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라델피아는 ‘벤 시몬스’ 때문에 탈락했다

김찬홍 / 기사승인 : 2021-06-21 17: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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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틀란타 수비수들을 뚫고 돌파를 시도하는 벤 시몬스(가운데). 사진=로이터 연합
[쿠키뉴스] 김찬홍 기자 = 드래프트 직전만 하더라도 한 선수는 팀을 넘어 리그를 이끌 선수가 될 거란 관측이 있었다. 하지만 그는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치명적인 약점이 됐다. 미국프로농구(NBA)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의 벤 시몬스의 이야기다.

필라델피아는 21일(한국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웰스 파고 센터에서 열린 ‘2020~2021 NBA 플레이오프 동부 컨퍼런스 2라운드’ 애틀란타 호크스와 7차전에서 96대 103으로 패배했다.

이날 경기에서 패배하면 탈락이었기에 양 팀은 경기 내내 치열한 승부를 펼쳤다. 경기 종료 1분 전까지 시소 게임이 펼쳐지면서 어느 팀이 승리를 장담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경기 막바지 애틀란타로 승기가 넘어가기 시작했다. 경기 종료 53초전 92대 93으로 필라델피아가 1점차로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 케빈 허터에게 자유투 3개를 내줬다. 이후 작전 타임 후 공격에서는 에이스 조엘 엠비드가 공을 뺏기면서 패색이 짙었다. 계속된 파울 작전으로 추격에 나섰지만, 애틀랜타는 자유투를 차곡차곡 쌓고 승리를 가져갔다. 결국 필라델피아는 동부 컨퍼런스 리그 전체 1위를 달성하고도 탈락하는 불명예를 안았다.

언뜻보면 필라델피아의 아쉬운 패배라고 볼 수 있지만 필파델피아의 패배는 어느정도 예견돼 있었다. 바로 시몬스 때문이다.

2016 NBA 신인드래프트 전체 1순위였던 시몬스는 미래가 창창한 선수였다. 211㎝의 장신에 패스와 드리블, 수비 능력은 당장 리그 탑 티어라고 평가를 받았다. 일각에서는 ‘포스트 르브론 제임스’라고 불릴 정도였다.

부상으로 첫 시즌을 뛰지 않았지만, 2번째 시즌 때 81경기에 출전해 15.8득점 8.1리바운드 8.2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신인왕과 올 루키 퍼스트 팀에 선정됐다. 이후에도 올스타와 올 디펜시브 퍼스트 팀에 이름을 올리는 등 찬란한 커리어를 이어갔다.

이후 시몬스는 2018~2019시즌이 끝나고 5년간 필라델피아와 1억7000만달러(약 1930억원)에 달하는 맥스 계약을 체결했다. 센터 조엘 엠비드와 함께 필라델피아의 원투 펀치로 자리매김했다.

경기 시작 전 슈팅 연습을 하는 벤 시몬스. 사진=AP 연합
하지만 시몬스는 장점 대비 약점이 뚜렷하다. 시몬스의 슈팅력은 리그 최하위 수준이다. 미드레인지 슛과 3점슛을 시도하지 않는 선수로 유명하다. 득점의 80%가 돌파에 이은 골밑 득점이다.

시몬스의 슈팅력은 이전부터 꾸준히 지적 된 문제다. 개선을 위해 비시즌 슈팅 연습에 몰두할 정도지만 여전히 그의 슛 성공률은 좋지 못하다. 통산 야투(골밑슛 포함)율은 56%인 반면 3점슛 성공률은 고작 14.7%에 불과하다. 이 마저도 NBA에서 275경기를 뛰며 단 34번의 3점슛을 시도했고, 고작 5번을 성공하는 데 그쳤다. 그가 NBA에서 첫 3점슛을 성공했을 때 각종 해외 매체들의 헤드 라인이 ‘시몬스가 NBA 데뷔 후 첫 3점슛을 성공했다’로 도배될 정도였다. 자유투 성공률도 현저히 떨어진다. 그의 정규리그 통산 자유투 성공률은 59.7%에 불과하다. 시몬스를 상대하는 팀들은 경기 막바지에 고의로 시몬스에게 파울 유도해 추격 또는 역전하는 그림을 만들어내곤 한다. 

슛에 부담감을 느끼기 시작한 시몬스는 오픈 찬스에도 좀처럼 슛을 시도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의 득점을 포기하고 수비가 붙어 있는 동료들에게 공을 패스하기도 한다. 이를 파악한 상대팀은 시몬스에게 대놓고 새깅 디펜스(돌파를 의식해 거리를 두고 하는 수비)를 펼쳐 그를 억제했다.

플레이오프 7차전은 '시몬스 딜레마'가 잘 드러난 경기다. 경기 종료 8분 46초를 남기고 포스트업을 시도하던 시몬스는 수비수를 제치는 데 성공했지만, 슈팅을 시도하지 않고 앞에 있던 마티스 타이불에게 패스했다. 그런데 이를 애틀란타 수비수가 파울로 끊었고, 타이불은 자유투 1구를 성공하는 데 그쳤다.

이 장면을 두고 팬들의 비판이 이어졌다. 시몬스가 슛을 시도했다면 득점 후 추가 자유투까지 노려볼 수 있는 기회였다는 지적이 나왔다. 팀 동료 엠비드는 “솔직하게 말하겠다. 오늘 경기의 터닝 포인트(패배 원인)는 우리가 오픈 찬스에서 슛을 던지지 않은 후 자유투를 1개만 성공시켰던 시점”이라고 시몬스를 공개 저격하기도 했다.

92대 96으로 뒤진 종료 54초 전 시몬스는 벤치로 물러났다. 자유투와 슈팅이 되질 않다보니 승부처에서 가용할 수 없었다. 7차전을 비롯해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시몬스는 경기 종료 직전 코트가 아닌 벤치에 있는 시간이 더 많았다.

시몬스를 교체했지만 팀 패배를 막긴 힘들었다. 시몬스를 대체하는 선수의 기량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다보니 팀 공격력이 떨어지는 악순환이 벌어졌다. 이는 필라델피아의 탈락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kch094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