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가 ‘데미안’에 남긴 메모는…‘하이브 인사이트’ [가봤더니]

이은호 / 기사승인 : 2021-05-14 06: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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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 소속사가 만든 복합문화공간 ‘하이브 인사이트’

하이브 인사이트 지하 2층에 마련된 ‘인스파이어링 스토리’.
[쿠키뉴스] 이은호 기자 =‘내 속에서 솟아 나오려는 것, 바로 그것을 나는 살아보려 했다. 왜 그것이 그토록 어려웠을까.’

헤르만 헤세가 쓴 소설 ‘데미안’. 주인공 싱클레어는 자기를 둘러싸던 세계를 깨뜨리고, 진정한 ‘나’를 찾는다. 자아를 굳게 세우려는 싱클레어가 청춘의 얼굴이라고 느낀 걸까. 방탄소년단은 ‘데미안’에 등장하는 이 문장 옆에 ‘영 포에버’(YOUNG FOREVER)라고 적어뒀다. ‘영 포에버’는 방탄소년단이 2016년 낸 스페셜 음반 마지막에 수록된 곡 제목이기도 하다.

전 세계인에게 공감 받은 방탄소년단의 가사가 어떻게 탄생했는지 궁금하다면, 14일 문을 여는 하이브 인사이트(HYBE INSIGHT)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하이브 인사이트는 방탄소년단 소속사인 하이브가 용산 신사옥 지하 1~2층에 만든 복합문화공간이다. 뉴이스트·세븐틴·여자친구 등 하이브 소속 아티스트들이 그간 발표한 음악을 보고, 듣고, 체험할 수 있게 꾸며졌다. 방탄소년단이 ‘데미안’을 읽으며 남겨둔 메모도 이 공간에 전시됐다.

지난 12일 미리 가본 하이브는 거대한 규모로 관람객을 압도했다. 먼저 지하 2층에선 하이브가 만든 음악을 ‘소리’, ‘춤’, ‘이야기’로 풀어낸 전시 공간 5곳을 만날 수 있다. Mnet ‘아이랜드’ 세트장을 연상시키는 입구를 지나면, 음악 프로듀서들의 이야기를 담은 ‘이노베이티브 사운드’, 춤을 새롭게 해석한 ‘다이내믹 무브먼트’, 노랫말에 집중한 ‘인스파이어링 스토리’ 공간이 차례로 펼쳐진다. 소리·춤·이야기가 총체로 소비되던 K팝을 다시 소리·춤·이야기로 해체해 파고드는 시도가 흥미롭다.

제임스 진 작가가 그룹 방탄소년단에게 영감 받아 제작한 ‘가든’.
지하 1층으로 올라가면 6개월마다 바뀌는 기획전시가 관람객을 맞이한다. 첫 기획전시 주인공은 DC 코믹스와 작업으로 유명해진 아시아계 미국 일러스트레이터 제임스 진. 그가 재해석한 방탄소년단 일곱 멤버의 초상과 목각 조형물, 스케치 등이 ‘일곱 소년의 위로’라는 제목으로 전시된다. 메인 작품인 ‘가든’(Garden)은 방탄소년단이 2018년 발표한 ‘전하지 못한 진심’과 함께 감상하게 된다. 작가는 이 곡에 나오는 “외로움의 정원에 핀 너를 닮은 꽃”이란 가사에 영감을 받아 방탄소년단을 ‘새로운 생명을 주는 꽃의 정령’으로 표현했다고 한다.

이어지는 전시는 ‘하이브 음악이 전하는 힘’을 주제로 음악을 여러 감각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꾸몄다. 진동, 점자 악보, 향기 등으로 음악을 체험하게 하는 ‘다른 방식으로 듣기’, 아티스트 초상을 전시한 ‘우리가 사랑하는 얼굴들’, 소리와 메아리, 침묵을 경험할 수 있는 ‘음악의 여운’, 음악의 힘을 이야기하는 아티스트 인터뷰 상영관 ‘뮤직 이즈 마이 라이프’ 등이 관람객을 기다린다. 지하 1층과 2층을 연결하는 ‘하이브 뮤직’ 공간은 입이 떡 벌어지는 크기를 자랑한다. 높이 8m를 훌쩍 넘는 대형 스크린은 하이브 소속 가수들이 이룬 발자취와 성과를 조명하고, 현란한 조명이 벽면에 전시된 트로피를 비추며 혼을 빼놓는다.

지하 2층과 지하 1층을 잇는 ‘하이브 뮤직’은 거대한 규모를 자랑한다.
기존 콘텐츠를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는 점은 하이브 인사이트의 미덕이다. 각 팀 세계관을 다양한 방식으로 구현해 몰입감을 높이고, ‘음악으로 감동을 전하고 선한 영향력을 나누며 삶을 변화시킨다’는 기업 지향점도 곳곳에 녹여냈다. 다만 물량공세에 비해 관람 제한 시간이 2시간으로 짧은 편이다. 전시품을 하나하나 뜯어보다가는 모든 작품을 감상하지 못할 수도 있다. 입장권은 온라인 사전 예약으로만 판매하고, 만 14세 이상부터 관람할 수 있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면 JR(뉴이스트), RM(방탄소년단), 소원(여자친구), 에스쿱스(세븐틴), 수빈(투모로우바이투게더), 정원(엔하이픈) 등 하이브 소속 아티스트 목소리로 전시를 안내받을 수 있다.

wild3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