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봉련부터 유재석까지... ‘백상’이 남긴 말들 [TV봤더니]

기사승인 2021-05-14 16:3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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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뉴스] 인세현 기자=첫 수상의 설렘부터 30년차 희극인의 다짐까지. 지난 13일 오후 열린 제57회 백상예술대상 무대에 오른 수상자들은 기쁨을 나누고 감사를 표했다. 이상의 메시지도 있었다. 신인상을 탄 배우는 초심으로 연기하겠다고 약속했고 공연 취소에 힘든 시간을 보냈던 연기상 수상자는 동료들에게 기쁨을 돌렸다. 기억에 남는 수상소감을 모아봤다.

이봉련부터 유재석까지... ‘백상’이 남긴 말들 [TV봤더니]
배우 홍경. 사진=백상예술대상 사무국 제공

◇ 홍경 “기억이 안 나요.”

처음은 쉽지 않은 법이다. 처음 시상식 무대에 오른 신인상 수상자들은 기쁨과 긴장감을 감추지 못했다. 영화 ‘결백’으로 영화부문 남자신인상을 받은 배우 홍경은 울먹임을 참으며 함께 고생한 스태프들의 이름을 일일이 호명하던 중 스타일리스트의 이름을 바로 떠올리지 못해 애를 먹었다. “송중기 선배님과 같은 스타일리스트 실장님인데 이름이 기억 나지 않는다”면서 울먹이던 홍경의 수상소감은 웃음을 자아내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지만, 이후 그가 떨림을 참으며 이어나간 말들까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결백’에서 자폐 장애인을 연기했던 그는 “극 중에서 사회 소수자를 연기하면서 모르는 것들을 배워나가고 알아갈 수 있었다”면서 “앞으로 이런 마음으로 겸손하게 연기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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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오정세. 사진=백상예술대상 사무국 제공

◇ 오정세 “놀이공원 다시가자.”

노규태가 문상태에게 트로피를 건넸다. 제56회 백상예술대상에서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노규태 역으로 남자조연상을 받았던 오정세는 올해 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 문상태 역으로 2년 연속 백상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시상자로 나와 수상자가 된 오정세는 ‘사이코지만 괜찮아’를 함께한 배우 김수현, 서예지와 제작진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현한 뒤 특별한 소감을 이어갔다. 그는 전작 ‘스토브리그’를 언급하며 “그 작품이 끝날 때쯤  코로나19가 시작됐다. 우리는 모두 긴 스토브리그를 걷는 것 같다”면서 “새 시즌이 시작되면 ‘범준아, 놀이공원 다시가자’라고 말하고 싶다”고 소감을 마무리했다. 오정세가 말한 ‘범준’은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첼리스트 배범준 씨다. ‘사이코지만 괜찮아'에서 자폐 스펙트럼을 지닌 문상태를 연기한 오정세는 자신을 꼭 만나고 싶다는 배범준 씨를 위해 문상태와 똑같은 분장을 하고 함께 놀이공원에 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봉련부터 유재석까지... ‘백상’이 남긴 말들 [TV봤더니]
배우 이봉련. 사진=백상예술대상 사무국 제공

◇ 이봉련 “웃지도 울지도 못한 당신들에게”

어려운 시기를 함께한 동료들에게 영광을 돌렸다. 배우 이봉련은 연극부문 여자연기상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국립극단의 연극 ‘햄릿’에서 햄릿 역할을 맡아 상황에 끊임없이 고뇌하는 극 중 캐릭터를 파고들며 심도 있는 연기를 펼친 덕분이다. ‘햄릿’이 관객을 만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여파로 공연 취소 끝에 온라인 공연으로 전환하는 과정을 거쳐야 했다. 이봉련은 “지난해 ‘햄릿’공연이 두 번 연기됐다. 최종 드레스 리허설을 마친 후 공연 취소 통보를 받았다”면서 “함께 준비했던 배우들이 취소 통보를 받던 날 상심으로 웃지도 울지도 못했다. 배우들에게 진심으로 고맙다. 이 상에 (동료들의) 지분이 있으니 부디 함께 기뻐해달라”고 눈시울을 붉혔다.

이봉련부터 유재석까지... ‘백상’이 남긴 말들 [TV봤더니]
개그맨 유재석. 사진=백상예술대상 사무국 제공

◇ 유재석 “저는 개그맨입니다.”

데뷔 30주년을 맞은 최고의 희극인다운 수상소감을 남겼다. TV부문 대상을 받은 개그맨 유재석의 이야기다. 대상의 영예를 안은 유재석은 “요즘 나를 TV 진행자 때로는 MC로 이야기하는데, 나는 91년도에 데뷔한 개그맨”이라고 소개하고 “앞으로 나의 직업인 희극인으로서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웃음에 집중해 많은 분들에게 웃음을 주겠다”라고 약속했다. 지상파 개그 프로그램이 사라지는 등 방송에서 점점 희극인이 설 자리가 사라지는 상황에서 남긴 수상소감이라 더욱 뜻깊다. 이번 백상예술대상은 예능 ‘홀대'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TV부문과 영화부문 작품상은 대상 직전에 발표하는 반면, 예능 작품상은 2부 초반에 시상했기 때문이다. ‘희노애락’을 주제로 후보작을 모아 만든 오프닝 영상에도 예능 프로그램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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