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마약'된 진통제 패치.. '마약류 관리'어쩌나

병의원 전전하며 중복처방...마약류 관리 비상

기사승인 2021-06-14 03:2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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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마약'된 진통제 패치.. '마약류 관리'어쩌나
이희정 디자이너.

[쿠키뉴스] 전미옥 기자 =최근 10대 청소년들이 마약성 진통제(오피오이드)인 ‘펜타닐 패치’를 불법 투약 및 유통한 혐의로 무더기로 경찰에 붙잡혔다. 불법 마약 문제가 10대 청소년에까지 뻗치며 더 이상 다른 나라의 문제가 아니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병의원을 전전하며 중복 처방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마약류 의약품 관리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국내 마약성 진통제 사용량은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대한민국의학한림원 중독특별위원회의 ‘2020년 오피오이드계 진통제 오남용 가이드’에 따르면, 건강보험공단 가입자 중 마약성 진통제 투약자 수는 2011년 449만478명에서 2019년 678만7210명으로 51.1% 증가했다. 이 중 1년 동안 90일 이상 처방받은 환자는 2011년 38만9214명에서 2019년 62만2190명으로 59.9% 늘었고, 마약성 진통제 투약 30일 이내 사망한 환자도 2만1777명에서 3만1401명으로 증가했다.

미국의 경우 연간 5만여명의 미국인이 마약성 진통제 오남용으로 사망하고, 170만명이 중독질환으로 고통 받는 것으로 알려진다.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미국 등 해외 국가 대비 처방량이 낮은 수준이다. 다만, 마약성 진통제 사용량이 증가하고 있고, 만성 비암성 통증 환자 중 마약성 진통제 연관 의존성을 나타내는 환자가 21%(2018년 기준)가량 되는 등 오남용 문제가 가볍지만은 않은 실정이다. 

특히 이번 마약성 진통제 사태를 놓고 의료현장에서는 걱정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몸에 붙이는 패치형 제제는 불법사용 위험에서 비교적 안전하다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심우석 삼성서울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대한통증학회장)는 “패치형 진통제를 불법 사용한 사례라서 매우 놀랐다. 경구약은 임의로 성분 추출할 우려가 있어 이를 막는 기술이 적용될 정도로 관리를 하는 반면, 패치는 경구약이나 주사제에 비해 성분을 추출해 사용하는 것이 어렵다고 생각돼왔다. 그런데 이를 뒤집는 사례가 발생한 것”이라며 “단순히 마약류 처방의 문제가 아니라 다른 불법 마약들이 국내에 확산되고 있는 현상을 반영한 것이 아닐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통증조절을 위한 마약성 진통제는 반드시 단계별로 사용돼야 한다. 심 교수는 “마약류는 극심한 통증 등 꼭 필요한 경우에 한해서만 사용이 되어야 한다. 과량 투여 시 호흡 억제, 신경독성 등으로 사망에 이를 수 있고, 장기간 사용 시 전신적인 통각과민증상과 면역저하 같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며 “정신적인 중독으로 진행되는 경우 마약류 사용 요구량이 계속 늘고 증량이 되는 만큼 더욱 위험하다. 오용이 되면 중독에 이를 가능성이 많고, 남용은 이미 중독이 된 것이다. 통증보다는 정신적으로 탐닉을 하여 마약을 사용하게 되는 상태”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심 교수는 “사소한 통증에 마약성 진통제를 장기간 쓰다가 중독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중독에 취약한 환자군도 있기 때문에 개개인에 맞는 처방이 필요하다. 일부 수술 환자 입퇴원에 맞춰 일률적으로 마약성 진통제가 처방되는 시스템은 개선돼야 하고, 의료인 대상의 교육도 중요하다”며 “학회에서도 교육과 관리 강화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정부는 ‘의약품안전관리시스템(DUR)’과 ‘마약류 의료쇼핑 방지 정보망’을 통해 의료진이 환자의 투약 상황 등을 확인 후 처방할 수 있도록 관리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사각지대가 드러나자 부랴부랴 마약류 의약품 안전사용 가이드라인 등 강화된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의료용 마약류 진통제는 최초 치료에는 사용하지 않고, 만 18세 이상의 환자에게 처방하되 첫 처방 시에는 1회 처방 시 7일 이내로 단기 처방하며, 추가 처방 시에도 가능한 1개월 이내로, 최대 3개월 이내로 처방하도록 하는 등의 방안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사전알리미, 자발적 보고 제도 등을 통해 의료용 마약류 진통제와 항불안제의 오남용을 관리하겠다”며 “경찰청·심평원 등 유관기관과 기획합동감시를 실시하고, 검·경과 함께 SNS 단속방안을 논의하는 등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romeok@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