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모두가 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노상우 / 기사승인 : 2021-06-10 08:5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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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뉴스] 노상우 기자 = 모두가 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휠체어 이용자와 함께 가기 전까지는.

휠체어로 갈 수 있는 음식점, 카페 등이 얼마나 될까. 가게가 1층에 있다면 방문할 수 있지 않을까 라고 막연히 생각했었다. ‘그래도 절반은 되겠지’라는 안이한 생각도 있었지만, 현실은 달랐다. 서울 시내 50개 지하철역 주변에 휠체어로 갈 수 있는 곳에 대한 정보를 데이터로 모으는 ‘무의’와 함께 혜화역 인근을 둘러보니 내 생각이 틀렸음을 바로 느낄 수 있었다.

그동안 보이지 않던 방해물들이 눈에 들어왔다. 분명 1층에 가게가 있는데 왜 그 가게를 들어가기 위해 계단에 올라서야 하는지, 휠체어의 폭도 되지 않을 만큼 좁은 문을 출입구로 설치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갈 수 있는 상점도 별로 없었지만, 휠체어를 타고 들어간다고 해서 끝이 아니었다. 비장애인의 시각으로는 볼 수 없는 장애물도 많았다. 휠체어가 이동할 수 없을 정도로 좁은 편의점 통로, 휠체어 이용자가 이용하기 힘든 높이의 테이블, 휠체어 이용자가 볼 수 없을 높이에 있는 셀프 반찬통 등 비장애인의 시각에서는 알 수 없었던 방해 요소가 많이 있었다. 보행로에도 불편한 요소가 많았다. 동행인이 없다면 높은 경사로로 애초에 갈 생각도 못 하는 곳도 있었고, 반듯해야 할 곳에 턱이 있어 돌아가야 하는 경우도 부지기수였다. 

화장실도 마찬가지였다. 일반적으로 큰 건물에 장애인 화장실이 모두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없는 경우도 많았고, 있더라도 휠체어 이용자가 이용할 수 있을 만큼 넓지 못한 적도 있었다. 장애인 화장실의 설치 기준과 관련해 법적인 기준은 마련돼 있지만, 유명무실한 게 아닐까 의심스러운 정도였다. 

인간으로서 반드시 보장받아야 하는 기본적인 인권인 기본권을 장애인들도 보장받고 있을까. 정부가 나서서 해야 할 일을 한 사회단체에서 하는 게 맞나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었다. 장애인들의 이동권을 말할 때 보통 대중교통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권리에 대한 논의가 주로 이뤄지다 보니 음식점, 카페 등에 대해서는 생각이 깊지 못했다.

내가 누리고 있는 자유를 장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누릴 수 없다면 그것은 권리가 아니라 특권이라는 생각이 더 강하게 들 수밖에 없었다. 휠체어로 못 가는 곳 없는 세상이 하루빨리 올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nswrea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