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혈 자극 감정자유기법' 건강보험 등재, 의사단체 비판 이어져

이진호 한의협 부회장 “환자 중심으로 생각한다면 시행하는 게 좋다고 판단할 것”
7월1일부터 비급여로 적용돼 건보 행위로 인정

기사승인 2021-06-23 05: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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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혈 자극 감정자유기법' 건강보험 등재, 의사단체 비판 이어져
지난 2019년 ‘경혈 자극을 통한 감정자유기법’이 한국보건의료연구원으로부터 신의료기술로 평가받자 대한의사협회는 이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쿠키뉴스] 노상우 기자 = 최근 한의계 최초의 신의료기술인 ‘경혈 자극을 통한 감정자유기법’의 건강보험행위 등재가 확정됐다. 해당 사안에 대해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의사단체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4일, 건강보험 행위 급여·비급여 목록표 및 급여 상대가치점수 일부 개정을 통해 ‘한방 정신요법료 중 경혈 자극을 통한 감정자유기법을 신설한다’는 내용을 고시했다. ‘경혈 자극을 통한 감정자유기법’은 오는 7월1일부터 비급여로 적용돼 건강보험행위로 인정받게 된다.

한의계에 따르면, ‘경혈 자극을 통한 감정자유기법’은 ‘모든 부정적인 감정은 경락체계의 기능 이상으로 나타난다’는 전제 아래, 경락의 기시와 종지의 정해진 경혈점들을 두드려 자극해 경락의 기능을 회복시키고 안정시키는 치료법이다. 준비단계와 경혈 자극 단계, 뇌 조율 과정 등의 단계로 이뤄지며, 지난 2019년 10월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은 해당 기법을 신의료기술로 등재했다.

당시 보건복지부는 ‘경혈 자극을 통한 감정자유기법’이 ▲손가락으로 경혈점을 두드리는 비침습적인 방법으로 환자에게 직접적인 위해를 가하지 않아 안전함 ▲고식적 치료 등과 비교 시 유의하게 증상 완화 효과를 보여 유효함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환자를 대상으로 부정적 감정 해소 등 증상을 개선하는 데 있어 안전하고 유효함 평가를 받음으로써 신의료기술로 등재됐음을 밝혔다.

대한한의사협회는 “경혈 자극을 통한 감정자유기법이 건강보험 행위로 신설·확정된 것은 큰 의미가 있으며, 앞으로 더 많은 한의 신의료기술과 건강보험 적용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반면, 의사단체들은 반발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한방대책특별위원회는 “경혈을 두드리고 노래를 흥얼거리는 해당 기법은 의료기술이 아니라 오히려 주술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며 “이번 결정은 우리나라 의학의 역주행이며 의료의 퇴보를 상징하는 부끄럽고 뼈아픈 사건으로 기억될 것이다. 모든 심리치료가 의료행위로 인정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환자의 기분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더라도 그것을 무조건 의료기술로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대한개원의협의회는 “환자의 감정에 도움을 준다고 하는 음악치료, 미술치료, 원예치료 등의 치료들이 의료행위로 등재되는 시대가 올 것 같다. 체했을 때 손 따는 신의료기술이 등재될 날도 머지않아 보인다”며 “감정자유기법은 2015년 신의료기술평가 당시 근거 자료가 부실해 최하위 권고등급으로 유효성이 없다고 NECA가 판단했다. 2019년 국정감사에서도 근거 수준이 최하위인 D등급임을 지적했지만 아무런 조치 없이 신의료기술로 인정받았다. 감정에 효과가 있다고 하는 행위들을 다 의료행위로 정의할 수 없다. 자칫 의료행위의 정의마저 흔들리게 될 것이다”라고 우려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신의료기술 등재를 즉시 철회하고 근거자료가 충분히 쌓인 이후에 재논의해야 한다”며 “정책적 목적이 있다고 하여도 근거가 부족한 의료기술의 도입은 향후 신의료기술 심사에서의 혼란뿐 아니라 자칫 의료사고로 연결되어 환자와 의료진들 모두에게 피해가 갈 수 있고 의료현장에서 상호 불신을 조장해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일으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진호 한의협 부회장은 “(의사단체들이) 예민하게 받아들일 게 아니다. 정당한 절차를 거쳤고, 비급여 행위로 인정받은 것뿐”이라며 “자신들이 잘 모르고 이해하지 못한다고 무조건 ‘틀리다’라고 판단하는 것은 비좁은 사고방식에 불과하다. 의료를 환자 중심으로 바라봐야 한다. 그렇다면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 환자에게는 감정자유기법을 시행하는 게 좋다고 판단할 것이다”라고 반박했다.

nswreal@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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