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배달 ‘규제챌린지’에 약국가 발끈… “의약품 안전성·접근성 훼손”

기사승인 2021-06-16 06: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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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배달 ‘규제챌린지’에 약국가 발끈… “의약품 안전성·접근성 훼손”
서울 종로구 한 약국에서 약사가 손님에게 코로나19 자가진단키트 사용법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사진=박태현 기자

[쿠키뉴스] 한성주 기자 =의약품을 환자에게 배달하는 비대면 서비스에 대한 약국가의 반발이 커졌다. 정부와 약사들의 이견이 지속되는 양상이다.

약 배달 서비스는 일종의 배달 대행업이다. 환자가 약국에 방문하지 않아도, 필요한 약을 원하는 장소에서 구매·수령할 수 있게 해준다. 원래 약을 배달하는 행위는 현행 약사법상 불법으로 간주된다. 약사법 제50조 1항은 ‘약국개설자 및 의약품판매업자는 그 약국 또는 점포 이외의 장소에서 의약품을 판매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한다. 즉, 약국 밖에서 의약품을 구매해 배송받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하지만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 확산 이후 약배달 서비스 상용화 논의가 본격화했다. 지난해 3월부터 보건복지부가 ‘전화상담‧처방 및 대리처방 한시적 허용방안’을 발표하고 한시적으로 비대면 처방·조제를 일부 허용하면서다. 현재까지 1년 이상 환자가 의사나 약사를 만나지 않고도 의약품을 처방받고 수령할 수 있는 상황이다.

‘한국판 뉴딜’ 계획도 약 배달 서비스의 시장 진입 추진력을 더했다. 약 배달 서비스가 한국판 뉴딜계획 중 디지털 뉴딜의 취지에 들어맞기 때문이다. 디지털 뉴딜은 온라인 인프라에 기반한 신사업과 서비스를 개발하고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목표다. 실제로 지난해 등장한 약 배달 애플리케이션 ‘배달약국’이 현재 ‘닥터나우’로 개편돼 서비스를 지속하고 있다. 

정부는 약 배달 서비스 허용 계획을 공공연하게 밝혔다. 국무총리 주재로 개최한 규제챌린지 민관회의에서 1차 과제 15개를 선정했는데, 여기에 ▲약 배달 서비스 제한적 허용 ▲비대면 진료 및 의약품 원격조제 규제 개선 등이 포함됐다. 규제챌린지 과제는 해외와 비교해 국내 규제가 과도해 기업의 활동이 위축된다고 평가되는 분야에서 선정됐다.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 중견기업연합회, 벤처기업협회 등의 의견이 수렴됐다.

약사 단체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약 배달 서비스와 원격조제 관련 규제챌린지 과제를 전면 백지화해야 한다는 것이 약국가의 입장이다. 의약품 정책은 국민의 건강권과 직결된 만큼, 경제성과 편의성을 안전성보다 우선 목표 추구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약사의미래를준비하는모임은 “(비대면·배달 서비스는) 의료민영화를 위한 전초전이며 오진, 오투약, 약물의 안전성 문제에 있어 크나큰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며 “마약류의 불법유통과 의약품의 변질 및 분실 문제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라고 우려했다. 이어 “(정부가) 규제 챌린지란 편법으로 원격조제와 의약품 배달서비스를 공론화의 기회도 없이 불도저처럼 밀어붙이려 한다”고 비판했다.

조양연 경기도약사회 부회장은 “원격조제와 배달을 허용하면 자본과 기술이 집약된 소수의 기업형 독점 약국만 살아남고, 다수의 소규모 동네약국은 페업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높은 접근성을 구축해온 주민밀착형 지역약국 인프라가 붕괴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이어 “(약사가) 직접 가정을 방문해 어르신의 안전한 의약품 사용을 돌보는 것을 목표로 하는 정부의 ‘지역사회 통합돌봄’, ‘가정 방문약료 정책’에도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castleowner@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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