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사는 성인 여성은 못 받는 '성범죄자 신상고지'

19세 미만 아동·청소년 보호자나 보호기관에만 통보
성인 여성 1인 가구 증가...성범죄 노출 위험 불구 제외

기사승인 2021-06-30 07: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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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사는 성인 여성은 못 받는 '성범죄자 신상고지'
지난해 12월12일 새벽 성범죄자 조두순이 12년 형기를 마치고 보호관찰개시신고서 제출을 위해 안산 수원보호관찰소 안산지소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사진=박태현 기자

[쿠키뉴스] 한성주 기자 =성범죄자 신상고지 대상이 성범죄에 취약한 이들을 포괄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여성가족부는 19세 미만 아동·청소년이 있는 가구의 세대주와 어린이집·학교·주민자치센터장 등에 관내 거주하는 성범죄자의 이름, 나이, 주소지 등을 알려주는 성범죄자 신상고지 제도를 운영한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을 통해 1차 고지한 후, 수신자가 열람하지 않으면 우편으로 재차 고지한다.

고지 대상은 아동·청소년 보호자나 보호기관으로 한정된다. 제도의 시행 근거가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아청법)이기 때문이다. 고지를 받던 세대주는 자녀가 19세를 넘기면 고지 대상에서 제외된다. 혼자 자취 생활을 하는 미성년자 세대주도 성인이 되면 더는 고지를 받지 못한다. 

주거침입, 불법촬영 등 성범죄에 대한 불안감이 높은 여성 1인 가구도 고지 대상이 아니다. 지난해 통계청과 여성가족부가 발간한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 자료에 따르면 여성 1인 가구는 2019년 기준 309만4000가구로, 2010년과 비교해 1.4배 증가했다. 범죄에 대한 두려움을 느낀다고 답한 비율은 여성이 57%로, 남성(44.5%)보다 12.5% 높았다. 

서울시 종로구 대학가에서 4년째 자취 중인 조모(27세)씨는 “19세 미만까지 성범죄 위험이 높고, 19세를 넘기는 순간 성범죄 위험이 줄어드는 것도 아닌데, 연령을 기준으로 정보 접근성이 갈리게 되는 상황을 이해하기 어렵다”며 “특히 대학가나 원룸 밀집 지역에서 혼자 사는 여성들은 부모님과 함께 지내는 아동·청소년보다 오히려 성범죄에 노출될 위험이 높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지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 이들은 ‘성범죄자알림e’ 인터넷 홈페이지나 앱을 통해 성범죄자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자동으로 알람을 받는 고지 서비스와 비교하면 정보 접근성이 떨어진다. 사이트에 접속해 등록 절차를 거쳐 직접 성범죄자 정보를 검색해야 하기 때문이다. 공개되는 정보의 구체성도 다르다. 고지 서비스는 성범죄자가 거주하는 건물과 호수까지 모두 기재하지만, 성범죄자알림e는 건물번호만 공개한다.

지난해에는 여성 1인 단독가구를 고지 대상에 포함하는 내용을 담은 아청법 일부개정안이 발의됐지만,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던 이종성 당시 미래통합당 의원은 “성폭력 등의 강력범죄 재범율은 13%로 매우 높기 때문에 학부모와 여성들의 불안감이 매우 크다”며 “법 개정을 통해 성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제고하고, 성범죄에 대한 예방을 강화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지 대상 확대 논의는 진행되지 않는 상황이다. 여성가족부 권익증진국 아동청소년성보호과 관계자는 “여성 1인 가구를 중심으로 고지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있어 국회에서도 관련 논의가 있었지만, 고지 대상을 확대하자는 결론은 나오지 않았다”며 “현재 고지 대상 확대를 위해 추진하는 작업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여성 1인 가구에 성범죄자 신상을 고지한다고 성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불안감만 높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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