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신중함 ‘백신 불안’ 키운다…“명확한 소통‧유도책 필요”  

식약처, 코로나19 백신 안전성 소통의 장 마련

기사승인 2021-05-14 04: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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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친 신중함 ‘백신 불안’ 키운다…“명확한 소통‧유도책 필요”  
식품의약품안전처 유튜브 화면 캡쳐


[쿠키뉴스] 유수인 기자 =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을 높이려는 방역당국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국민 눈높이에 맞춘 소통방식으로 안전성과 관련한 불안감을 해소해나가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제시됐다. 

13일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한국독성학회가 함께 개최한 ‘식의약 안전 열린포럼 2021’에서는 코로나 백신 안전성 관련 국민 인식 및 소통방안에 대한 학계·업계·시민단체간 논의가 이뤄졌다. 

이날 주제발표를 맡은 유명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백신 안전성과 관련해 ‘얼마나 안전해야 안전한가’를 둘러싼 개인집단의 고유한 이해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유 교수는 “백신 안전성 문제가 발생하면 전문가들은 드물게 나타나는 일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 일이 연쇄적으로 일어나고 계속 언급되면 ‘가끔’ 발생하는 문제가 아니라 ‘흔히’ 발생하는 일로 인지된다”며 “특히 백신 자체에 대한 믿음이 떨어진 상태이다 보니 보건당국이 발표하는 정보에 대한 개인의 저항과 도전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어떤 백신도 완벽하게 안전하거나 안전성 문제가 없는 경우는 없다. 국민 입장에서는 왜 한 방향으로 확실함을 주지 못하는지, 이익과 위험을 비교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불만이 있을 수 있지만 이는 수술을 앞둔 환자들도 겪어야 하는 과정”이라며 “백신이 안전하다고 말하기 위해서는 긴 시간의 노력이 필요하다. 과학적 기준으로만 설명하기 보다는 ‘얼마나 안전해야 (국민들이 느끼기에) 안전한지’에 대한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패널토론에 참석한 안도현 한국헬스커뮤니케이션학회장은 방역당국과 전문가들의 지나친 신중함이 국민 불안감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안 회장은 “실제 위험이 없는데 위해하다고 지각하는 것을 유령위험이라고 한다. 이는 진짜 위험 못지않게 위험하다. 백신처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할 도구를 사용하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라며 “언론이나 공포를 조장하는 공포장사꾼들뿐만 아니라 방역당국의 지나친 신중한 태도, 전문가들의 정확하고 신중한 조언도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그는 “전문가들은 ‘이 세상에 전적으로 유해하지 않은 백신은 없다’라고 말한다. 전문가다운 표현이고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 표현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면서 “또 특정 인구집단에 한해 백신 접종을 중단하면 특정 연령뿐만 아니라 전체가 (백신이) 위험하다고 받아들이게 된다. 사람들에게는 이러한 암묵적 메시지가 더 강력하게 전달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소통의 실패는 바이러스와 전쟁에서의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 보다 명확하고 정확한 소통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정화 한국소비자연맹 회장은 정부 소통방식이 국민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질타했다. 

강 회장은 “그간 백신 접종 과정에서 발생한 사소한 문제들과 그에 대해 보건당국이 해명한 과정들을 보면 당국의 준비가 철저하지 못했다고 느낀다”며 “현재 국민들이 가지고 있는 우려가 일부 문제를 확대해석하는 거라고 해도 그 우려를 줄여나가도록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독감 백신 접종과 관련한 부작용, 유통 이슈가 있었는데 어떻게 결론이 났는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보도자료를 배포했을 순 있겠지만 보도 기관에 의해 정보가 제공되다보니 당국이 의도했던 대로 전달이 안됐을 수 있다”며 “백신 수용도를 높이려면 이런 부분들도 고려해 처음부터 충분히 고민했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코로나 백신 관련 부작용에 대해서도 고령층에 대해서는 이야기가 많았는데 현재 문제가 되는 30세 미만에 대해서는 팔로업이 안 되고 있다. 정부가 백신 관련 안내 홈페이지는 개설하는 등 여러 노력들을 기울이고 있지만 정보 업데이트도 안 되고 있다”라고 했다.

강 회장은 “현재 주력해야 하는 부분이 백신접종률을 올려서 중등도와 사망률을 낮추는 거라면 국민 소통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특히 당국에서 제공하는 정보들은 교과서적인 게 많은데 국민들이 이해할 수 있는 단어로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날 자리에서는 ‘유도책’ 마련으로 백신 수용도를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교수는 “지난해에도 독감 백신 접종 이슈로 노인층 접종률이 95%에서 70%대로 떨어진 적이 있었다.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백신 접종에 따른 이득을 뒷받침해줄 수 있는 인센티브도 필요하다”면서 “미국의 경우 일부 주에서는 접종자에게 100불씩 주고 있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특히 젊은층은 접종이득과 위험이 비슷하다고 생각하거나 오히려 피해가 많다고 여기고 있기 때문에 ‘이득’이 많다는 것을 알려줄 필요가 있다. 유럽에서는 기업 차원에서 백신 접종 후 휴가를 더 많이 주거나, 회사집단감염을 막는 차원에서 백신접종에 대한 보너스를 주는 형태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좀 더 노골적이고 강력한 접종 유도정책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전했다. 

한편, 이 교수에 따르면 9일 기준 전 세계 코로나19 확진자는 약 1억5000만 명 수준이고 사망자는 3000만명에 달한다. 전 세계 인구의 1/6 정도가 백신 접종을 완료한 상황이다. 

suin92710@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