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오늘도 행복하지 않습니다

기사승인 2021-05-20 22:5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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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쿡기자] 오늘도 행복하지 않습니다
영화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스틸
[쿠키뉴스] 민수미 기자 =“월세, 전기세, 수도세, 주민세, 가스비, 밥값. 아 이건 생각 못 했는데. 일을 더 늘려야 해. 조금만 더 하면 돼. 나만 열심히 하면 된다. 나만 하면 돼…(중략) 그러다 9년째 되던 해에 은행에서 돈을 빌렸어요. 제가 아무리 꾸준히 일해도 집값은 더 꾸준히 오르더라고요”

지난 2015년에 개봉한 영화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대사입니다. 극 중 여자 주인공 수남은 ‘성실’을 무기 삼아 살아가지만, 세상은 그리 녹록지 않습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약자에서 벗어날 수 없는 사회구조와 가진 자들의 욕심은 그를 매번 좌절케 했죠. 수남과 그의 남편이 원한 것은 오직 ‘내 집 마련’. 그저 행복하기만을 바랐던 수남의 인생은 원치 않았던 환경들로 인해 나락으로 떨어집니다.

행복을 바랐으나 그렇지 못한 인생은 수남뿐일까요. 최근 한국의 국가 행복지수 순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권에 그쳤습니다. 19일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정보센터가 발간한 ‘나라경제 5월호’에 따르면 한국의 2018년-2020년 평균 국가 행복지수는 10점 만점에 5.85점이었습니다. 전체 조사 대상 149개국 중 62위에 해당하는 점수입니다.

한국의 삶의 질은 생각보다 심각한 수준이었습니다. KDI 경제정보센터가 OECD 통계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2019년 기준 한국의 연간 근로시간은 1967시간이었습니다. 이는 OECD 회원국 중 멕시코(2137시간) 다음으로 길며, OECD 국가 평균인 1726시간보다 연간 241시간이나 많은 수치입니다.

노인 빈곤율도 삶의 질을 낮추는 원인으로 지목됐습니다. 2011년-2020년 한국 연평균 고령인구 증가율은 4.4%로 OECD 평균(2.6%)를 웃돌았습니다. 노인 빈곤율은 2018년 기준 43.4%로 OECD 평균(14.8%)의 3배에 달했습니다.

독일의 철학자 칸트는 행복의 조건을 세 가지로 정의했습니다. ‘첫째, 해야 할 일이 있고 둘째, 사랑하는 사람이 있고 셋째, 희망이 있을 때’라고 말이죠. 칸트의 혜안에 비추어 볼 때 현재 한국 사회는 그리고 사회 구성원들은 행복할까요. 경기 악화 등의 여파로 청년·노년 취업은 힘들어지고, 진로와 미래 역시 불투명해졌습니다. 일자리가 있어도 비정규직이 대다수이고요. 먹고 사는 것의 근간이 흔들리니 연애는 남의 이야기와 같습니다. 연애하지 않는데 결혼과 출산은 가능할까요. 연애, 결혼, 출산, 내 집 마련, 인간관계를 포기한 이들에게 꿈과 희망이 있다면 오히려 그것이 어불성설 아닐까 싶습니다.

다시 수남의 이야기로 돌아가 봅니다. “전 그저 행복해지고 싶을 뿐이에요”라고 말하던 수남. 누구보다 성실했지만, 누구만큼 행복할 수 없었던 그의 삶. 불행의 시작은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수남이 아니라 성실이 해답이 될 수 없는 나라에 태어난 것에서 시작된 건 아니었을지 의문이 듭니다. 묻습니다. 지금, 한국에 사는 당신은 행복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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