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백신 맞았는데?”…느슨해진 방역, 시민 불안 ↑ 

방역당국 “백신 인센티브 내용 오인 방지 홍보 강화할 것”

기사승인 2021-06-15 04:3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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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백신 맞았는데?”…느슨해진 방역, 시민 불안 ↑ 
요양병원, 요양시설의 환자와 면회객 중 어느 한쪽이라도 접종을 완료하면 대면 면회가 가능해진 1일 오전 경기 안산시 단원구 광덕대로 162 경희요양병원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한 남편 환자와 화이자를 접종한 아내 면회객이 접촉면회를 하고 있다. 2021.06.01. 박효상 기자


[쿠키뉴스] 유수인 기자 = 코로나19 백신 접종자가 늘고 있는 가운데 백신을 접종했다는 이유로 방역수칙을 위반하는 사례가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특히 정부가 밝힌 ‘백신 인센티브’ 내용을 오인하는 경우도 있어 시민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 소재 한 요양병원 관계자는 “접종 완료자에 한해 대면 면회가 허용되자 오시겠다고 하는 분들이 늘었다”면서도 “체온측정, 손소독제 사용 등 기본적인 수칙을 지킨 후에 입장이 가능한데도 ‘백신 맞았는데 이런 것들을 해야 하느냐’고 물으시거나 그냥 들어가려는 분들이 있다”고 호소했다. 

이 관계자는 “체온 측정해야 입장할 수 있다고 얘기하면 거부하진 않지만 계속 안내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고 부연했다. 

앞서 정부는 백신 접종자의 일상 회복을 지원하기 위해 이달부터 요양병원‧요양시설에 대한 대면(접촉) 면회를 허용했다. 요양병원·요양시설의 환자나 면회객 중 한쪽이라도 접종을 완료(2차 접종 후 2주경과)했다면 대면 면회가 가능하다. 다만, 안전한 면회를 위해 마스크(KF94, N95) 착용, 손 소독 실시는 필수다. 또 해당 시설의 접종률 등 방역 여건에 따라 면회수칙이 다를 수 있다. 

또 정부가 내달부터 백신 접종자에 한해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하기로 했지만 벌써부터 마스크를 벗고 다니거나 실내에서 마스크를 벗는 사람들이 있어 시민들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백신 접종 여부와 관계없이 마스크 의무 착용 기간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A씨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백신 맞았다고 마스크 안 쓰는 사람들에 대해 처벌을 강력하게 했으면 좋겠다”라면서 “아저씨 두 명이 들어왔는데 한명만 마스크를 쓰고 있더라. 본인만 백신을 맞았고, 맞았더라도 실내에서는 마스크 써야 한다고 했더니 백신 맞았는데 마스크를 왜 쓰냐며 화를 냈다. 왜 백신 맞은 사람들 실내만 마스크 착용하고 실외는 안 써도 된다는 발표를 해서”라고 꼬집었다. 

한 네티즌은 “백신 맞아서 마스크 벗었다는 사람들이 있다는 글을 봤는데 실제로 보게 될 줄은 몰랐다. 아직 안 맞은 사람들도 많은데 그냥 쓰고 다녔으면 좋겠다”라고 지적했다.  

한 온라인 맘카페 이용자도 “식당에 포장하러 갔는데 사장님과 종업원 두 분이서 마스크를 안 쓰고 있었다. 식당하시는 분들이고 더 엄격하게 (방역수칙 준수를) 해야 하는데도 당당하게 백신을 맞아서 안 쓰고 있다고 말해서 당황했다”며 “심지어 1차 접종자였다. 마스크는 타인을 위해 쓰는 게 맞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마스크를 벗고 다니는 이웃으로 인해 불안감을 느낀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세 아이의 엄마라고 밝힌 한 청원자는 “쓰레기 분리수거를 하려고 두 돌짜리 아기와 함께 나갔는데 마스크를 안 쓰고 계신 이웃할머니께서 아이가 귀엽다고 아기한테 말 걸고 웃어주셨다. 이웃이지만 처음 보는 분께 마스크를 안 썼다고 말하자니 껄끄럽고, 서로 불편해지는 것도 싫어서 할머니와 거리두기하며 분리수거를 마치고 서둘러 집으로 들어왔다”고 토로했다. 

청원자는 “7월부터 이런 상황이 정당하게 된다는 게 아이가 있는 엄마로서는 불안하고 불편하고 걱정된다. 정부가 당장 백신을 맞게 하려고 이런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 같다”면서 “마스크는 코로나 종식 선언 후 벗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학생이라고 밝힌 한 청원자는 “아무리 야외에서만 마스크를 벗을 수 있다고 하지만 굉장히 위험하고 성급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당장 백신 접종률 제고에는 도움이 될 수 있으나 방역에는 영향을 줄 수 있다”며 “국제사회에서는 아직도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고 있다. 야외에서 마스크를 미착용하는 것은 코로나 팬데믹에 더 큰 혼란을 가중시키는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모두의 안전을 위해서 적어도 2021년 12월까지는 지켜보고 상황에 따라 방역수칙 강도를 결정했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이에 방역당국은 ‘백신 인센티브’와 관련한 내용에 오인되지 않도록 홍보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백신 접종자의 실외 마스크 수칙 등 변화의 시기와 내용에 오인되지 않도록 브리핑 등을 통해 반복 전달하고 홍보를 강화해나가도록 하겠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백신 접종자라도 요양병원 면회 시 마스크 착용, 손 소독 등 방역수칙이 적용된다. 현재 병원 접촉면회 시행 초기 이행상황 및 애로사항 실태점검을 위한 계획을 수립 중이며 이달 중 시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suin92710@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