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재료 없어 수술 지연…접근성 제고 필요해

중국산·구식 제품과 새 제품 보험가 동일, 한국 시장 진입 포기하기도

기사승인 2021-06-22 04:3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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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재료 없어 수술 지연…접근성 제고 필요해


[쿠키뉴스] 유수인 기자 = 필수 치료재료의 접근성 확대를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재 코로나19 유행이 장기화되면서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일부 의료기기의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며 수술이 연기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서울 소재 한 상급종합병원 관계자는 “스텐트 등 일부 재료는 국산이 아닌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원자재 수급 문제로 생산이 제한되고, 유통망에도 차질이 생겨 공급이 늦어지고 있다”면서 “다른 병원들도 같은 상황일 것”이라고 밝혔다. 

다른 상급종합병원 관계자는 “지난해 초 갑자기 공급이 중단되는 문제가 있었다. 다행히 지금은 대체재를 찾아 조율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국내에서는 대체 불가한 치료재료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 ‘희소·긴급도입 필요 의료기기 공급제도’가 운영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2017년 4월 고어사의 소아심장 수술용 인공혈관 철수를 계기로 2019년 6월 ‘희소·긴급도입 필요 의료기기 공급 등에 관한 규정’을 개정한 바 있으며, 희소·긴급도입 필요 의료기기 구매 예산을 증액해 학회 및 의료진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한 재고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 

현재 지정돼 있는 희소‧긴급도입 필요 의료기기는 국내 제조, 수입되지 않는 의료기기가 대부분이나, ‘의료기기법’ 제15조의2제1항제2호에 따라 긴급하게 도입할 필요가 있는 의료기기의 경우 희소‧긴급도입 필요 의료기기로 지정해 수입할 수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국내 공급에 차질이 있는 의료기기가 국민 보건상 긴급하게 도입할 필요가 있으면 희소‧긴급도입 필요 의료기기로 지정해 정부가 구입할 수 있다”면서 “희소‧긴급도입필요 의료기기가 보다 많은 환자에게 공급될 수 있도록 예산 확대를 다방면으로 추진 중이며, 국내 필수적인 의료기기가 생산, 수입이 중단되는 것을 미리 알기 위해 10월부터는 ‘의료기기 생산‧수입 중단 보고’ 제도를 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정책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글로벌 의료기기 기업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독일제, 중국제, 의료기기 품질, 제조업체 등에 관계없이 비슷한 재료끼리 보험코드를 엮기 때문에 보험상한가(가격)가 같다”면서 “싸구려 재료로 만든 제품으로 보험군이 형성되면 아무리 좋은 기기라도 같은 분류로 묶여서 보험이 책정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러면 신소재로 만든 새 제품들은 마진이 얼마 남지 않는다. 다른 보험군으로 묶기 위해 해당 제품이 얼마나 좋은지 입증하는 것도 매우 까다롭기 때문에 한국에 들어오는 것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정재승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교수도 최근 개최된 제35차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 춘계학술대회 정책토론회에서 제한된 보험기준을 확대할 것을 촉구했다.

정 교수는 한국이 ‘구모델의 재고처리장’이라며 수술 등에 꼭 필요한 치료재료가 국내에 제때 들어오지 못해 오래된 제품을 수술에 써야 하는 현실을 지적했다. 그는 “흉부외과 치료재료는 환자 생명과 직결되어 첨단기술이 요구되는 분야지만, 사용 수량 자체가 적고 국산화도 어려워 제약이 많다”고 꼬집었다. 

그에 따르면, 현재 체외순환용카테터, 인공판막, 판막성형술용 링, 인공판막과 인조혈관결합(Conduit) 등 흉부외과용 치료재료의 경우 국내 보험가가 미국, 일본 등 해외와 비교해 30~60% 수준으로 매우 낮은 현실이다. 흉부외과 의료행위가 거의 필수의료에 해당돼 보험 초기부터 가격이 낮게 책정되고, 현재까지 그 추세가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정 교수는 “그 결과 최신 기술이 반영된 신제품은 도입이 어려운 수준으로 보험가가 낮게 설정돼 있다보니 한국은 구모델의 재고처리장이 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기존 제품의 저평가에다 가치평가 등을 통한 가격 현실화는 정부의 비교임상문헌 등 엄격한 근거 요구에 막혀 있어, 국내 환자들은 오래된 제품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 심폐수술용 대퇴정맥 케뉼라(Femoral Cannula), 인공조직판막, 판막성형술용 링 가운데 멀게는 수십년 전 제품이 지금도 병원에서 쓰이고 있다. 그는 “흉부외과에서 쓰이는 대부분의 치료재료는 다른 과에 비해 사용량이 절대적으로 적고, 초중증 환자에게 쓰이는 재료이다 보니 최신 기술이 집약돼 끊임없이 기존 제품이 차세대 제품으로 대체되고 있다”며 “이 같은 이유로 현실에서 흉부외과 치료재료가 정부에서 원하는 10년 이상 걸리는 대규모 무작위대조시험(RCT) 결과 같은 근거를 내놓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체외순환용 이중내강캐뉼라와 동맥필터 포함 산화기는 성인 환자에 대해 임상적으로 입증된 수많은 데이터가 있음에도 보험 인정은 소아 환자에만 국한돼 있으며, 심폐용라인내 혈액가스모니터와 개심술용튜브 및 카테터(Intraluminal shunt), 일회용 기관지경은 별도로 보험가를 보상받지 못하는 산정불가 제품으로 분류돼 국내 도입이 되지 않거나 병원에서 손실을 보고 사용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정 교수는 “일본의 경우 단일군 임상연구만으로도 효과 개선에 따른 중분류 세분화를 통해 보험가를 차등 지급하고 있으며, 대만은 고가 치료재료에 내부참조가격제의 일종인 부분지불제도(balance billing)를 시행함으로써 보험재정 지출의 증가 없이 환자의 선택권을 보장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도 대상 환자수가 적거나 중증질환이라 근거 생성이 어려운 경우 의약품에서 적용하고 있는 경제성평가 면제 특례와 같은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suin92710@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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