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K] 협곡의 올라운더 ‘쇼메이커’

기사승인 2021-06-18 06:3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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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CK] 협곡의 올라운더 ‘쇼메이커’
사진=담원 기아 미드라이너 '쇼메이커' 허수. 강한결 기자 

[종로=쿠키뉴스] 강한결 기자 =“살다살다 대회에서 원딜을 하게 될 줄은 몰랐어요. 어떻게든 잘 이겨서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갑작스러운 포지션 변경에도 불구하고 ‘쇼메이커’ 허수의 표정에 긴장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허수는 새로운 도전에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담원 기아는 17일 종로 롤파크에서 열린 ‘2021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LCK)’ 서머 스플릿 아프리카 프릭스와의 경기에서 2대 0로 승리했다. 정글러 ‘캐니언’ 김건부를 미드 라이너로, 허수를 원거리 딜러로 기용하는 파격 라인업을 통해 얻은 갚진 승리였다.

허수는 1세트 ‘이즈리얼’을 선택했다. 이즈리얼은 현재 메타에서 1티어로 평가받는다. 초반 라인전은 약하지만, 중후반 잠재력이 매우 뛰어난 챔피언이다. 아프리카 프릭스의 원거리 딜러 ‘레오’ 한겨례는 라인전이 강력한 ‘바루스’를 뽑았다. 허수는 최대한 죽지 않고 성장하는 전략을 택했다. 상체에서 ‘칸’ 김동하와 ‘캐니언’ 김건부가 시간을 벌어주는 동안, 허수는 차근차근 크립스코어(CS)를 챙겼다.
 
이후 교전에서 착실히 성장한 이즈리얼의 강점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신성한 파괴자’와 ‘무라마나’, ‘얼어붙은 심장’이 나온 이즈리얼은 데미지 딜링과 탱킹을 모두 겸하는 괴물이 돼있었다. 결국 허수는 1세트를 노데스로 마무리했다.

2세트 허수는 ‘칼리스타’를 꺼내들며 재차 파격을 선사했다. 칼리스타는 카이팅(적과 일정거리를 유지하며 싸우는 것)이 중요한 평타 기반의 챔피언이다. 강력한 근접전 능력과 뛰어난 성능의 궁극기를 보유하고 있지만, 조작과 운용 난이도가 매우 높아 장인 챔피언으로 평가받는다. 해설진도 허수의 선택에 놀라움을 드러냈다.

허수의 칼리스타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처럼 매우 공격적으로 플레이했다. ‘베릴’ 조건희의 ‘노틸러스’도 허수의 과감한 움직임에 적극적으로 호응했다. 결과적으로 바텀 라인에서 계속해서 난전이 일어났고, 허수는 이를 바탕으로 킬을 먹고 성장했다. 칼리스타를 가진 담원 기아는 오브젝트 싸움에서도 주도권을 가져왔다.

경기 종료 후 공동 인터뷰에서 허수는 “이전부터 원거리 딜러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다”며 “솔로 랭크 할 때도 부포지션은 원딜로 놓고 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나는 미드가 상·하체보다 영향력을 더 많이 끼칠 수 있고 게임에서 되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그런데 해보니깐 미드보다 원딜이 더 어려운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룰러’ 박재혁 선수가 제일 잘한다고 생각해서 한번 맞고 벽을 느껴보고 싶다”며 “오늘도 바루스가 좀 아팠는데, '룰러'의 바루스는 어떨지 궁금하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허수는 솔로 랭크에서 다양한 챔피언을 사용하는 것으로 잘 알려진 선수다. 지난해 부계정 'MIDKlNG'으로 120개의 챔피언을 사용하기도 했는데, 지난 3월 쿠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허수는 "올해도 이 계정으로는 다양한 챔피언을 해보려 한다"며 "원래 솔로랭크를 할때는 원하는 챔피언을 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다양한 챔피언을 소화할 수 있고, 미드가 아닌 다른 라인에서도 높은 숙련도를 보여주는 허수다. 허수가 원거리 딜러로 출장할 수 있던 것도 이 때문이었을 것이다.

허수는 향후 포지션 변경에 대한 가능성도 열어뒀다. 그는 “내가 탑으로 갈 수도 있는 거고, 우리는 여러 가능성을 항상 열어두고 있다. 다양한 시도를 하는 중”이라며 “우리는 프로이기에 결과가 가장 중요하고 이기는 게 목적이고, 어떻게 하든 이기기만 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이날 허수는 미드라이너가 아닌 원거리 딜러로 경기에 나섰다. 혹시 모른다. 원거리 딜러로 나선 허수가 탑 라이너·정글러로도 출전할지도. 그리고 우리가 봐왔던 ‘쇼메이커’라면 가능성은 충분하다.

sh04khk@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