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경] 승계 앞둔 오너일가 주가 누르기 가능할까

기사승인 2021-06-05 06:2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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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경] 승계 앞둔 오너일가 주가 누르기 가능할까
사진=연합뉴스
[쿠키뉴스] 유수환 기자 =  “2세 승계를 앞둔 기업 주식은 매수하지 말라”  

이는 국내 주식시장에서 개미투자자들이 자주 듣는 격언입니다. 실제 국내 오너 일가 기업은 회사 이익과 주주 가치제고 보다는 가족 승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비판이 꾸준히 나왔습니다. 

대표적으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은 기업의 지향하는 목적과 별개로 주주가치를 훼손했다는 평가를 받는 사례입니다. 구 삼성물산이 보유한 자산가치, 매출, 이익은 제일모직 보다 2~3배 컸음에도 합병비율은 반대로 저평가 받았죠. 때문에 엘리엇매니지먼트를 비롯한 합병 반대론자들은 이 같은 합병은 삼성물산의 주주가치를 훼손시키는 일이라고 반발했습니다. 

다른 기업도 이러한 논란에 자유롭지 못합니다. 실제 승계를 앞둔 많은 기업(오너일가)들도 주주들로부터 주주가치를 훼손하고 있다는 비난을 듣습니다. ‘알기쉬운 경제’에서는 오너 일가 승계와 주가 흐름에 대해 분석해 보고자 합니다. 

◇ 주가 급락이 반가운 오너 일가들

주식시장에 상장된 기업들의 주체는 주주입니다. 하지만 국내는 대주주와 소액주주 간 이해관계가 상충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아이러니 하게도 주가 상승을 원하지 않는 기업도 존재합니다. 이는 오너 중심의 독단적 경영으로 주주를 경시하는 경영 풍토가 만연됐기 때문입니다.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 강승부 대표는 ‘좋은기업 나쁜주식, 이상한 대주주’라는 저서를 통해 “오너 일가들은 자신들의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주주자본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편취행위를 자행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그는 “잘되는 사업은 회사 밖의 누군가에게 밀어주고 일부러 주가를 떨어뜨려 상속세를 절감하려 애쓴다”고 비판했습니다. 

실제 많은 오너 일가들은 주가가 하락한 시점에 증여를 추진합니다. 이 가운데 일부 기업은 지난해 코로나19 충격으로 주가가 급락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증여를 추진했습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A회장은 지난해 코로나19로 기업 주가가 급락하자 두 자녀에게 물려준 기존 증여를 취소하고 다시 저점에서 증여했습니다. 

A회장이 지난 2019년 12월 증여 시점을 기준으로 한 증여가액은 1204억원입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그룹 주가가 급락했던 4월 초(4월 1일) 시점으로 증여가액은 767억원입니다. 

허영인 SPC회장도 지난해 4월 8일 장남 허진수 부사장에게 그룹 계열사 중 유일한 상장사인 SPC삼립 주식(보통주) 40만주를 증여했습니다. 당시 SPC삼립 주가는 6만7000원대로 고점(41만원) 대비 80% 하락했습니다.

절세 차원의 주가 급락 이후 증여는 납세자로서 합리적인 선택입니다. 하지만 이는 주주가치 제고에는 큰 관심이 없다는 것도 드러낸 것입니다. 

개인 투자자 사이에서는 승계를 앞둔 기업이 주가가 하락할 경우 ‘의도적인 주가 누르기’를 하고 있다고 의심합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오너 일가가 의도적으로 주가를 누르는 것은 범법행위이기에 자본시장법 테두리 내에서 움직이지만 실제 공시, IR 등을 통해 악재를 공개해 주가를 떨어뜨리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상속세 납부를 위해 지분을 파는 오너 일가 때문에 회사 주가가 떨어지는 일이 적잖게 발생합니다. 대주주가 가지고 있던 주식을 팔면 물량 부담 때문에 주요 주주들도 주식을 팔아치웁니다. 결국 이는 연쇄적인 주가 하락으로 이어지면서 소액주주들이 피해를 보게 됩니다.

증권업계에서는 주주가치 제고 위한 방안을 위해 상속세와 증여세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실제 일감몰아주기나 주가 누르기는 높은 증여세와 상속세를 피하기 위한 일종의 편법행위입니다. 하이트진로도 과거 오너일가의 일감몰아주기 혐의로 재판을 받은 바 있습니다. 공정위원회는 지난 2018년 3월 하이트진로가 소유주 일가 소유회사인 서영이앤티를 부당지원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79억4700만원의 과징금 납부 명령을 했습니다. 서영이앤티는 박문덕 회장의 장남이자 하이트진로 대표 박태영 사장이 최대 지분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KCGI 강성부 대표는 “우리나라 상속·증여세율은 최대주주 경영권 프리미엄 할증 과세를 감안한다면 최고 60%에 이른다”며 “다른 상속 재산이 없어 상속 받는 지분을 물납한다는 가정하에 창업주 자녀의 손에 들어오는 지분은 40%다. 이렇게 되면 경영권과 소유권을 유지하기 쉽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물론 가장 좋은 방법은 자녀에게 경영권을 물려주는 방식 보다 기업 경영을 잘 할 수 있는 후계자를 육성하는 것입니다. 현재 전 세계 시가총액 1위 애플은 스티브잡스 타계 이후에도 약 10배 가까운 주가 상승을 이뤄냈습니다. 바로 전문경영인 팀쿡이 애플을 지휘하면서 세계 최고 기업으로 키운 것입니다. 또한 현재 애플의 최대주주는 창업자 스티브잡스 일가가 아닌 뱅가드자산운용과 워렌버핏의 버크셔헤서웨이입니다.

shwan9@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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