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금 못 받고 있어요"…아직도 해결책 없나

안세진 / 기사승인 : 2021-05-15 06:3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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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G, 올해 전세보증금 대위변제 1200억원
경매 넘어간 주택, 절반 가량 보증금 못 받아
소병훈 의원, 일명 '나쁜 임대인' 법안 발의

사진=안세진 기자
[쿠키뉴스] 안세진 기자 =#임차인 A씨는 지난해 전세계약이 만기돼 임대인에게 보증금 반환을 요청했다. 하지만 임대인은 “다른 세입자를 구하기 전까지 보증금을 주기 힘들 것 같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A씨의 최대 고민은 이사날에 맞춰 보증금을 반환받을 수 있을 지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여전히 전세 보증금 반환 문제가 ‘뜨거운 감자’다. 관련사고 건수와 정부의 대위변제 금액 규모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제도에 가입하지 못한 세입자의 경우 사실상 구제받는 방법은 어려운 실정이다. 현재 국회에서는 보증금 반환 지연이 있었던 임대인을 대상으로 하는 일명 ‘나쁜 임대인’ 법안을 발의해놓은 상태다. 전세 보증금 문제 해결에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정부가 대신 돌려준 전세금, 올해 1000억원 돌파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올해 1~4월 전세금 반환보증보험 대위변제 금액은 총 1284억원으로 집계됐다. 월별로는 1월 286억원, 2월 322억원, 3월 327억원, 4월 349억원으로 매달 증가했다. 연도별로는 2016년 26억원, 2017년 34억원, 2018년 583억원, 2019년 2836억원, 지난해 4415억원으로 급증했다. 

전세금 반환보증보험은 집주인이 계약 기간 만료 후 임차인에게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거나 않을 경우 이를 취급하는 기관이 대신 보증금을 지급(대위변제)해주고 나중에 구상권을 행사해 집주인에게 청구하는 제도다. 대위변제 금액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은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 집주인, 보증금을 제때 돌려받지 못하는 세입자가 그만큼 늘어 났다는 의미다. 공공 보증기관인 HUG와 한국주택금융공사(HF), 민간 보증기관인 SGI서울보증에서 관련 상품을 취급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보증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세입자들이 피해를 당하면 사실상 구제받을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실제 집주인으로부터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세입자 가운데 절반은 거주하는 주택이 법원경매에 부쳐져도 보증금을 전액 또는 일부를 회수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대법원이 발표한 ‘임대 보증금 미수금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20년 9월까지 법원경매로 넘어간 주택 3만9965가구 가운데 세입자 1만8832가구(47.1%)는 보증금을 전액이나 일부 회수하지 못했다. 보증금 미수금은 배당요구서에 기재된 임차인(임차인·전세권자·점유자·주택임차권자·임차권자)의 배당 요구액보다 배당액이 적은 경우를 말한다.

보증금을 전액 돌려받지 못한 임차인의 비율을 연도별로 보면 2015년 44.2%, 2016년 51.2%, 2017년 47.9%, 2018년 41.3%, 2019년 43.1%, 2020년 9월까지 48.6%로 집계됐다. 법원경매라는 최후의 수단을 통해서도 전세보증금을 완전히 회수하지 못하는 세입자가 매년 2명 중 1명꼴로 발생하는 셈이다.

사진=박태현 기자

보증금 떼먹는 임대인 공개되나

현재 전세 보증금을 반환받는 방법으로는 전세금 반환소송이 유일무이하다. 전세금 반환소송을 위해선 기간과 비용이 들더라도 임대차계약이 해지되었음을 입증하는게 관건이다. 임대차계약서는 물론이고 전세금을 돌려달라는 의사표시를 하는 과정에서 주고받은 이메일, 문자메시지, 통화녹음 등이 자료로 쓰일 수 있다.

엄정숙 변호사는 “법률에 맞는 전세금 반환 내용증명서를 작성해서 보내면 집주인은 심리적 압박을 받기 때문에 소송 전에 전세금을 돌려주는 경우가 있다”며 “세입자가 들어오면 전세금을 준다고 할 때는 심리적 압박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라도 변호사 이름으로 된 내용증명서를 보내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최근 소병훈 의원은 악성 임대사업자의 정보를 공개하도록 하는 내용의 민간임대주택 특별법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다. 개정안에는 국토교통부 장관이 임대사업자의 보증금 반환 지연 등을 이유로 임대사업자 등록을 말소한 경우 해당 임대사업자를 관할하는 시장·군수·구청장의 요청에 따라 그 사실을 정보체계에 공개하고 해당 정보를 관리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소 의원은 전세 사기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해 보증금을 상습적으로 혹은 고의적으로 돌려주지 않는 임대사업자에게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형법 개정안도 지난해 발의했다.

소 의원은 “한 임대사업자는 자신이 소유한 477채의 임대주택 중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에 가입된 총 220채의 임대주택의 전세보증금 약 449억원을 돌려주지 않았지만, 이러한 임대사업자의 정보는 개인정보라는 이유로 보호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정보 공개제도를 도입해 임차인 보호를 강화하고, 주택임대차시장의 정보 비대칭성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asj052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