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경비노동자 조직화 선언…갑질·고용불안 고리 끊을까

이소연 / 기사승인 : 2021-06-10 13:23:16
- + 인쇄

입주민의 폭행·폭언에 극단적 선택을 한 아파트 경비원 고 최희석씨가 근무하던 서울 우이동의 아파트 경비실이 비어있다. 박태현 기자
[쿠키뉴스] 이소연 기자 =고용불안 해소 등을 위해 아파트 경비노동자 조직화가 선언됐다. 목소리를 모아 사회문제에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10일 오전 서울 민주노총 제1중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파트 경비노동자 집중 조직화 계획을 발표했다. 경비노동자에게 공동주택관리법 개정에 따른 설명회를 진행한 후, 노동조합 가입 등을 제안한다는 방침이다. 캠페인과 기자회견, 집회 등도 준비 중이다.  

왜 지금 이 시점에서 경비노동자 집중 조직화가 필요할까. 오는 10월21일 시행을 앞둔 공동주택관리법 개정안 때문이다. 국토교통부는 경비노동자 겸직 업무 범위 등에 관한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을 개정 추진 중이다. 경비노동자에게 주차관리와 택배, 분리수거, 외곽청소 등을 겸직으로 허용하는 방침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현행법상 경비노동자는 감시·단속 업무만 할 수 있다. 그러나 사실상 이외 업무를 하고 있기에 이를 합법화하자는 것이다. 

경비노동자는 감시·단속적 노동자로 분류된다. 감시·단속적 노동자는 근로 밀도가 낮고 정신적·육체적 피로가 적다는 이유로 근로시간, 휴게, 휴일 등 근로기준법 일부 조항을 적용받지 않는다. 경비노동자의 실정과는 맞지 않는 이야기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서울의 한 경비노동자는 “택배 및 주차 관리, 화단 정리, 분리수거, 음식물쓰레기통 교체, 층간소음 민원 처리·응대, 관리사무실 보조 업무, 동대표 회의 자료 전달 업무 등을 맡고 있다”며 “주차 관리를 하다가 사고가 날 경우 모든 책임이 경비원에게 전가된다”고 호소했다. 

민주노총은 10일 오전 서울 민주노총 제1중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파트 경비노동자 집중 조직화 계획을 발표했다. 
문제는 시행령 개정에 따른 여파다. 향후 경비노동자의 고용유지, 임금, 노동조건 등에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시행령을 개정하더라도 정부에서 경비노동자를 감시·단속적 노동자로 유지할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강동화 민주노총 전국민주일반연맹 수석부위원장은 “지난달 27일 경비노동자의 감시·단속 업무와 관련 고용노동부와 면담을 진행했다”며 “아무런 준비 없이 그냥 감시·단속 업무를 유지할 것이라는 의구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더 많은 노동을 하면서 그에 대한 대가를 받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감시·단속적 노동자에서 제외하더라도 문제는 남는다. 경비노동자는 보통 24시간 근무한 후, 하루를 쉬는 격일근로제로 일한다. 근로기준법을 적용받게 되면 임금이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연장·야간·휴일·주휴수당을 받을 수 있게 된다. 1인당 70~80만원 수준으로 분석된다. 임금 상승 감당이 어려워지면 경비노동자 대량 해고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김형수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전국민주일반노조 위원장은 “고용노동부는 시행령 개정에 따른 문제점을 입주민과 세상에 명확히 알려야 한다”면서 “경비노동자의 근무시간을 단축시켜 고용을 유지하고 입주민에게 부담이 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노총은 10일 오전 서울 민주노총 제1중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파트 경비노동자 집중 조직화 계획을 발표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법이 제정되면 사회적 분란이 종식돼야 한다. 보호받지 못했던 사람들이 보호받아야 한다”면서 “현재 추진 중인 공동주택관리법을 들여다보면 경비노동자는 고용불안에 떨 수밖에 없다. 입주민들은 관리비 상승을 우려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경비노동자가 맡았던 택배·주차관리·청소·분리수거 업무 등이 노동으로 인정되면 정당한 대가를 보장받아야 한다”며 “노동자들이 온전한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노조를 설립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파트 경비노동자는 노동인권의 사각지대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임계장(임시계약직노인장), 고다자(고르기도 다루기도 자르기도 쉽다) 등 경비노동자 관련 신조어도 만들어졌다. 지난해 5월에는 서울 강북구의 한 아파트 경비원으로 근무하던 고(故) 최희석씨가 입주민의 폭언·폭행으로 인해 극단적 선택을 했다. 지난 2014년에는 서울 강남구 신현대아파트에서 경비원 고 이만수씨가 입주민의 폭언 및 모독을 견디다 못해 분신을 기도, 투병 끝에 숨졌다. 이들의 죽음은 업무상 산업재해로 인정됐다.

soyeo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