스크 부담이 너무 크다고 말한다. 

금융권 관계자는“현재 정부나 금융당국에서 가상화폐를 투기자산으로 이해하고 있고, 이와 관련해 피해자가 발생할 시 감당해야 할 부담이 너무 크다”며 “가상화폐에 대한 해킹, 자금세탁 등 시스템 전반에 문제가 생겼을 때 발생하는 고객 피해 가능성도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자금세탁 거래가 포착되면 그만큼 징계 수위도 크다. IBK기업은행은 얼마 전 미국 연방 검찰과 뉴욕 금융감독청으로부터 자금세탁방지(AML) 위반 등의 혐의로 벌금 1049억원을 부과받기도 했다. 

물론 농협도 이러한 위험성을 인지하고 있다. 농협은행 측은 “가상화폐 거래모니터링 전담반을 구성해 가상화폐 이상거래에 대한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다”며 “환치기 송금, 세금탈루, 자금세탁 등 가상화폐 관련 의심유형 사례를 분석해 의심거래를 적시에 탐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상화폐가 갖고 있는 잠재력과 시장성은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농협은 농협조합으로 이뤄진 금융결사체이지 투자은행이 아니다. 리스크는 언제든 촉발될 수 있다. DLF(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의 대규모 손실도 예측하지 못했다. 아마 대부분 독일금리가 마이너스(-)로 하락할지 예측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손병환 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금융회사로서 기본에 충실한 농협금융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권준학 NH농협은행장도 “농협금융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겠다”고 다짐한 바 있다. 

두 수장의 말처럼 농협은 금융회사로서 그리고 농민조합의 결사체로서 역할이 필요하다. 사업 다각화라는 것은 리스크 대비 높은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지 수익 대비 높은 리스크를 감당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shwan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