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벌하다, ‘미치지 않고서야’ [볼까말까]

기사승인 2021-06-24 16:4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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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벌하다, ‘미치지 않고서야’ [볼까말까]
MBC ‘미치지 않고서야’ 포스터.
[쿠키뉴스] 이은호 기자 =지난 23일 시작한 MBC 새 수목드라마 ‘미치지 않고서야’는 한 마디로 살벌하다. 우선 회사라는 배경이 주는 분위기가 살벌하고, 밀어내려는 자와 버티려는 자의 갈등이 살벌하며, 무엇보다 정재영, 문소리 등 베테랑 배우들의 연기가 살벌하다. 시청률 3.9%(닐슨코리아 집계, 전국 기준)로 동시간대 방영되는 수목극을 모두 제친 이 작품이 위기에 빠진 MBC 미니시리즈를 구원할 수 있을까.

‘미치지 않고서야’는 희망퇴직과 정리해고가 빈번한 한명전자에서 자리를 지키기 위해 분투하는 직장인들의 생존기를 그린다. 가전 개발자로만 22년간 일한 주인공 최반석(정재영)은 자신이 몸담았던 진하시 디스플레이 사업부가 매각되자 창인시 생활가전 사업부로 자리를 옮긴다. 그런데 새로운 사업부에서 만난 상사 한세권(이상엽)이 심상치 않다. 3000만원이 넘는 자전거를 타고 출근해 하나 남은 주차 자리를 빼앗아 갈 때부터 눈꼴이 시리더니, 급기야 며칠 만에 자신을 팀에서 내쫓겠단다.

최반석이 불편하기는 한세권도 마찬가지다. 출근 첫날부터 자신이 주도한 로봇청소기 개발 프로젝트에 태클을 건다. 오랫동안 골치를 썩인 문제가 최반석의 제안 덕에 해결되긴 했지만, 뒷맛이 영 찜찜하다. 동료 개발자에게 ‘한 팀장은 일머리가 없는 것 같다’고 말하는 소리를 들어서다. 나, 한세권이 누구인가. 식기세척기 100만대 판매신화를 이룬, 자타공인 생활가전 사업부 에이스 아니던가! 한세권은 최반석을 얄밉게 몰아붙인다. “그냥 쿨하게 생각하시죠. (중략) 최 수석님이 우리 팀에 맞는 부품이 아니라서 보내드리는 겁니다.”

18년째 인사 업무를 보는 당자영(문소리)은 최반석과 한세권, 모두와 껄끄럽다. 한명전자 여성 최초 임원을 향해 불도저 같이 달려온 그는 인사의 인도 모르는 최반석을 팀원으로 받아야 할 위기에 처했다. 사태의 주범인 한세권은 당자영과 한때 부부의 연을 맺었던 사이. 설상가상, 회사에선 한세권이 속한 창인시 생활가전 사업부를 정리하라는 명령이 떨어진다. 내가 살려면 남들을 밀어내야 한다. 당자영의 속 시끄러운 싸움은 일단 한세권의 뒤통수를 내리치는 것으로 시작했다.

살벌하다, ‘미치지 않고서야’ [볼까말까]
‘미치지 않고서야’ 촬영 현장.
◇ 볼까

사람 냄새 나는 드라마를 기다리던 시청자에겐 강력 추천한다. 과장과 판타지를 걷어낸 자리에 현실감 넘치는 상황이 펼쳐진다. “연기 맛집”이라는 최정인 PD의 공언처럼, 배우들의 연기가 살벌할 정도로 생생하다. 정재영이 연기한 최반석과 문소리가 맡은 당자영은 배우와 배역의 케미스트리가 좋은 사례다. 웅얼대면서도 할 말은 하는 최반석, 군더더기 없이 딱 부러진 당자영은 각각 정재영, 문소리의 이미지와 만나 매력이 배가된다. 당자영이 잘못을 연발하는 부하 직원의 ‘조인트를 까는’ 장면에선 당신도 모르게 “나이스!”를 외치게 될 것이다. 극본을 집필한 정도윤 작가의 전작이 KBS2 ‘마녀의 법정’이라는 사실도 기대를 높이는 요소다.

◇ 말까

사람 냄새가 나는 드라마긴 한데, 좋은 사람의 냄새는 아니다. 직장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알력 싸움, 거기에서 풍기는 땀내 때문에 안방에서도 회사에 있는 듯한 기분이 들 수 있다. 윗사람에겐 깍듯하고 아랫사람에겐 비열한 한세권의 신들린 반존대 화법을 듣다보면 어느새 울화가 치밀어 오를 것이다. 좋은 사람의 냄새가 그리운 시청자에겐 목요일 동시간대 방송되는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그냥 사람 냄새 자체가 싫은 시청자에겐 999세 구미호가 등장하는 tvN 수목극 ‘간 떨어지는 동거’를 추천한다. 회사 생활에 환상을 가졌거나 워커홀릭이 되고 싶은 시청자에게도 권하지 않는다.

wild37@kukinews.com / 사진=MBC 제공. 기사모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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