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노경용 ‘굿투게더’ 대표...”저는 대리인에 불과해요“

농구계 인사들과 체육계 유망주 돕는 '키다리 아저씨' 프로젝트

기사승인 2021-06-30 06:02:01
- + 인쇄
[쿠키인터뷰] 노경용 ‘굿투게더’ 대표...”저는 대리인에 불과해요“
노경용 '굿투게더' 대표. 사진=김찬홍 기자
[쿠키뉴스] 김찬홍 기자 = 지난 2월 농구계에선 약 200명에 달하는 국내 고교 농구 유망주 신입생들에게 익명의 한 인물이 농구화를 선물로 준 ‘키다리 아저씨’ 프로젝트가 화제였다. 당시 수수께끼의 인물은 학생들에게 직접 모습을 드러내질 않았고, 노경용 ‘굿투게더’ 대표가 전국에 있는 약 30개의 학교를 돌며 직접 농구화를 건넸다. 약 한 달 뒤에야 수수께끼의 인물이 프로농구 전주 KCC의 송교창임이 알려졌다. 당시 송교창은 프로농구 시즌이 한창이라 어린 선수들을 직접 만날 수가 없었고, 노 대표가 송교창과 의기투합해 신입생들을 위해 힘썼다.

송교창과 ‘키다리 아저씨’ 프로젝트를 진행한 노 대표는 이외에도 안양 KGC의 문성곤을 비롯해 여자농구 KB 스타즈의 박지수, 허예은, 하나원큐의 김지영 등 많은 농구계 인사들과 함께 후배 선수들을 돕기 위한 프로젝트를 꾸준히 진행해왔다. 농구계를 비롯해 많은 체육 유망주들을 응원하고 싶다는 노 대표를 지난 25일 경기도 수원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Q. 자기소개를 부탁드리겠습니다.

현재 ‘굿투게더’를 운영하고 있는 노경용이라고 합니다.

Q. ‘굿투게더’가 생소하신 분들을 위해 소개를 해주세요.

운동 꿈나무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요. 프로 선수들이나 혹은 농구 관계자들과 함께 후배 선수들을 위해 같이 돕고 있습니다. 생활 환경이 어려운 선수를 돕는 게 아닌 운동을 정말 열심히 하는 선수들을 위해 지원을 하고 있어요. 그래서 후원이라는 단어를 대신해 응원을 한다는 표현을 쓰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지난 3월 송교창 선수와 함께한 '키다리 아저씨' 프로젝트 진행했고, 6월에는 안양 KGC의 문성곤 선수가 부산지역 초등학교 농구부에게 농구화 전달 프로젝트를 함께했습니다. 선수들이 직접 다 갈 수가 없다보니 제가 대신해서 움직이고 있습니다.

Q. ‘굿투게더’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2006년에 농구 동호회를 하는 지인들끼리 모여 “엘리트 여자 농구 선수들을 후원하는 대회를 열자”는 아이디어로 시작하게 됐어요. 약 6개의 팀이 참가비 등 약 100만원 정도를 모았고, 이를 분당경영고 학생들에게 농구화를 선물하는 데 썼어요. 그게 처음이었죠. 이후에도 꾸준히 소규모로 선수들을 꾸준히 응원을 했었는데, 2018년부터 규모가 조금씩 커지기 시작했어요. 

[쿠키인터뷰] 노경용 ‘굿투게더’ 대표...”저는 대리인에 불과해요“
'굿투게더'를 통해 코로나19 극복 기부를 한 KB스타즈의 박지수. 사진=노경용 대표 제공
Q. ‘굿투게더’가 처음에는 직접적인 기부나 금전적인 지원을 했었는데, 현재는 다방면으로 응원을 하고 있습니다.

WKBL의 KB 스타즈에서 뛰고 있는 박지수 선수가 계기였어요. 청솔중학교 때부터 응원을 하던 선수였는데 현재는 한국을 대표하는 여자 농구 선수가 됐어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영향력을 어떻게 후배들을 위해 풀어나갈 수 있을까 같이 고민했어요.

그러던 도중에 중학교 1, 2학년만 뛰는 농구대회를 열자는 아이디어가 나왔어요. 현재 협회나 연맹이 주관하는 대회는 보통 3학년들이 위주로 뛰거든요. 2018년 2월에 중학교 남자부 4개 학교가 모여 처음으로 ‘굿투게더 꿈나무 농구대회’였어요. 여자부도 진행하고 싶었지만 선수 수급이 힘들다보니 아쉽게 불발됐죠.

Q. 농구 대회 외에도 양말이나 티셔츠를 직접 제작을 해서 많은 엘리트 선수들을 위해 응원하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처음에는 ‘굿투게더’ 운동을 알리고 싶었어요. 사람들이 동참할 수 있는 캠페인처럼요. 선수들이 경기 중에 찍히는 사진들을 보면 신발과 양말이 눈에 띄더라고요. 그래서 양말을 맨 처음에 고려했죠. 지인에게 양말 공장을 소개받아서 공장 사장님과 계속 이야기를 나눴어요. 친한 선수들이 직접 착용을 하고 피드백을 받으면서 ‘굿투게더’ 이름이 찍힌 양말이 만들어졌죠.

이후에는 티셔츠도 만들기 시작했어요. 이전에 티셔츠를 직접 만들어 입는 것에 재미를 느끼고 있었는데, 주변의 선수들이 ‘굿투게더’ 이름이 담긴 티셔츠를 입고 싶어하더라고요. 그런 선수들을 위해 티셔츠를 제작하게 됐어요. 현재 의류 판매로 발생한 수익금 전액은 농구 꿈나무를 응원하는 데 사용되고 있어요. 

[쿠키인터뷰] 노경용 ‘굿투게더’ 대표...”저는 대리인에 불과해요“
노경용 '굿투게더' 대표.   사진=김찬홍 기자
Q. 수익 전액을 누군가를 위해 사용한다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제가 스포츠클럽을 오랫동안 운영해왔는데, 나이가 들면서 돈에 대한 욕심은 덜해진 것 같아요. 가족들도 ‘나이가 들기 전에 원하는 것을 해봐라’면서 저를 많이 믿어줬어요. ‘굿투게더’ 활동 이외에도 다른 수입이 있어서 걱정할 정도는 아니에요.

그리고 많은 농구인들이 점점 많이 도와주고 계세요. 최근에는 프로 선수들에게 먼저 연락이 몇 차례 왔어요. 후배들을 위해 도움을 주고 싶다고 했는데 그동안 방법을 잘 몰랐다고 하더라고요. 많은 선수들이 찾아서 후배들을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어요. 응원의 손길이 많아지면서 ‘굿투게더’ 활동이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이에요. 유명한 선수들이 이런 일에 적극적으로 나섰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Q. 직접적인 농구 관계자가 아니라, '굿투게더' 활동을 하면서 오해를 산 적도 있었을 것 같아요.

물론 그런 적도 있었지만 극소수에 불과해요. 이전에는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죠. 하지만 이제는 신경 쓰지 않아요. 대다수의 농구 관계자들은 오히려 먼저 도와줄 게 있냐고 연락이 와요. 대회가 열리면 학생들의 부모님들은 진행 요원으로도 돕고 싶다고 연락이 와요. 많은 분들이 저를 믿고 도와주신다고 하니 더 감사할 따름이죠.

Q. 최근에는 중·고교 선수들을 위해 밥차를 보내는 프로젝트를 한다고 들었어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뜬금없는 이야기인데, 제가 낚시 동호회나 수영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어요. 농구가 아닌 다른 분야의 사람들과 다양한 관계를 맺고 있죠. 다른 분야의 사람들과 ‘운동 꿈나무들을 도울 수 있는 일이 뭐가 없을까’라고 같이 고민을 하게 됐어요. 연맹과 협회에서 주관하는 대회가 1년에 5개 가까이 되는데 여기에서 스포츠맨십이 가장 잘 보여준 팀을 뽑아서 선물을 해주기로 뜻을 모았어요.

이후에 학생들에게 어떤 선물을 받고 싶냐고 물어보니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다“라는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그래서 어느 정도의 기금을 모아서 천안쌍용고와 군산고를 지원했어요. 그리고 군산고에서는 김수환(성균관대), 신민석(고려대), 이정현(연세대) 등 출신 선배들이 KBL 드래프트가 끝난 뒤에 후배들을 위해 맛있는 식사를 대접하기로 약속했어요.

Q. 이전에 응원을 받은 선수들이 이제는 후배들을 위해 돕는 장면을 보면서 뿌듯함을 느끼실 것 같네요.

맞아요. 우리가 응원한 친구가 성장해서 되돌려 준다는 게 기쁘더라고요. 박지수 선수를 비롯해 김지영, 허예은, 송교창, 문성곤 등 현재 프로 선수들이 후배들을 위해준다는 게 정말 좋더라고요. ‘굿투게더’를 시작했을 때 목표가 가지고 있는 선한 영향력을 서로 공유하는 것이었는데, 점점 실현되고 있는 것 같아요.

[쿠키인터뷰] 노경용 ‘굿투게더’ 대표...”저는 대리인에 불과해요“
2018년에 처음 시작한 '굿투게더 꿈나무 농구대회'. 사진=노경용 대표 제공
Q.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이들과 직접적으로 만나지 못해 아쉬운 점도 있으실 것 같네요. 코로나19가 종식된다면 해보고 싶은 프로젝트가 있으신가요?

아까 말했던 중학생 1·2학년을 대상으로 한 농구대회가 2019년 12월 이후로 열리질 못했어요. 많은 인원들이 모이지 못하다 보니 2020년에는 취소할 수 밖에 없었죠. 아직도 주위에서 대회를 언제 개최하냐고 많이들 물어보세요. 코로나19가 종식된다면 다시 대회를 재개하는 게 목표입니다. 그리고 유소년 선수들을 위한 캠프를 열어보고 싶어요. 중·고등부 선수들이 기간을 나눠서 실력을 향상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고 싶어요.

Q. 앞으로의 목표가 있나요?

올해에는 의외성에 집중해보려 해요. 도움을 주고 계신 분들 중에 농구계에 몸담고 계시지 않은 분들도 꽤 계세요. 농구가 좋아서 저라는 연결고리를 통해 도움을 주려고 하고 계세요. 의외성을 가지고 '굿투게더' 활동을 더 확장해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언제든 뛰어놀 수 있는 종합시설을 만들고 싶은 게 제 목표입니다. 체육관이나 수영장 등이 다 있는 시설을 만들어 아이들이 언제든 좋아하는 운동을 하고, 공부도 하고 맛있는 것도 먹고 집에 돌아갈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아이들이 항상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복지관 형태의 종합시설을 만들어보고 싶네요.

Q.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시다면요?

주변에 친한 김상준 성균관대 감독, 은희석 연세대 감독, KB스타즈의 김완수 감독, 창원 LG의 조성원 감독, 강병수 수원여고 코치, 홍기완 KBL 심판부장 등 이외에도 많은 농구 관계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흔쾌히 지원을 했어요. 이런 관계자들이 지속적으로 도왔기에 ‘굿투게더’가 지금까지 올 수 있었어요. 농구 관계자 이외에도 저와 뜻을 같이 하고 있는 다른 사업체들에게도 정말 감사하다는 뜻을 전하고 싶습니다.

저는 그저 대리인에 불과하다 생각해요. 제가 직접적으로 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좋은 뜻을 가진 분들의 뜻을 이어받아 전달하는 게 제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도움을 주시려는 분들의 뜻이 잘 펼쳐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습니다.

kch0949@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