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우 쟁글 대표“가상화폐, 정보로 움직이는 시장 와야”[들어봤더니]

기사승인 2021-05-28 06:00:22
- + 인쇄
김준우 쟁글 대표“가상화폐, 정보로 움직이는 시장 와야”[들어봤더니]
김준우 쟁글 공동대표. 사진=쟁글 제공

[쿠키뉴스] 심신진 기자 =투자자들이 가상화폐 시장에서 다단계 사기 등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 거래대금이 기존 코스피시장을 뛰어넘는 등 투자자 수도 늘고 있어 피해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가상화폐 공시 플랫폼 ‘쟁글(Xangle)’을 이끄는 김준우 공동대표는 “정보에 의해 움직이는 시장이 와야 한다”며 가상화폐 공시와 신용도 평가의 중요성을 말했다.

-쟁글이 생소한 분들이 있다. 간단한 소개 부탁 드린다
▶주식시장에는 다트(전자공시시스템)가 있다. 현 가상자산(가상화폐) 시장에서는 다트처럼 체계적이고 검증된 정보가 없다. 그런 것을 발굴하고 있다. 가상자산은 상장이 쉽다. 거래소도 굉장히 많다. 반면 정보를 얻을 곳이 없어 투자자 피해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공시 플랫폼 쟁글을 만들었다. 최근 사업 범위를 확장해 가상자산에 대한 감사와 평가사업을 하고 있다.

-공시는 어떤 절차로 이뤄지는가
▶주식시장에서는 공시 후에 문제가 있다면 사후처벌을 한다. 반면 가상자산 시장에는 투자자 보호 장치가 없다. 때문에 아주 중요한 정보에 대해서는 사전 검증을 한다. 회사 팀, 사업목적, IR활동, 사업성과 등을 종합 평가하도록 공시 기준을 갖췄다. 프로젝트(가상자산 운영사)에서 그 공시 기준에 충족하는 활동을 한다면 내용을 검증해 알린다. 예를 들어 프로젝트가 어떤 대형회사와 계약을 맺었다면 서류를 요구해 사실 여부를 확인한다. 또 시장에 루머가 있다면, 프로젝트 측에 답변을 요청한다. 답변이 없다면 신뢰할 수 없는 정보인 만큼 조회공시로 알린다.

-프로젝트 측이 답변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되나
▶우리와 협력하는 거래소들도 프로젝트에 확인 요청을 한다. 제대로 응하지 않았을 때는 상장 폐지나 경고를 한다. 우리도 허위공시 혹은 필수공시를 안 했을 때 퇴출하기도 한다. 더 이상 신뢰성 있는 소통 채널을 못 쓰게 하는 것이다.

-가상화폐 시장, 공시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스타트업은 주식을 발행할 때 투자자에게 재무상태, 팀 구성, 사업목표 등 회사 정보를 공개한다. 정보비대칭이 없다. 또 상장을 하면 불특정다수가 투자를 하게 된다. 이때 공시로 불특정다수가 회사 정보를 알게 한다. 특정 개인이 내부정보를 악용할 여지가 사라지게 된다. 프로젝트 내에서 핵심 개발진이 퇴사를 하면 투자자 입장에서 악재다. 내부 정보를 아는 사람이 있다면 악용할 수도 있다. 불특정다수가 거래를 한다면 정보가 공개돼야한다. 특정 개인이 내부정보를 활용할 여지가 없어진다. 그래야 형평성 있고 공정한 거래가 이뤄진다. 그런 역할을 공시가 한다.

-가상화폐 신용도 평가는 어떻게 이뤄지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나 무디스는 재무제표를 기반으로 신용도를 평가한다. 가상자산 시장은 아직 초기단계인 만큼 재무제표에 의존하기가 어렵다. 벤처캐피털이 스타트업을 평가하는 관점에서 보고 있다. 가상자산을 두고 과연 얼마나 믿을 수 있는 프로젝트인지, 리스크는 어느 정도인지를 평가해 구체적으로 정량화하고 있다.

-스캠코인(사기코인)에서 주로 보이는 특징은 무엇인가.
▶프로젝트 팀만 검증돼도 스캠인지 아닌지 알 수 있다. 우리는 관련 경력자와 개발자 현황, 자금상태, 가상자산 배분 구조 등을 본다. 만약 가상자산이 3~4명 소수에게 몰려있다면 그 사람들이 털고 나올 수도 있다. 거래도 활발하지 않을 테니 유통량을 살피기도 한다. 또 해당 가상자산이 실제로 쓰일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있는지, 사업성과를 달성하고 있는지를 봐야한다. 다만 개인 투자자들은 분석하기 어렵다. 우리는 그런 사항들을 종합 평가해 공시 하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과 가상화폐는 어떤 관계가 있는가. 가상화폐가 없어도 기술만 있으면 되는 것 아닌가.
▶블록체인의 핵심 기술은 탈중앙화다. 사람들은 휴대전화로 문자를 주고받을 때 통신사의 망을 쓴다. 이때 문자 내용에 보안을 유지하고, 서비스를 운영하기 위한 인력 등이 있다. 사람들은 그런 자원을 이용한 대가로 통신요금을 내다. 즉 중앙화된 통신사의 자원을 사용한다. 반면 가상자산은 통신사 같은 중앙화된 자원이 없다. 때문에 가상자산으로 트랜잭션(연산작업)을 일으킬 때 다른 누군가에게 컴퓨팅파워(자원)를 사용하게 된다. 이 때 자원을 사용한 대가로 가상자산을 제공한다. 분산화된 네트워크가 작동하기 위해 자원을 분산시킨 것이다. 기술을 사용하기 위해 다른 사람의 자원을 사용하고, 그 대가로 가상자산을 주는 거라 할 수 있다. 때문에 가상자산이 필요하다.

-가상화폐 시장이 투기로 혼탁하다. 무엇 때문에 그렇다고 생각하는가.
▶어떤 회사가 코스피에 상장을 하면 그 내재가치를 믿고 투자한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가장자산 시장은 내재가치를 분석해 투자하기가 힘들다. 주식투자에는 애널리스트들의 리포트, 전자공시시스템, 언론 등 생태계가 갖춰져 있다. 지금 가상자산 시장은 생태계가 충분하지 않다. 거래소에서 분석 리포트를 내는 것도 아니다. 투자를 하려면 정보 제공 서비스가 필요한데 여기에는 없다. 환경적으로 투자를 하기 힘들다.

-묻지마 투자, 해결할 수는 없을까.
▶정보에 의해 움직이는 시장이 와야 한다. 예전에는 묻지마 투자가 많았다. 그러다가 ‘이렇게는 안 되겠구나’라며 시세가 오를 재료로써 정보를 찾게 됐다. 또 그 정보가 검증되지 않은 정보라서 사기가 생기다 보니 공시를 찾게 됐다. 이후 거래소에서도 공시를 챙겨 투자자에게 공개하고 있다. 투자자 보호를 위해서는 공시, 신용도평가 등 검증이 계속 이뤄져야 한다. 또 문제점이 해소 되고, 시장이 학습할 때 바뀌는 것 같다.

-혼탁한 가상화폐 시장이 건전화 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기본적으로 사기행위, 시세조작, 내부정보 활용 등을 규제해야한다. 또 투자자 보호를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보는 것이 중요하다. 주식시장도 한국거래소, 리서치센터, 회계법인, 공시 등이 없다면 투기판이 될 것이다. 이 시장에도 투자자를 대상으로 리서치 리포트를 내거나 회계법인이 생기는 등 종합적으로 갖춰나간다면 궁극적으로 투자자 보호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민간에서 그런 역할이 생기도록 많은 플레이어가 참여할 수 있게 문을 열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쟁글이 서비스를 시작한지 2년이 됐다. 앞으로의 방향성은.
▶공시를 고도화 시킬 것이다. 더 많은 자산들의 정보를 철저히 검증하고,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가상자산 커버리지(범위)도 늘려갈 예정이다. 최근 자산 평가 쪽도 확장하고 있다. 투자자들이 피 흘리지 않도록 좋은 자산들이 더 인정받도록 하고, 옥석을 가리는데 도움이 되도록 지금 하는 일에 더 집중하려고 한다.

ssj9181@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