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리뷰] 불타오르는 삶을 향해 ‘내가 죽기를 바라는 자들’

인세현 / 기사승인 : 2021-05-13 07: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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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뉴스] 인세현 기자=한나(안젤리나 졸리)는 화재 현장에서 세 명의 아이를 구하지 못한 죄책감에 시달리는 공수소방대원이다. 그는 스스로에게 고통을 주며 위안을 얻는다. 일부러 위험한 행동을 하던 끝에 울창한 삼림 한복판의 화재감시탑에 홀로 유폐되는 쪽을 택한다.

스스로를 가둔 한나 앞에 온 몸에 피를 묻힌 채 달아나는 겁먹은 소년 코너(핀 리틀)가 나타난다. 한나는 불안한 눈초리로 자신을 경계하는 코너의 손을 잡는다. 두 사람은 서로를 지키기 위해 수 킬로미터나 펼쳐진 울창한 숲을 헤치고 나아가기로 마음 먹는다.

영화 ‘내가 죽기를 바라는 자들’(감독 테일러 쉐리던)은 화재 진압 실패 후 트라우마를 지닌 채 사는 소방대원 한나가 킬러에게 쫓기는 소년을 구하기 위해 산불 속에서 벌이는 필사의 추격전을 그린 범죄 스릴러다. 소년이 추적당하는 이유는 거대 범죄의 증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증거 때문에 아버지가 죽는 것을 눈앞에서 본 소년은 누구도 믿을 수 없어 숲 속을 달리고 또 달리다가 한나를 만난다. 

한나와 코너가 피해야 하는 건 그들이 죽기를 바라는 자들 만이 아니다. 그들이 추격전을 벌이는 숲은 화마에 휩싸인다. 쫓기는 자와 쫓는 자 모두 거대한 불길을 피해야 하는 과제까지 떠안은 셈이다. 영화는 99분의 러닝타임 동안 압도적인 산불 속에서 쫓고 쫓기는 이들의 감정을 밀도 높은 연출로 그려낸다. 부수적인 정보 제공을 자제하고 인물의 심리 변화에 초점을 맞춘다. 

추격극의 장르적 특성에 주인공의 성장 서사를 가미한 것이 특징이다. 상처 때문에 자신에게 상처를 내던 한나는 자신이 지켜야 할 존재를 만나 거침없이 불길에 맞서고 적들에게 달려든다. 코너 또한 한나와 함께 거대한 자연과 잔인한 인간들에 맞서며 앞으로 나아간다. 서로가 서로를 구원하며 함께 성장한다.

2년 만에 영화에 출연한 안젤리나 졸리는 특기인 액션 뿐 아니라 섬세한 감정 연기로 한나 역을 그려냈다. 짧은 순간 스쳐가는 감정들을 놓치지 않고 표현한다. 그의 파트너인 배우 핀 리틀 또한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인다. 처음 악역을 맡은 니콜라스 홀트의 연기를 지켜보는 것도 흥미롭다. 배우 메니다 생고르가 연기한 앨리슨이 전에 없던 액션을 선보이는 것도 볼거리다. 

이 영화에서 살아 있는 것처럼 움직이는 산불은 하나의 캐릭터와 같다. 추격전과 동시에 사방에서 솟구치는 불길 또한 모두를 쫓는다. 제작팀은 사막에 36만 여 평의 숲을 조성하고 태워 산불을 재현해 카메라에 담았다. 모든 것을 집어 삼키려는 산불은 갈등과 클라이맥스를 유발하는 촉매제 역할을 한다. 무자비한 자연 속에 내던져진 인물들이 살기 위해 움직이는 모습을 보며 삶을 향한 본능을 느낄 수 있다. 

지난 5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inout@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