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곽동연 “지난 10년, 허투루 하진 않았죠”

기사승인 2021-05-14 07: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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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인터뷰] 곽동연 “지난 10년, 허투루 하진 않았죠”
배우 곽동연. 사진=H&엔터테인먼트

[쿠키뉴스] 인세현 기자=안하무인 빌런(악당)인 줄로만 알았는데 그 얼굴이 전부가 아니었다. 갑옷 같은 슈트를 입고 제멋대로 권력을 휘두르는 것 같던 어린 회장님은 사실 매일 살아남기 위해 위태위태한 줄타기를 하는 동생이었다. 배우 곽동연이 tvN 드라마 ‘빈센조’에서 연기한 장한서의 이야기다. 드라마 종영 이후 화상으로 만난 곽동연은 캐릭터를 제대로 나타내기 위해 초반부 ‘빌드업’에 신경 썼다고 말했다.

“초반에 장한서가 현재 어떤 상황에 놓였는지 잠깐씩 보여주며 시청자를 설득하는 게 중요했죠. 한서는 형인 장준우(옥택연)에게 억압받고 절대복종하면서 그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는 인물이었어요. 회장이라는 지위의 권위만으로 간신히 삶을 지탱하는 인물이란 걸 단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섬세하게 표현하려 노력했어요.”

장한서는 주인공 빈센조(송중기)의 적인지 조력자인지 모호한 노선을 걸으며 드라마에 긴장감을 부여했다. 그가 차츰 변화하는 모습은 드라마의 재미 중 하나였다. 다양한 면모의 장한서를 입체적으로 표현했다는 평에 곽동연은 “박재범 작가가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만들고 김희원 PD가 캐릭터의 감정을 섬세하게 짚어준 덕분”이라고 답했다. 박재범 작가는 작품을 준비하며 곽동연의 취미가 아이스하키임을 파악해 드라마에 반영하기도 했다. 

“한서의 매력은 ‘무식함’ 아닐까요.(웃음) 저는 무식함을 한서의 키워드라고 봤어요. 한서가 무식하고 무모한 건 장준우에게 대항하는 부분에서도 잘 보여요. 완전무결한 빌런이 아닌 허당 있고 엉성한 인물이라서 시청자가 귀여워해 준 것 같아요. 한서의 과거 이야기가 풀리면서 불쌍하고 인간적인 면이 드러나기도 했고요. 한서가 미워 보이는 건 원치 않았어요. 사연이 밝혀지면서 사랑까지는 아니더라도 연민정도는 받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연기했죠. 대본도 그렇게 쓰여 있었기에 대본에 충실하려 했어요. 제 인상이 비호감상이 아닌 것도 한몫한 것 같고요.(웃음)”

[쿠키인터뷰] 곽동연 “지난 10년, 허투루 하진 않았죠”
배우 곽동연. 사진=H&엔터테인먼트

‘빈센조’ 출연진과 제작진은 끈끈한 팀워크로 유명하다. 곽동연 또한 ‘빈센조’를 “모두 함께 화합해 만들어낸 작품”으로 정의했다. 수많은 배우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빈센조’를 아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곽동연은 그 중심에 배우 송중기가 있다고 말했다. 

“송중기 선배는 모두를 아우르는 배려심이 엄청나요. 덕분에 배우들이 하나 될 수 있었죠. 현장이 정말 재미있었어요. 저는 금가프라자 식구들과 촬영할 기회가 적었는데, 촬영 일정이 겹쳐 세트장에서 만나면 한참을 구경하곤 했어요. 촬영이 끝나고도 현장에 남아 많은 대화를 나눴죠. 빌런 4인방 중엔 제가 막내였는데 선배들의 배려로 제가 하고 싶은 것들을 다 시도할 수 있는 현장이었어요. 김여진 선배가 작품을 얼마나 세심하게 파악하고 접근하는지 옆에서 보고 배웠죠.”

2012년 드라마 ‘넝굴째 굴러온 당신’으로 데뷔한 곽동연은 이제 10년 차 배우로 자리 잡았다. 그간 그는 드라마와 영화, 무대를 오가며 여러 배역을 맡아 충실하게 소화했다. 배역의 크기에 연연하기보다 하고 싶은 역할을 욕심내 최선을 다했다. 꼭 주연이 아니어도 괜찮았다. 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 ‘닥터탐정’에 특별출연해 시청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길 수 있었던 이유다.

“막 데뷔했을 땐 빨리 주연을 맡고 멋진 역할을 연기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시간이 지날수록 그런 생각은 사라졌어요. 하고 싶은 캐릭터 제가 해야만 하는 캐릭터를 연기하려 노력했죠. 실제로 특별출연했던 두 작품의 역할은 잘해낼 자신이 있었어요. 애정도 컸고요. 그런 역할을 놓치면서 빨리 주인공을 하고 싶진 않아요. 앞으로도 그런 기준으로 역할을 선택하고 싶고요.”

[쿠키인터뷰] 곽동연 “지난 10년, 허투루 하진 않았죠”
배우 곽동연. 사진=H&엔터테인먼트

곽동연은 연기자로 살아온 지난 10년을 돌아보며 “허투루 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빈센조’는 허투루 보내지 않은 그 시간들의 방증이다. 

“대한민국 최고의 작가, 감독, 연기자 선배들과 함께 ‘빈센조’라는 작품을 하고 인터뷰도 했잖아요. 이런 것들로 봤을 때 지난 시간들을 허투루 보내진 않은 것 같아요. 앞으로도 지금처럼 노력해야죠. 연기는 여전히 제 꿈이자 일이에요. 그래서 행복해요. 꿈을 직업으로 삼는 건 누리기 어려운 축복이니까요. 연기하며 상처받을 때도 있지만 그 상처도 연기로 치유해요. 배우로서는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며 항상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인간 곽동연으로서는 누군가에게 조금이라도 귀감이 될 수 있도록 바르고 정직하게 살고 싶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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