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김재중 “쫓기며 얻는 건 중요치 않아”

이은호 / 기사승인 : 2021-06-23 07: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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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뉴스] 이은호 기자 =“데뷔 초부터…흐흐…아이, 이거….” 화면 너머 가수 겸 배우 김재중이 가시방석에 앉은 듯 몸을 들썩였다. 라이프타임 여행 예능 ‘트래블 버디즈2: 함께하도록’ 종영을 앞두고 기자들과 화상 인터뷰를 하는 자리에서였다. 취재진이 채팅창에 남긴 질문을 읽던 그는 갑자기 안절부절못하더니 급기야 화면 밖으로 사라졌다. “데뷔 초부터 수려한 외모로 비주얼 쇼크, 차도남(차가운 도시 남자) 등…아휴, 이걸 내가 어떻게 읽어~!” 18년째 이어져온 찬사가 익숙할 법도 한데, 김재중은 “이런 칭찬이 부끄럽다”며 웃었다. 아시아를 호령하던 한류스타의 ‘깜짝 반전’이다.

“비주얼 쇼크가 아니라 헤어스타일이 쇼킹했을 거예요. 수려한 외모가 아니라 화려한 외모였을 거고요. 차도남도 아니에요. ‘차시남’(차가운 시골 남자)으로 바꿔야겠다. 하하.” 김재중은 “‘차도남’ 같은 표현 때문에 저를 오해하시는 분도 계실 것 같다”며 이렇게 덧붙였다. “그런데 제가 실제와 다른 모습을 오래 꾸며내진 못해요. 제가 아닌 모습을 연기했다면, 아마 금방 들통 났을 거예요.”

곱상한 외모가 온실 속 화초 같은 느낌을 주지만, 김재중은 10대 때부터 패기와 독기로 가수의 꿈을 키웠다. 그가 고시원 방값 15만원을 마련하기 위해 식당을 돌며 껌과 초콜릿을 팔던 일화는 이미 유명하다. 사생활을 옥죄는 극성팬들 때문에 의도치 않게 ‘신비주의’의 길을 걷던 때도 있었지만, 속으로는 ‘나를 보여주고 싶다’는 바람이 끓어올랐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여줄 수 있었던 ‘트래블 버디즈’ 시리즈는 그래서 소중하다. 김재중은 “‘작은 것에 감사하자’는 마음으로 떠난 여행이었는데, 그 이상으로 값진 것을 얻었다”며 “과거를 회상하며 지금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지난해엔 고향을 찾아 가수로 활동한 20여년을 되짚어보기도 했다고 한다. 돌아보면 파란만장한 시간이었다. 2003년 그룹 동방신기 멤버로 데뷔해 단숨에 ‘국가대표 아이돌’로 떠오른 그는 전 소속사와 법정공방을 벌이다 독립해 그룹 JYJ 멤버이자 배우로 활동해왔다. 쉬운 일은 없었다. 지상파 방송에 발을 들이기는 하늘의 별따기였고, 설상가상으로 팀 동료였던 박유천이 2016년 성폭행 혐의로 피소되며 그룹 활동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굴곡이 많았다’는 기자의 말에 김재중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굴곡이 많았죠. 그러면서 많은 경험을 했고, 아직도 진행형인 것 같아요. 개중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도 있죠. 그냥 포기하고 시간에 맡겨야 행복해질 수 있는 건지, 사실 해답을 잘 모르겠어요.” 다만 깨달은 것도 있다. 쫓기듯 살아서는 소중한 걸 얻을 수 없다는 것, 다시 말해 자신의 속도로 달려야 한다는 진리를 그는 마음에 새겼다. “좀 더 내려놓고 살아도 될 것 같더라고요. 쫓기면서 얻은 결과와 행복은 중요치 않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김재중은 “결국 남는 건 사람”이라고, “내가 지켜야 할 것도 사람”이라고 믿는다. 18년째 동고동락하는 팬들은 그에게 “진정한 ‘버디’(친구)”란다. 김재중은 “팬들이 단순히 행복하려고 나를 응원하는 건 아닌 것 같다. 지금 제 곁에 남은 분들은 그런 걸 모두 초월한 사람들 같다”며 “애틋함이라고 해야 할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 든다”고 말했다. 팬들에게 보답하는 길은 그저 좋은 작품을 선보이는 일뿐이라, 차기작과 음반도 꾸준히 준비 중이다. 다음 달엔 이재한 감독과 손잡고 다큐멘터리 ‘재중:온 더 로드’(On the Road)를 일본에서 공개한다.

“지난 시간을 더듬어보면, 머릿속에서 지워진 기억도 있고 어렴풋이 기억나는 기억도, 절대 잊을 수 없는 기억도 있어요. 길고 아련한 시간이죠. 하지만 과거에 목매려 하지는 않아요. 지금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앞으로도 크게 변하진 않을 것 같아요. 저 자신에게 발전과 성장을 요구하면서, 억지스럽지 않게 나이 먹고 싶어요.”

wild3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