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운의 영화 속 경제 이야기] ‘약속(A Promise, 1998)’과 신뢰경영

정동운(전 대전과학기술대학교 교수)

입력 2021-05-12 16:3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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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운의 영화 속 경제 이야기] ‘약속(A Promise, 1998)’과 신뢰경영
정동운 전 대전과기대 교수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TRUST'(1995년)라는 저서에서 “새로운 글로벌 경제 시대에는 사회 구성원 간 ‘높은 신뢰’를 구축한 사회만이 유연한 조직을 만들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주장하였는데, 그의 주장은 아직도 유효하다. 21세기 기업경영의 화두는 ‘신뢰’이며, 기업 발전의 핵심요소인 투명경영, 윤리경영, 경영혁신, 인재개발, 기술개발 등의 그 밑바탕에는 신뢰가 있기 때문이다. 오늘은 조폭과 의사의 사랑을 그린 영화 <약속(1998)>을 통하여 신뢰의 중요성에 대하여 살펴보았다.

어느 날 폭력조직의 보스 공상두(박신양)가 부상을 입어 병원에 실려 온다. 채희주(전도연)가 상두의 주치의가 되면서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다른 세계의 두 사람이 자신의 세계를 무너뜨리며 가까워진다. 한편, 영역 확보를 위해 상두파와 정택파는 싸움을 벌이다가 상두파의 오기량(조선묵)이 살해된다. 화가 난 상두는 클럽으로 찾아가, 남정택(김명국)과 그 수하 두 사람을 살해한다. 상두의 심복 엄기탁(정진영)이 부하들을 이끌고 클럽에 도착했을 때는 상두가 이미 세 사람을 살해한 뒤였고, 상두를 대피시키고 자신이 대신 죄를 뒤집어쓴다. 상두와 기탁은 소년원에서 만난 사이였는데, 기탁이 다른 파에 쫓기고 있을 때 상두가 목숨을 걸고 기탁을 구해주었다. 기탁은 은혜를 갚기 위해 상두 대신 죄를 뒤집어쓰게 된 것이다. 그러나 양심의 가책을 느낀 상두는 자수하기로 마음먹는다. 그리고 사랑하는 여자와 영원히 이별을 한다.

이 영화에서 상두는 조그만 조직을 크게 성장시킨 조직 폭력배의 보스이다. 조직을 성장시킨 것은 자신의 힘뿐만 아니라, 기탁과 같은 부하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 배경에는 서로 간에 앞서 언급한 사건의 결과로 둘 사이에는 ‘신뢰’가 형성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나아가 상두의 훌륭한 점은 기탁의 희생을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자신의 죄를 뒤집어쓴 기탁을 구하기 위해 자수를 결정했다는 점이다. 마찬가지로 기업의 경영자가 자신의 사리사욕을 위해 공금을 유용하고 종업원들의 희생을 당연시한다면 누가 경영자를 믿고 따르겠는가?

영화에서의 상두와 희주와의 관계도 살펴보자. 둘을 달라도 너무 다른 세계의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네 마음속에 날 제쳐놓는 것도 내겐 배신이야”라는 희주의 대사처럼 그녀는 상두를 ‘신뢰’하게 됨은 물론, 사랑하게 된다. 경영자와 기업 외부에 있는 사람들과의 관계도 신뢰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정동운의 영화 속 경제 이야기] ‘약속(A Promise, 1998)’과 신뢰경영

이 글에서는 영화를 ‘신뢰’라는 관점에서 살펴보았다. 신뢰란, ‘상대방의 의도나 행동에 대한 긍정적인 기대에 근거하여 위험적 요소를 수용하려는 의도․의지’라고 정의할 수 있다. 1998년부터 '포천'지에서는 매년 ‘일하기 좋은 직장 100개’를 선정하여 발표하고 있는데, 이는 기업의 신뢰도를 측정하는 ‘레버링 경영신뢰지수’를 창안한 로버트 레버링의 주장에 근거하고 있다. 그는 ‘일하기 좋은 직장’(GWP; great work place)을 ‘일터의 질(workplace quality)이 탁월한 기업’이라고 정의하였다. 즉 GWP는, 조직구성원과 상사 및 경영진은 서로 ‘신뢰’하며, 조직 구성원은 자기 업무와 조직에 대하여 ‘자부심’을 느끼며,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의 관계에서 관심과 배려를 바탕으로 일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일터를 가진 기업이다. 그렇다면 신뢰경영은, 조직 내부의 신뢰기반의 구축을 통하여 일하기에 가장 훌륭한 기업을 창출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나아가 기업이 이해 관계자(고객, 직원 등)간 신뢰의 창출과 유지를 가장 중시하는 경영방식을 의미한다.

신뢰경영이 기업발전의 원동력이라는 의미에서 공자의 다음 말은 더욱더 중요하다고 느껴진다. 그는 “정치가 무엇이냐”고 묻는 제자 자공(子貢)에게, “정치란 식량(食)을 풍족하게 하고, 무기(兵)를 넉넉하게 하고, 국민에게는 신(信)을 가지게 하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그리고 “그 중 한 가지를 버려야 한다면 무기이고, 남은 두 가지 가운데 마지막까지 버리지 말아야 할 것은 신이며, 신이 없으면 사람으로서 자립할 수 없다”고 강조하였다.('논어(論語)' ‘안연(顔淵)’편) 아무리 많은 군사와 식량을 가지고 있더라도 백성에 대한 신뢰가 없으면 무용지물이라는 뜻이다.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