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안해서합니다] 야 너도 쓰레기 주우면서 뛸 수 있어!

최은희 / 기사승인 : 2021-06-24 06: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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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서울 서대문구 북가좌동 불광동에서 ‘줍깅’ 을 하는 기자. 박효상 기자

[쿠키뉴스] 최은희 기자 =어느덧 6월. 한낮 기온이 30도를 웃도는 날씨가 됐습니다. 얇고 짧아진 옷차림을 위해 다이어트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기자도 다르지 않습니다. ‘가볍게 할 만한 운동 없을까’ 고민하던 중, 댓글 하나가 눈에 띕니다. “플로깅할 장소 추천 좀요”

‘플로깅’은 스웨덴어로 이삭을 줍는다는 뜻인 ‘플로카 우프(plocka upp)’와 달리기를 뜻하는 영어 ‘조깅(jogging)’의 합성어입니다. 뛰거나 산책하며 쓰레기를 줍는 활동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줍깅(줍다+조깅)’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립니다. 

환경 보호와 건강관리.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기 때문일까요.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취향을 제대로 겨냥했습니다. 인스타그램에 플로깅을 검색하면 약 3만2000개의 게시글이 나옵니다. 인증사진 속 보람에 찬 표정을 보니, ‘나도 해볼까’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줍깅 장소는 서울 서대문구 북가좌동 불광천에서부터 마포구 망원동 한강공원까지. 준비물은 간단합니다. 50ℓ 종량제 봉투와 쓰레기를 집을 때 사용할 집게가 다 입니다. 일회용 봉투나 일회용 장갑은 안 됩니다. 줍깅 과정에서 쓰레기가 나온다면, 환경을 보호하자는 취지에 어긋나기 때문입니다.

22일 서울 마포구 마포나루길 망원 한강공원에서 ‘줍깅’ 을 하는 기자. 박효상 기자

22일 오전 불광천. 여름이긴 한가 봅니다. 흰 개망초와 토끼풀이 지천입니다. 강을 따라 한가롭게 자전거를 타거나 산책하는 시민이 오갑니다. 아름다운 풍경과 어울리지 않는 것들도 눈에 띕니다. 쓰레기입니다. 먼저 주운 건 페트병이었습니다. 물기가 말라 더러워진 상태로 화단에 버려져 있었습니다.

페트병을 시작으로 곳곳에서 쓰레기가 나왔습니다. 무엇을 닦고 버린 건지 알 수 없는 물티슈는 양반입니다. 일회용 마스크, 담뱃갑, 테이크아웃 컵과 사탕 껍질, 기름때 묻은 야식 봉투까지 다양했습니다.

22일 기자가 서울 마포구 마포나루길 망원 한강공원 의자에 끼워진 요구르트 병을 줍고 있다. 박효상 기자

의자 사이 좁은 틈에도 쓰레기가 끼어있었습니다. 마치 숨겨놓은 것처럼 말입니다. 집게가 없으면 빼내기도 쉽지 않았습니다. 녹음 짙은 풀숲 사이에는 연두색 아이스크림 포장지가 교묘하게 버려져 있었습니다. 1시간이 채 되지 않아 50ℓ 종량제 봉투 절반이 찼습니다. 

가장 많았던 쓰레기는 담배꽁초였습니다. 화단과 배수구에 가득했습니다. 대여섯 개를 봉투에 담고 몸을 틀면, 또 한 무더기 꽁초가 있었습니다. 쉴새 없이 허리를 굽혔다 폈습니다. 달리기까지 하니 땀이 비 오듯 쏟아졌습니다.

주운 쓰레기를 제대로 버리는 것도 중요하겠죠. 재활용 가능한 플라스틱은 분리수거하고, 오물이 묻은 비닐은 종량제 봉투에 넣었습니다.

애플리케이션 캡처.

이날 줍깅한 시간은 2시간20분. 이동한 거리는 5.5㎞입니다. 땀이 뚝뚝 떨어지는 걸 보니, 운동 효과가 제법입니다. 쓰레기 주울 때 앉았다 일어서는 동작이 다리 근력을 강화하는 스쿼트(Squat), 런지(Lunge)같은 하체 운동과 비슷한 효과를 냅니다. 헬스장에서 런닝머신을 뛰는 것과는 비교되지 않는 즐거움입니다.

22일 줍깅을 통해 모은 쓰레기들. 박효상 기자

가볍게 달리며 생활 쓰레기를 줍기 때문에 줍깅은 훌륭한 환경보호 운동입니다. 장소 제약 없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습니다. 칭찬은 덤입니다. 산책하던 한 시민은 “좋은 일 한다”며 “다음부터 플로깅에 동참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백나윤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는 “소비자도 환경 문제에 책임 져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며 “줍깅은 건강은 물론 환경에도 도움이 되는 일거양득 운동”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쓰레기 처리 문제가 가장 중요하다. 줍깅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이들이 뛴 거리가 늘어날수록 지구는 깨끗해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환경보호에 앞장서고 싶다면 누구든 할 수 있는 줍깅. 지구를 살리는 작은 실천에 동참하는 건 어떨까요.

hoeun231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