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 “전통이 맺어준 특별한 인연”

곽경근 / 기사승인 : 2021-05-15 05: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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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무형문화재 스승과 초보제자 ‘사제의 情’ 나눠

 스승의 날을 하루 앞둔 14일 강남구 대치동 한국문화재재단이 운영하는 한국전통공예건축학교 나전칠기 기초반 학생들이 국가무형문화재 제10호 나전장 이형만 보유자에게 카네이션꽃을 달아드리고 꽃바구니를 전달한 후 밝은 표정으로기념촬영하고 있다.

- 교육실마다 배움 열기 가득한 한국전통공예건축학교
- 학생들 장인에게 배우는 자부심 커
- 전통문화 가르치고 배우다보면 어느 새 ‘한마음’

[쿠키뉴스] 글·사진/곽경근 대기자 = “스승님 감사합니다”
옻 냄새 가득한 교육실에 잠시 웃음소리가 넘쳐난다. 스승의 날을 하루 앞둔 14일 오후, 강남구 대치동 한국문화재재단이 운영하는 한국전통공예건축학교 나전칠기 기초반 교육실이다.
이형만 선생이 제자에게 옻칠하는 방법을 꼼꼼히 설명하고 있다.

국가무형문화재 제10호 나전장 이형만(75) 보유자가 사각쟁반 위에 옻칠을 입히는 학생들에게 붓놀림과 덧칠하는 방법을 꼼꼼하게 설명하고 있다. 30대에서 60대까지 10여 명 남짓한 수강생들이 앞치마를 두른 채 작업에 몰두하고 있었다. 수업이 한창 진행 중, 수강생 총무가 선생님 곁에 다가가자 이내 박수 소리가 함께 학생들이 머리 위로 하트를 그린다. “스승님 사랑하고 감사합니다. 건강하세요” 제자들은 스승의 날을 맞아 준비한 카네이션 꽃을 가슴에 달아드리고 꽃바구니와 감사편지를 전달하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나전칠기란 나무로 짠 가구나 기물 위에 무늬가 아름다운 전복이나 조개껍질을 갈고 문양을 오려서 옻칠로 붙이는 기술이다. 그중에서도 이형만 보유자는 자개를 문질러 얇게 만들어 국화, 대나무, 거북이 등 각종 도안 문양을 만드는 줄음질 기법에 대한 전문성으로 1996년 보유자로 인정되었다.
나전칠기 기초반 교육실에서 김지혜 씨가 제자들을 대표해 스승에게 카네이션을 달아드리고 있다. 김 씨는 “남편과 양평에서 조그마한 공방을 운영하고 있다. 이렇게 큰 스승을 만나 평소 배우고 싶었던 분야를 정식으로 공부하게 되어 행복하다”면서 “만약 스승님이 친정아버지였다면 학교도 안가고 어릴 적부터 나전칠기만 배웠을 것”이라며 활짝 웃었다.

이형만 선생은 “원주에서 일주일에 두 번 학교에 온다. 나이에 상관없이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온 제자들이어서 배움에 대한 열기가 아주 뜨겁다. 질문도 많이 하지만 나도 하나라도 더 가르쳐주려고 노력하다보면 어느새 학생들과 내가 하나가 되는 것을 느낀다. 보람이 아주 크다“고 말했다.


“수업이 있는 매주 금요일이 다가오면 전날부터 설레고 하루 종일 기분이 좋아요. 편안하게 옛날 이야기를 들으며 좋아하는 공부를 하게 되어 기쁨이 가득합니다. 학생이 아닌 어른이 되어 처음 맞이하는 스승의 날, 몇 주 전부터 스승의 날에 ‘스승님’이라고 부를 있는 어른이 생겨서 너무 감사합니다. (이하 중략)” 나전칠기를 배우고 있는 제자 김지혜(42) 씨의 감사편지 내용의 일부이다.

전기톱을 사용해 나무를 자르던 한 교육생은 “지인의 소개로 평소 꿈꾸던 전통 공예를 배우고 있다”면서 “디지털 시대에 아나로그적 감성으로 하나하나 작품을 완성해 가는 만족감은 삶의 새로운 활력소가 된다”고 밝혔다.

나전칠기 교육실에서 한층 올라가니 톱질 소리가 제법 요란하다. 사랑방 가구를 만드는 소목반 교실이다. 이 날은 수강생들이 삼층탁자를 만들고 있었다. 전기톱 소리와 함께 가구의 수평을 맞추느라 대패질과 사포질하는 손길이 섬세하다. 우리나라 주요 관광지를 소개하는 사진기자로 전국의 관광지와 전통공예를 취재했던 류주형(49)씨는“소목반에 들어와서 전통가구 제작을 2년째 배우고 있다”면서 “훌륭한 선생님 밑에서 열심히 배워서 나만의 전통가구를 만들어 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소목반은 한국전통공예건축학교 초기인 1993년 개설되어 오랜 역사를 지닌 인기 강좌이다. 소목장은 목기, 목가구 등을 제작하는 목수를 말한다. 무늬가 있는 나무를 사용하여 자연스러운 미를 최대한 살려내는 것이 특징이다. 소목반의 강사 국가무형문화재 제55호 소목장 보유자 박명배(71) 선생은 나뭇결을 살리는 낙송기법에 능하여 2010년 보유자로 인정되었다.
한국전통공예건축학교 소목반 학생들이 박명배 선생에게 카네이션꽃을 달아드리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스승의 날이라고 수강생들이 카네이션 꽃도 달아주고 오늘은 특별히 보람된 것 같다”며 박 보유자는 “전통공예 수강생들이 많아 저변확대 뿐 아니라 소목 분야의 미래가 밝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통문화의 체계적인 전승과 보급을 위해 설립된 한국전통공예건축학교는 한국문화재재단(이사장 최영창)이 1989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국가무형문화재 보유자와 전승교육사 등의 장인들이 강사로 나서 전문적인 전통공예기술을 전수한다.
스승의 날을 하루 앞둔 14일 국가무형문화재 제55호 소목장 보유자 박명배 선생이 한국전통공예건축학교 소목반 학생들에게 정확한 치수와 목재 재단에 대하여 설명하고 있다.

▲직물공예, ▲목공예, ▲금속공예, ▲칠공예, ▲전통화법 5개 분야 12개 종목에 대한 기초, 연구, 전문 과정을 운영하고 있으며, 호응에 힘입어 교육과정을 꾸준히 증설 중이다. 수강생이 지속적으로 늘어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직전해인 2019년 연간 수강생 수는 최고 기록인 955명이었다. 지난해 잠시 쉬어야 했던 정규강좌를 올해 다시 개강했고, 현재 470명의 수강생이 전통공예기술을 배우고 있다.

한국문화재재단 소은이 문화교육팀 부팀장은 “코로나 이전에는 한반에 20명이 정원인데 사회적 거리두기로 14명만 모집한다. 지난 3월에 개강해 정규강좌가 운영 중이다. 각 반마다 교육열기가 뜨겁다. 한국전통공예건축학교는 국가무형문화재 등 최고의 강사진으로 구성되어 있어 교육의 질이 높다“면서 “특히 코로나19로 마음이 힘들 분들이 찾아와 우리의 전통문화에 집중하다보면 치료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kkkwak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