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시흥시 웨이브파크, '민간투자법' 준용할 수 없어…특혜 의혹④

정치인, 법조인은 물론 공무원들도 '잘못됐다'는 반응
"시흥시가 ㈜웨이브파크에 땅과 건물을 기부한 것"이라는 주장도

입력 2021-05-31 14:4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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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시흥시 웨이브파크, '민간투자법' 준용할 수 없어…특혜 의혹④
웨이브파크 전경

[시흥=쿠키뉴스 박진영 기자] 경기도 시흥시는 건물을 지어달라며(기부하라며) 공원(땅)을 특정인에 내줬다. 그리고는 건물이 완공되자 그 땅과 건물을 그에게 20년간 독점 사용케 했다. 그 특정인은 현재 그 땅과 건물을 자신만의 영업행위에 이용하고 있다. 웨이브파크 이야기다. 

이 땅(공원)은 공공의 재산으로 사익이 아닌 공익을 위해 사용돼야 한다. 최초 이 땅(공원)은 한국수자원공사(K-water)가 약 121억 원을 들여 수변공원을 조성해 시흥시에 무상 귀속키로 계획됐다. 이 계획은 인공서핑장 조성을 위해 모인 경기도·시흥시·K-water·㈜웨이브파크의 협의를 거치면서 문화공원으로 바뀌고, 공익 실현이 아닌 사익 추구의 빌미를 만들었다. 문화공원의 이름도 회사(㈜웨이브파크) 이름을 본따 '웨이브파크'다.

시흥시는 공공의 땅을 사익의 수단에 제공한 법적 근거로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공유재산법)의 기부채납(제7조, 제20조)을 내세우며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공유재산법·시행령·시행규칙 그 어디에도 공공의 재산을 독점적 사익의 수단으로 제공해도 된다는 명문 규정은 없다. 

이를 염두에 둔 듯 이 사업을 주도한 시흥시 미래전략담당관 Y 과장은 지방세법의 국세기본법 준용을 운운하며 공유재산법이 완벽하지 못해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민간투자법)을 준용했다고 암시했다. 공원은 사회기반시설로 민간투자법으로 기부채납할 수 있다. 그럼에도 공유재산법을 적용했다는 것은 공원에 들어선 웨이브파크 시설(인공서핑장 등)이 사회기반시설이 아니기 때문이다. 

법을 준용하려면 명시적으로 '~에 관한 법의 규정을 준용한다'라는 형식의 규정이 있어야 한다. 또 준용은 그 성질상 다른 법률을 소극적·제한적으로 적용해야 한다. 그러나 공유재산법에는 민간투자법을 적용할 수 있는 준용규정이 없다. 즉 시흥시가 공유재산법에 근거해 웨이브파크를 기부받기 위해 민간투자법을 준용했다면 이는 위법인 것이다.

실제로 이런 식의 공유재산법에 근거한 기부채납 시 민간투자법을 함부로 준용한 사례는 더러 있다. 부천 드라마세트장, 경주 버드파크, 오산 버드파크, 안산 스카이바이크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 2013년 10월 개장한 '경주버드파크'의 담당공무원인 K팀장은 지난해 공유재산법이 완벽하지 않아 민간투자법을 준용했다고 위법사실을 인정한 바 있다.(본보 2020. 5.31) 

[기획] 시흥시 웨이브파크, '민간투자법' 준용할 수 없어…특혜 의혹④
시흥시청


◆ 사익 위해 공익 침해하면 헌법 위배 소지 있어

공익 목적의 공공재산인 도시공원이 특정인의 이익을 위해 제공된 사실이 알려지자 시흥시민은 물론 정치인, 공무원, 법조인 등 각계각층에서 마뜩잖은 반응을 내놓고 있다. 

인근 지자체 공원과 담당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이런 식으로 특정인에게 독점적 권한을 줘 영업행위를 보장해 준 도시공원은 전국에 단 한 곳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 B(47,여)씨는 "기부란 '현재'의 내 재산을 아무런 조건 없이 주는 것이지, 먼저 내가 받아야 되고 그런 후 그 받은 것을 토대로 만든 '미래'의 재산을 주는 건 당연히 조건이 붙은 투자"라면서 "시흥시가 가진 게 없는 특정인에게 공공의 땅을 함부로 빌려줘 그 사람의 미래 재산(건물) 형성의 발판을 닦아 주고 그것도 모자라 그 땅과 건물로 더 많은 부를 축적하라고 공인해 준 것은 당연히 특혜"라고 지적했다. 

시흥시 모 과장은 "공유재산을 이렇게 활용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면서 "이런 식이면 나도 기부채납을 이용해 퇴직 후 먹고 살 사업거리를 쉽게 만들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시흥시 모 팀장은 "지금에 와서 분양이 안 되면 어떡하란 말이냐. 우리 시 입장에선 거북섬 일대 분양을 신경 안쓸 수 없다"면서 웨이브파크 조성 목적이 민간의 부동산 개발사업 성공을 위한 것이었음을 시사했다.

지역 정치권의 시선도 곱지 않다. 시흥시의회 더불어민주당 안선희 의원은 "공익을 위한 시설을 이런 식으로 20년간 민간에 제공하면, 이는 ㈜웨이브파크가 시흥시에 건물을 기부한 게 아니고, 시흥시가 ㈜웨이브파크에 땅과 건물을 기부한 것이나 다름없다"면서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힘 노용수 의원 역시 "무료로 전 국민에 개방될 도시공원이 가진 자의 놀이공간으로 변질된 면이 있어 보인다"면서 "개인의 사익이 아닌 공공의 이익 실현을 위한 '공원녹지법' 취지 달성을 위해 '공유재산법'을 면밀히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한 법률전문가는 "우리 헌법에 따르면, 모든 국민은 행복을 추구할 권리(제10조), 경제·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차별받지 않을 권리(제11조),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제33조),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제34조)를 갖고, 국가는 이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사익을 위해 공공의 이익을 제한한 공유재산법 해석은 헙법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유재산법을 다루는 공무원은 이 법령을 준수하고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써 사무에 종사해야 한다.(제3조) 또한 누구든지 이 법이 정하는 절차와 방법에 따르지 않고는 공유재산을 사용하거나 수익하지 못하며, 이를 위반해 행정재산을 사용하거나 수익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제99조)"고 강조했다.

bigma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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